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

by 이 율

냉혹하다.


모두가 1등이 될 수는 없다. 말 그대로 일 등은 한 사람이니까. 나머지는 다 죽는다는 말이다. 살아남지 못한 순간들이 내 경험 속에는 많다. 그 중 하나인 초등학생 시절 학원을 다녔던 이야기다. 학원에서는 학교 시험을 치고 나면 성적을 확인한다. 다같이 한 반에 모여 하나 둘씩 점수를 이야기 한다. 평균 95점, 90점, 80점. 여러 점수들이 반 안을 누빈다. 평균 점수가 90을 넘으면 선생님의 칭찬을 듣는다. 평균 점수가 80점이면 선생님의 격려를 받는다. 그러다 모든 점수들이 공개되어 그 자리에서 1등 점수가 나온다. 최고 점수를 받은 아이는 선생님 칭찬과 아이들의 부러움을 얻는다. 나도 기쁨이 담긴 선생님 칭찬과 아이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그 순간보다 격려를 받은 일들이 훨씬 많았다. 그럴 때면 선생님에 대한 미안함과 씁쓸함을 느꼈다. 열심히 가르쳐 주신 선생님 기대에 부흥하지 못했구나. 나도 몇 번은 최고의 자리에 오른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러지 못했네. 점수를 높게 받은 시험이면 성적을 공개하는 일이 즐거웠다. 반대로 점수가 낮으면 점수를 공유하는 일이 부담이 되었다. 항상 1등이 될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차지하는 일은 어려웠다. 여러 명을 지나 최고 라는 곳에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오르기 위해 허덕였던 내 모습을 생각해 보니 안쓰러웠다. 나 뿐만 아니라 최고가 되지 못한 아이들의 씁쓸해 하는 표정이 떠올랐다. 옛날 경험을 생각하면서 1등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 라는 말을 읽은 순간 나는 이 말이 냉혹하다고 느껴졌다.


1등이 가지는 특징에 대해서 생각해보기 전까지는 인정 없이 가혹하다고 생각했다. 칭찬을 받고 부러움을 사는 특징을 이야기 하는 건 아니다. 모든 최고 자리가 긍정적 평가를 얻는 건 아니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특징은 다음과 같다. "1등 자리는 시간과 공간에 따라 변한다. 그리고 다수와 경쟁해야 한다." 대회를 예로 들어보려고 한다. 회차가 있는 대회의 경우 그때마다 1등 자리가 새로 생긴다. 1회, 2회, 3회 대회. 그리고 그 회차에 따라 우승자가 새롭게 탄생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이 경우 시간에 따른 변화이다. 공간에 따라 변하는 대회는 다음과 같다. 경쟁하는 분야는 동일하다. 그러나 지역에 따라 최고 자리가 달라진다. 서울시 대회, 경기도 대회, 과천시 대회 등이 있다. 이처럼 최고 자리는 시간과 공간에 따라서 새로이 생긴다. 즉, 항상 변한다는 이야기이다. 게다가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여러 명과 상대해야 한다. 규모에 따라 몇 명과 만나게 되는지만 달라질 뿐이다.


시간과 공간에 따라 변하고 다수와 경쟁해야 하는 1등 특징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 문득 질문이 생겼다. 변하지 않고 경쟁자가 없는 자리는 무엇일까. 둘 다 만족하는 자리는 없었다. 그러나 경쟁자가 없는 특징을 가지는 장소는 있었다. 바로 '나'다. 5년전 나와 10년 후 나는 다르다 그러나 나라는 분야는 경쟁자가 없다. 그 곳은 나만 앉을 수 있다. 자신이라는 분야를 알게 되자 생각이 바뀌었다. 처음에는 1등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말이 냉혹했다. 항상 내가 그 자리에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가혹하다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모두가 '나'라는 분야에서 1등이 될 수 있다. 누구나 살아남을 수 있다.









keyword
팔로워 1
작가의 이전글논리적인 글은 두괄식으로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