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대학원생과 온라인 1-1을 했다. 유학 나올 때부터 계획하던 방향이 있었는데, 졸업을 앞두고 산업으로 커리어 방향으로 틀고 싶고, 그 방향이 마침 데이터과학, 머신러닝 분야라 했다. 그래서 회사에서 머신러닝 연구개발을 하는 나에게 조언을 듣고 싶었던 것이다.
줌 콜로 처음 만난 그 학생의 첫인상은 참 차분하고 겸손하고 착했다.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커리어 욕심이 있어 보였다. 다만, 졸업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충분한 준비 없이 산업체 지원을 하려니 조언을 듣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학생이 물어본 세 가지 질문에, 뽑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서 솔직하게 대답을 해주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나 스스로 부족함이 느껴졌다. 내 말이 끝나자마자 바로, '아... 이렇게 말했으면 더 좋았을걸', '아... 이 말은 불필요하니 하지 말걸'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경우, 말을 더 효율적이고 명료하게 핵심만 짚어서 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다행히 착하고 잘 알아듣는 똑똑한 학생이어서 대화가 잘 이어졌지긴 했지만, 나 스스로 아쉬움이 남았다.
또 한 가지 아쉬웠던 점. 공유해 줄 자료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인 것을... 이런 커리어 조언을 수십 번, 수백 번 해오면서 항상 하는 조언에 도움이 될 참고자료를 하나도 마련하지 않았다니... 어쩌면 그래서 말이 길어졌는지 모르겠다. 앞으로 자료를 하나씩 모아두기로 했다. 예를 들면
1. 잘 만들어진 white paper나 blog: technical communication skills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자료라 생각한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도 글 엄청 쓴다. 의외로 학생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 (사실 나도 학생일 때 잘 몰랐다) 그리고 얼마나 중요한지는 더 모른다. (나도 몰랐다. 교수님이 그렇게 조언을 해주셨어도...) 좋은 예를 한 두 개 찾아놔야겠다. 그러면 내가 설명하는데 도움이 되고 학생이 따라서 만들어 보기도 좋을 것이다.
2. 잘 만들어진 / 혹은 크게 기여한 github repo: 본인의 hard skills과 interests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말이 아니라 결과물이다. "내가 코딩 잘해요", "이 분야에 관심 있어요"를 말하는 것보다, "내가 이렇게 코딩해 왔어요", "관심 있어서 이것 저것을 만들어봤어요. (런칭해서 X명이 써봤어요.)"를 보여주면 끝이다.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하랴. 여기에도 README와 demo를 잘 만들어서 written communication skills과 Show and Tell 능력을 잘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좋은 예 1-2개 정도 찾아둬야겠다. (내가 하나 만들던가)
3. 잘 만들어진 resume: 처음부터 resume를 잘 쓰기는 쉽지 않다. 회사에서 수많은 지원자의 레주메를 받아보면 어떤 레주메가 좋은 레주메인지 보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리뷰하는 입장에서 여러 번 보면서 좋은 레주메에 대한 생각이 바뀐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읽는 사람 입장에서 써야 하는 것이다. 그가 원하는 정보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그 정보가 한눈에 잘 들어오게 할지, 나를 잘 팔 수 있을지, 그에 앞서 내가 잘 팔 수 있는 건 대체 뭔지 등. 학생 입장에서 스스로 생각해서 해내기 쉽지 않다. 내 레주메를 예시로 하나 만들어 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