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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Hur Apr 14. 2024

<클래식 클라스> 노트

내 추억도 함께 써보기

지난번 <클래식 클라스> 독서 후기를 쓰고 나서 이대로 끝내기에 뭔가 아쉬웠다.  그래서 기억에 남는 챕터 몇 구절을 정리해 보았다. 연상되는 추억과 내 생각도 함께.


1. 에드워드 엘가 ‘사랑의 인사’ Edward Elgar ‘Salut d’amour’


에드워드 엘가의 '사랑의 인사'를 표현. DALL E 그림


무명 바이올리스트이자 고등학교 음악 선생님이었던 엘가. 그보다 8살 많은 제자인 앨리스. 그들은 나이차와 집안의 반대를 극복하고 결혼했다. 앨리스는 상속권까지 포기하며 사랑을 선택했다고. 그녀에게 프로포즈 하는 날 ‘사랑의 인사’를 선물했다. 그녀가 선물했던 시 바람부는 새벽 <The Wind at Dawn>에 대한 그의 선물이었다.  화려하지 않지만 깊이가 있고 선율이 단순하지만 서정적이다. 가진 것이라곤 음악적 재능밖에 없던 그의 마음이 느껴지는 듯 하다.  참 이쁘다.  피아노 악보 다운받아서 딸아이나 아내에게 쳐달라고 해볼까?


대학원생일 때 학교 대강당?에서 장영주 (Sarah Chang)의 바이올린 연주를 봤다. 무대에서 편안하게 몸을 좌우로 슬렁슬렁 움직이며 연주하는데 뭐랄까… 엄청난 기가 느껴졌다고 해야하나.  포세이돈이 폭풍우 몰고 온 듯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저 조그만 바이올린에서 이런 에너지가 나올 수도 있구나 싶었다. 장영주가 연주한 사랑의 엘가 유튜브 영상을 찾았다. 직접 봤을 때의 느낌과는 차이가 있지만 여전히 힘이 느껴진다.


2.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 (Piano Concerto No. 2) 


라 형님이 큰 기대와 함께 선보인 교향곡 1번에 대한 사람들의 악평들. 그의 인생 전체를 흔들었다고 한다. 아버지의 방탕한 삶, 가정불화, 누나의 죽음,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성격 탓에 그는 항상 불안정했다고. 결국 우울증과 무기력증까지 얻었다. 딜 박사님을 만나 치료를 받고 회복 성공. 딜 박사님의 요구는 딱 세가지: (1) 제대로 숙면하기, (2) 삶의 의욕 가지기, 그리고 (3) 작곡 하기.  라 형님은 이 방법으로 점점 이겨내며 아픔, 슬픔, 우울, 괴로움 등을 음악적으로 표현해냈다. 음악은 더 깊어졌다. 우울함, 애잔함, 섬세함, 화려함, 그리고 고도의 테크닉까지 망라한 대작 완성. 그의 음악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나고 환희에 다다르는 스토리텔링으로 유명하다. 나도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 중 하나.


이번 달 말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손열음 엘에이 연주회에 간다.  그래서 요즘 그녀의 연주를 찾아보고 있다.  짱짱하게 음 하나하나를 다 살려서 표현하고, 테크닉, 감정 표현, 카리스마, 폭 넓은 레퍼토리 등 뭐 하나 빠지는게 없는 육각형 레전더리 자랑스런 한국인 피아니스트 손열음. 멋지다. 인터뷰에서 느껴지는 솔직하고 쿨한 바이브도 좋다. 그녀가 작년에 연주한 라형 피아노 협주곡 2번 연주 영상을 찾았다. 녹음도 잘 된 듯.  


3. 클로드 드뷔시


그는 연애지상주의자. 항상 사랑하는 누군가가 있었다. 그러다가 유부녀인 엠마와 사랑에 빠졌다. 결국 각자의 배우자와 이혼하고 재혼했다. 그 뒤로 드뷔시는 더 이상 여자문제가 없었다고. 그리고 계속 기쁨의 순간만 표현되고 관능과 쾌락이 공존하는 ‘기쁨의 섬’ (L’isle Joyeuse)을 작곡.


드뷔시는 어린시절부터 바다를 참 좋아했다고. 프랑스 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이후에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그림 ‘카나가와 앞바디의 파도’ 에서 영감을 받아 ‘라 메르 - 바다’ (La Mer)를 작곡한다. 전처 릴리와의 이혼과 엠마와의 재혼 등 사적으로 힘든 시간을 겪었지만, 이 곡을 작곡하며 행복과 평온이 있는 삶을 기대했는지 모른다.

클로드 드뷔시의 '달빛'을 표현. DALL E 그림

드뷔시 하면 뭐니뭐니해도 ‘달빛’이다. 그 중에서도 피아노를 쓰다듬 듯 연주하는 조성진의 달빛 공연을 LA 디즈니홀에서 본 적이 있다. 여성팬이 많지 않을 수가 없겠다 싶었다. 태어나서 이렇게 부드럽게 피아노치는 사람 처음 봤다. 비교하며 볼 수 있도록 랑랑의 달빛 연주 링크도 함께 찾아봤다. 정말 정말 다르다.


조성진 연주 영상 링크

랑랑 연주 영상 링크


영화 노트북에서 앨리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 DALL E 그림


4. 영화 노트북. 프레드릭 쇼팽의 전주곡 4번


이 영화 좋아하는 한국사람 참 많다.  시골남 노아(Noah)와 도시녀 앨리(Allie)의 사랑이야기.  둘이 야밤 데이트를 즐기던 중 빈집에 들어가서 뻘쭘할 때 앨리가 치는 곡이 프레드릭 쇼팽의 전주곡 4번이다.  그녀는 노년에 치매에 걸리고 메모리케어 시설에 들어가는데, 그 곳에서도 이 곡을 연주한다.  가장 기억하고 싶은 순간과 기억이 아득해진 시기에 연주한 셈이다.  사실 이 곡은 장례식에서 연주될까 싶을 정도로 슬프고 우울하고 침울한 분위기인데, 음악감독은 왜 하필 이 곡을 골랐을까? 앨리의 비극적 운명을 표현했을까?


너무나도 유명한 곡이라서 피아니스트마다 다르게 연주한 영상을 찾기 어렵지 않다. 그 중에서 유자왕과 카티아의 연주를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연주 스타일이 저엉말 확연히 다르다.  이 곡마저 빨리치는 유자왕… 인정.


노트북에서 젊은 앨리 연주 영상

유자왕 연주 영상

카티아 연주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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