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로사로 바라본 업의 본질

by 이 율

테라로사는 커피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대형카페다. 카페가 손님들에게 제공해야 할 요소들은 다양하다. 그 요소들 중에 내가 생각하기에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요소는 두 가지이다. 음식 맛(커피, 디저트)과 편안한 공간 제공이다. 테라로사는 위 두 가지를 훌륭하게 소비자들에게 내어주고 있었다.

먼저 음식 맛이다.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아이스 코스타리카 리카르도를 먹었다. 코스타리카 리카르도는 블랙 체리와 초콜릿 향이 나는 커피이다. 그리고 레몬 치즈 케이크와 쇼콜라 블랑을 시켰다. 레몬 치즈 케이크와 아메리카노, 코스타리카 커피를 번갈아 마시면서 테라로사가 음식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느낄 수 있었다. 테라로사는 주로 과일향이 나는 원두를 사용해 핸드드립 커피를 만든다. 나는 치즈 케이크를 먹을 때 기본 치즈 케이크를 좋아하는데 왜 레몬을 넣었을까 하는 원망을 가졌었다. 그런데 커피와 케이크를 같이 먹는 순간 왜 레몬 치즈 케이크를 선택했는지 알 수 있었다. 아메리카노와 케이크를 먹을 때 레몬 향과 커피의 향이 따로 놀고 있었다. 그러나 코스타리카 리카르도 원두를 사용한 핸드드립 커피와 케이크를 먹을 때 레몬 향과 블랙 체리 향이 서로 어울리며 과일향을 더 극대화시켜주었다. 아메리카노와 코스타리카 커피는 다른 커피 전문점과 다르게 부드러웠다. 커피의 떫은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테라로사는 커피 맛 그리고 디저트와 음료의 조화로 카페 업의 본질인 음식의 맛을 지키고 있었다.

그다음, 편안한 공간 제공이다. 테라로사는 세 가지로 편안한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동선, 시각, 청각이다.

동선

테라로사에 들어가면 내가 어떻게 카페를 이용해야 하는지 생각할 필요가 없다. 직원과 동선을 통해 실제 세계를 직관화 시켰다. 직원이 주문을 받을 때 어디서 무엇을 가져가야 하는지 설명해 준다. 다른 카페에서는 느껴볼 수 없었던 경험이었다. 보통 카페들은 "진동벨로 알려드리겠습니다"라는 말만 한다. 그러나 테라로사 직원은 "디저트는 바로 준비가 되어 카운트 옆에서 가져가시고 커피는 정면에 보이는 끝에서 진동벨이 울리면 가져가면 된다"라고 이야기해 준다. 그리고 그 동선이 직선으로 되어 있어 내가 어디서 무얼 가져가야 하는지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게다가 2층으로 가는 계단은 우측으로만 걸을 수 있게 만들어 놓아 아무리 손님이 많아도 복잡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다. 사람들이 그 동선에 맞추어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래서 사람이 많아도 카페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시각

테라로사는 건물 색상과 내부 색상을 동일하게 맞추었다. 건물은 벽돌로 되어 있으며 벽돌 색상은 회색, 흰색, 갈색, 검은색 네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내부는 나무로 되어 있으며 조명 색상은 전구색을 사용하고 있다. 이 색들은 벽돌 색과 동일하다. 테라로사는 조명 그리고 건물과 다른 색상의 소품을 통하여 테라로사가 원하는 부분을 강조하고 있었다. 카운터, 디저트 쇼케이스, 커피 스테이션에 전구색 조명을 비추고 있었다. 손님이 앉는 자리에는 빛이 상대적으로 들지 않는 곳에 천장 조명을 설치했고 빛이 드는 곳에는 테이블 위에 조명을 두어 강조하고 있었다.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시각적인 요소에는 색상뿐만이 아니었다. 테라로사 커피 스테이션은 오픈되어 있다. 커피 스테이션 배치는 핸드드립 커피를 만드는 직원이 손님들과 가깝게 되어있다. 핸드드립을 만드는 모습을 보면서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직원들이 업무를 각자 하나씩 한 자리에서 맡고 있었기 때문에 분주해 보이지 않았다. 손님이 많으면 제공해야 할 음료가 많기 때문에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여유로움을 느낄 수 없었을 텐데 충분한 직원 수와 커피 스테이션 배치를 통해서 시각적으로 편안함을 제공하고 있었다.

청각

여기서 편안한 소리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나는 그 답을 유튜브에서 찾을 수 있었다. 카페 asmr을 검색해서 영상을 시청하면 다음과 같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손님들 대화 소리, 커피 만드는 소리, 커피잔이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잔잔한 가사 없는 음악이다. 이 소리들은 방문객들이 카페에 기본적으로 기대하는 소리라고 판단했다. 개인적으로 편안한 소리를 제공하기 위해 테라로사가 들인 노력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 먼저 테라로사 천장부터 시작한다. 테라로사 카페 천장은 코르크로 되어 있다. 코르크는 소음을 막아주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외부 충격에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아이들이 지나다니면서 만지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테라로사는 코르크를 천장에 배치함으로써 카페 내부 소음을 줄이는 장점만을 가져갔다. 편안한 소리를 주기 위한 또 다른 노력이 있다. 그 노력은 커피 스테이션에 존재한다. 테라로사 메뉴에는 스무디가 없다. 스무디가 없다는 말은 음료를 제조할 때 블렌더가 필요 없다는 이야기이다. 블렌더가 내는 소음은 위에서 이야기한 소리에 포함되지 않는다. 즉, 커피를 즐기러 온 사람들이 기대하지 않는 소리이다. 거기에다가 얼음을 커피 잔에 담는 아이스 스쿠퍼는 플라스틱을 사용한다. 스쿠퍼가 플라스틱인 게 뭔 대수냐라고 생각할 수 있다. 얼음을 스쿠퍼로 풀 때 만일 스테인리스 소재였다면 얼음과 스테인리스가 부딪히는 소리가 발생한다. 그런데 플라스틱을 사용함으로써 얼음을 담을 때 나는 소리를 차단했다. 이 소리도 편안한 소리와는 거리가 멀다. 실제로 커피 스테이션 바로 앞에서 얼음을 플라스틱 스쿠퍼로 푸는 모습을 의식적으로 보고 있었음에도 들을 수 없었다. 테라로사는 내부 인테리어 소재부터 자그마한 집기까지 신경을 써서 손님들이 원하는 소리를 제공했다. 이 덕분에 일행과 대화를 하고 있음에도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다시 되묻거나 크게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되었다. 다른 대형 카페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경험이었다.

정리

테라로사는 치열하게 카페 업의 본질인 커피의 맛과 공간을 손님들에게 내어주고 있었다. 커피와 디저트의 조화로움, 편안한 공간을 만들기 위한 큰 요소부터 작은 요소들까지 어느 하나 허투루 쓰지 않았다. 그리고 그 노력들이 따로 놀지 않고 하나의 카페를 이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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