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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니정 Aug 05. 2021

공구상이 디지털 노마드가 될 수 있을까?

[#23] 공구상도 돌아다니며 일할 수 있을까?

한때 ‘디지털 노마드’라는 단어가 유행했었다. 사무실에 출근할 필요없이 노트북 하나라면 언제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슬랙, 트렐로, 노션, 줌 등의 커뮤니케이션 툴의 등장과 프리랜서와 코워킹스페이스 시장의 성장이 이 디지털 노마드에서 시작되었다. 개발자와 디자이너에서 이제는 다른 직무까지 생산성을 검증받으며 주류 문화로 자리잡았고 더하여 코로나가 터지며 모두가 강제로 디지털 노마드를 경험하는 세상이 왔다. '디지털 노마드'가 유행'했'었다고 말한 이유는 없어져서가 아니다. 이미 모두가 디지털 노마드이기 때문이다. 'We are the world'


(서해 갯벌 앞에서라도 이러고 싶었다.)


누구나 디지털 노마드가 되어버린 세상 속에서 나도 부러웠는지 이렇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공구상이 디지털 노마드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공구상이 디지털 노마드가 되기는 어렵다. 억지로는 가능하나 운영이 어렵다. 사실 환경 조건은 근래에 많이 갖춰지기는 했다. 재고 관리도 위탁 판매나 바로 도매상에 떼서 보내는 형식으로도 되고 비대면 문화의 발전으로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으로 판매가 많이 되니 손님이 오프라인으로 방문하는 가게는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나도 처음에는 혁신병(?)같은 게 있어서 감히 이런 망언을 속으로 되뇌곤 했다.


공구업계도  바뀌어야지, 언제까지 가게 알박기나 하고 있으려고?
 

많은 시도가 있었다. 집 옆동네에 작은 사무실을 차리거나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 독서실같은 작은 좌석을 하나 얻고 코워킹스페이스 멤버십에 가입해서 그 코워킹스페이스 지점을 돌아다니며 일했다. 이렇게 돌고 돌며 힙하게 일하고 싶었던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결국엔 안양 평촌학원가에 가게 겸 사무실을 차리게 되었다.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말을 부지런하게 실천하며 공구 재고가 없는 떠돌이생활을 했던 나. 돌이켜 생각해보니 공구상에게 가게 하나는 꽤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내 첫 사무실, 집 옆의 반지하 상가 사무실이었다.)


가게는 고객에게 제품이 조달되는 첫 지점이다.

주문이 들어오면 재고를 가져와서 포장하고 택배기사님에게 들어가는게 가장 포멀한 형식이면서 검수과정까지 모두 거칠 가장 깔끔한 방법이다. 내가 보지 않은 제품의 배송은 쉽지만 나중에 반품,교환 처리가 까다로워지고 전화로 상담을 요청한 고객에게 제품을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가게는 공급처에게 어필하는 좋은 무기가 된다.

‘당신의 회사는 어떤가요?’라고 물어봤을때 가게를 보여줘야 하는 순간이 많았다. 공간의 크기, 가게에 어떤 제품들이 진열되어있는지 어떤 제품이 재고로 쌓여있고 어떤 제품이 매대에 있는지, 지역이 어디냐에 따라서도 가게의 특성은 달라진다. 주택가에는 집수리용 철물, 건설현장 근처엔 건자재가 많이 있는 것처럼. '난 이렇게 판매하고 있고 앞으로 이렇게 판매할꺼야!.'라는 매력을 어필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 가게이다. 규모있는 제조사에서는 가게를 한번 쭉 둘러보고 이 가게는 얼마정도 우리 물건 팔아줄지 눈 견적이 나온다고. 공구상에게 가게는 전시장, 패션 런웨이와 같다.


(광주의 유명 대형 철물점 리오 건축자재공구백화점)


결국 공구상은 집보다는 가게에서 일이 시작되어야 한다. RPG 게임을 시작하는 특정한 어느 곳이 있듯이 내가 공구를 판매하기 위한 모든 활동은 가게, 사무실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예전에 어느 공간 브랜딩 전문가가 이야기했다.

 

‘공간은 기업의 아이덴티티다.’

코로나가 다시 기승을 부려 비대면과 재택근무가 강화된 시점에 나는 열심히 내 가게, 사무실로 출근해본다.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면 일단 가게로 기어들어가 생각한다. 가게에 들어온 순간 '나는 공구를 판매하는 사람이아.'라는 마음가짐을 하게 된다. 의무감이나 자부심이라는 표현도 맞다. 아니면 '내 존재를 증명하는 순간'이 맞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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