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추억도 함께 써보기
지난번 <클래식 클라스> 독서 후기를 쓰고 나서 이대로 끝내기에 뭔가 아쉬웠다. 그래서 기억에 남는 챕터 몇 구절을 정리해 보았다. 연상되는 추억과 내 생각도 함께.
무명 바이올리스트이자 고등학교 음악 선생님이었던 엘가. 그보다 8살 많은 제자인 앨리스. 그들은 나이차와 집안의 반대를 극복하고 결혼했다. 앨리스는 상속권까지 포기하며 사랑을 선택했다고. 그녀에게 프로포즈 하는 날 ‘사랑의 인사’를 선물했다. 그녀가 선물했던 시 바람부는 새벽 <The Wind at Dawn>에 대한 그의 선물이었다. 화려하지 않지만 깊이가 있고 선율이 단순하지만 서정적이다. 가진 것이라곤 음악적 재능밖에 없던 그의 마음이 느껴지는 듯 하다. 참 이쁘다. 피아노 악보 다운받아서 딸아이나 아내에게 쳐달라고 해볼까?
대학원생일 때 학교 대강당?에서 장영주 (Sarah Chang)의 바이올린 연주를 봤다. 무대에서 편안하게 몸을 좌우로 슬렁슬렁 움직이며 연주하는데 뭐랄까… 엄청난 기가 느껴졌다고 해야하나. 포세이돈이 폭풍우 몰고 온 듯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저 조그만 바이올린에서 이런 에너지가 나올 수도 있구나 싶었다. 장영주가 연주한 사랑의 엘가 유튜브 영상을 찾았다. 직접 봤을 때의 느낌과는 차이가 있지만 여전히 힘이 느껴진다.
라 형님이 큰 기대와 함께 선보인 교향곡 1번에 대한 사람들의 악평들. 그의 인생 전체를 흔들었다고 한다. 아버지의 방탕한 삶, 가정불화, 누나의 죽음,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성격 탓에 그는 항상 불안정했다고. 결국 우울증과 무기력증까지 얻었다. 딜 박사님을 만나 치료를 받고 회복 성공. 딜 박사님의 요구는 딱 세가지: (1) 제대로 숙면하기, (2) 삶의 의욕 가지기, 그리고 (3) 작곡 하기. 라 형님은 이 방법으로 점점 이겨내며 아픔, 슬픔, 우울, 괴로움 등을 음악적으로 표현해냈다. 음악은 더 깊어졌다. 우울함, 애잔함, 섬세함, 화려함, 그리고 고도의 테크닉까지 망라한 대작 완성. 그의 음악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나고 환희에 다다르는 스토리텔링으로 유명하다. 나도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 중 하나.
이번 달 말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손열음 엘에이 연주회에 간다. 그래서 요즘 그녀의 연주를 찾아보고 있다. 짱짱하게 음 하나하나를 다 살려서 표현하고, 테크닉, 감정 표현, 카리스마, 폭 넓은 레퍼토리 등 뭐 하나 빠지는게 없는 육각형 레전더리 자랑스런 한국인 피아니스트 손열음. 멋지다. 인터뷰에서 느껴지는 솔직하고 쿨한 바이브도 좋다. 그녀가 작년에 연주한 라형 피아노 협주곡 2번 연주 영상을 찾았다. 녹음도 잘 된 듯.
그는 연애지상주의자. 항상 사랑하는 누군가가 있었다. 그러다가 유부녀인 엠마와 사랑에 빠졌다. 결국 각자의 배우자와 이혼하고 재혼했다. 그 뒤로 드뷔시는 더 이상 여자문제가 없었다고. 그리고 계속 기쁨의 순간만 표현되고 관능과 쾌락이 공존하는 ‘기쁨의 섬’ (L’isle Joyeuse)을 작곡.
드뷔시는 어린시절부터 바다를 참 좋아했다고. 프랑스 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이후에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그림 ‘카나가와 앞바디의 파도’ 에서 영감을 받아 ‘라 메르 - 바다’ (La Mer)를 작곡한다. 전처 릴리와의 이혼과 엠마와의 재혼 등 사적으로 힘든 시간을 겪었지만, 이 곡을 작곡하며 행복과 평온이 있는 삶을 기대했는지 모른다.
드뷔시 하면 뭐니뭐니해도 ‘달빛’이다. 그 중에서도 피아노를 쓰다듬 듯 연주하는 조성진의 달빛 공연을 LA 디즈니홀에서 본 적이 있다. 여성팬이 많지 않을 수가 없겠다 싶었다. 태어나서 이렇게 부드럽게 피아노치는 사람 처음 봤다. 비교하며 볼 수 있도록 랑랑의 달빛 연주 링크도 함께 찾아봤다. 정말 정말 다르다.
이 영화 좋아하는 한국사람 참 많다. 시골남 노아(Noah)와 도시녀 앨리(Allie)의 사랑이야기. 둘이 야밤 데이트를 즐기던 중 빈집에 들어가서 뻘쭘할 때 앨리가 치는 곡이 프레드릭 쇼팽의 전주곡 4번이다. 그녀는 노년에 치매에 걸리고 메모리케어 시설에 들어가는데, 그 곳에서도 이 곡을 연주한다. 가장 기억하고 싶은 순간과 기억이 아득해진 시기에 연주한 셈이다. 사실 이 곡은 장례식에서 연주될까 싶을 정도로 슬프고 우울하고 침울한 분위기인데, 음악감독은 왜 하필 이 곡을 골랐을까? 앨리의 비극적 운명을 표현했을까?
너무나도 유명한 곡이라서 피아니스트마다 다르게 연주한 영상을 찾기 어렵지 않다. 그 중에서 유자왕과 카티아의 연주를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연주 스타일이 저엉말 확연히 다르다. 이 곡마저 빨리치는 유자왕… 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