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읽었지만 여전히 가슴이 뛰었고 눈물이 났다
작년 2023년 말, <When Breath Becomes Air>라는 아름다운 제목의 책을 처음 읽었다. 그리고 큰 감명을 받았다. 다음 해에 다시 읽고 싶은 책 1순위가 되었다. 2월인가 3월쯤 한번 빠르게 읽었고, 오늘은 한국에서 온 번역서로 찬찬히 다시 읽었다. 익숙해진 스토리였지만 여전히 가슴이 뛸 정도로 재미있었고 눈물이 여러 번 났다. 나는 책 읽으며 울 수 있는 사람이 아닌데. 속으로 '뭐지? 나 갱년기인가?' 싶을 정도였다. 아침도 거르고 점심때가 거의 다 돼서야 이 책을 다 읽고 생활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만큼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갱년기인 분들은 눈물 조심 �)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를 100가지도 넘게 꼽을 수 있지만, 그중에 단 하나를 먼저 꼽아야 한다면? 내 마음을 사로잡은 저자의 솔직하고 진실한 매력이다. 본인에 대한 글을 '이렇게 정직하고 진실되게 쓸 수 있구나' 싶었다. 오늘 한 100번은 느낀 것 같다. 그때마다 밑줄을 쳐나갔다. 정직하고 진실된 본인의 진짜 알맹이, 특히 남에게 꺼내어 보이고 싶지 않은 검고 부끄러운 그 알맹이를 굳이 꺼내 보임으로써 얼마나 큰 감동과 설득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그리고 '진정한 나다움의 깊이', 즉 아름다움이 발산하는 매력을 느끼게 해 준다. 한 문장을 쓰더라도, 한마디를 하더라도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글의 수준은 또 얼마나 높은지. 전문작가도 아닌 사람이 이렇게 간결하고 시적인 글을 쓸 수 있다는 점에 놀랐다. 암투병 중 신경외과의사(neurosurgeon)으로서 수술까지 해가며 썼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랐다. 아무리 영문학도였다 하더라도, 문학을 진정 사랑한 순수한 영혼을 가진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 정도 수준의 글솜씨와 박학다식함이 보이기란 쉽지 않다. 이 짧은 책에서 온전히 느끼게 하기는 더 어렵다. 대단한 사람이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서 안타까울 뿐.
마지막으로, '내 삶이 의미로운가?', '무엇이 내 삶을 의미 있게 하는가?'란 질문에 나름대로의 답을 찾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그 답을 바탕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책이라 믿는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교육을 훌륭하게 수료한 의사로서, 병마와 싸우는 환자로서, 그리고 그 중간에서 고민하는 독특한 경험을 한 사람으로서 죽음을 마주하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며 행동하는 과정이 가히 놀랍다. 그 모습이 용기와 힘을 준다. 지금 계속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을 느껴본 적 있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30대, 40대를 살아가는 내 지인들과 이야기할 때 이 주제로 종종 귀결되곤 했다.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나만의 살아갈 이유와 힘이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게 이끌어준다. 그리고 삶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며 계속 나아갈 용기를 주는 책이다.
저녁 먹을 때가 되었지만 아직도 여운이 가시질 않는다. 다시 한번 읽으며 좋았던 구절들을 정리해야겠다. 그건 다음 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