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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연 Dec 11. 2017

남편의 서평

처음부터 부부는 아니었어요^^


저의 책,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어>에는 두 분이 추천사를 써 주셨습니다. 제가 처음 섭외했던 진행자, 영화평론가 이동진 님과, <여성시대> 조연출 시절 만나 오래도록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존경하는 멘토, 서천석 선생님이죠.

사실, 여기에 더해, 제 남편의 추천사도 싣고 싶었습니다. 저의 인생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있는 사람으로부터 책의 추천사를 받으면 얼마나 의미있을까 생각했거든요. 이런저런 이유로 아쉽게도 책에는 싣지 못했던 남편의 추천사를 올립니다.^^


————
내가 대학교 때 만난 이 친구는 라디오PD가 꿈이었다. 그다지 실현 가능성이 있어보이지는 않았지만 당시는 꿈을 가져도 될 나이였기 때문에 별 말을 하지는 않았다. 내 예상과 달리 운 좋게도 MBC에 입사하여 정말 라디오PD가 되었다. 기왕 PD가 된 거 잘하고 싶었나 보다. 앞만 보고 달리기에도 마음이 바쁜데 12년에 첫째가, 15년에는 둘째가 태어나 잠시 걸음을 멈췄다. 무엇이든 해보고 싶었던 20대의 신입PD는 두 차례의 육아휴직을 지나는 동안 30대 중반이 되었고, 잘하고 싶은 마음은 그대로인데 당시에도 버거웠던 일들은 30대 중반에도 여전히 버겁다. 아침에는 두 딸의 머리를 묶어서 어린이집에 보내고, 출근해서는 주어진 일과 씨름하는 틈틈이 동료들과의 술자리를 즐긴다. 의욕은 여전하나 체력은 여전하지 않아 옆에서 보는 사람을 안쓰럽게 만든다.
나는 지금까지 그녀가 나와 결혼하고 아이 둘을 키우면서 포기했거나 불가능해진 것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얼마만큼이나 아쉬워하는지 궁금했다. 이 책을 보면서 그녀와 내가 젊은 날의 꿈과 목표를 무엇으로 바꾸었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지금 나는 육아휴직을 하고 전업으로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퇴근 후 짬짬이 아이와 ‘놀아주는’ 게 아닌, 온전히 하루를 아이와 씨름하며 보내고 있는 이 시간은 내게 무척이나 특별하고 소중하다. 밖에 나가 보면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다. 부모가 된다는 것, 많은 이들이 경험하는 이 평범한 일이 각각의 부모들에게는 얼마나 특별한 사건인지 새삼 깨닫고 있다. 이 책은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이 평범한 글을 통해 그녀와 내가 아이를 기르면서 누렸던 특별한 기쁨들을 독자들과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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