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가 그려본 문경새재의 콘텐츠들

[#32 Seoul] Inspired By MunKyung City

Nov 2. 2021

이번 주는 오랜만에 서울을 떠나 경상북도 문경으로 여행을 다녀왔어.

가끔 짧은 시간이라도 지방 여행을 다녀오는데 가면 여기저기 쏠쏠한 재미들이 있어. 우리가 잘 아는 관광지와 특산물이 있긴 하지만 그 지역만의 특색을 이용한 제품, 서비스들을 들여다봐. 서울에서 느끼지 못할 많은 영감이 들어있거든.

경상북도에 있어서 대구나 구미처럼 멀어 보이겠지만 충청북도 바로 아래쪽이라 생각보다 가까워. 그래서 차가 밀리지만 않는다면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어. 서울에서 3시간 정도 부지런히 내려가면 산으로 둘러싸인 시골 도시가 나와. 완벽한 가을은 아니지만 여기저기 빨갛게 물든 산속의 단풍이 오히려 더 예뻐 보이더라고. 가을을 차마 준비하지 못한 여름을 보는 것 같았지. 서울의 빼곡한 아파트와 꽉 막힌 도로만 보다가 시야가 뻥 뚫린 꼬불꼬불 2차선 도로를 보니 나도 모르게 속이 후련했어.

문경하면 뭐가 떠오를까? 사과? 오미자?

나는 문경새재가 제일 먼저 생각나. 옛 선비들이 과거길 고개이자 가을 트래킹 코스, 그리고 드라마 세트 촬영장이 있기로 유명하지. 문경새재는 생각보다 많은 영감이 담겨있는 곳이야. 주차장에 들어서면서부터 제 3관문 조령관까지의 8km 길에는 온갖 볼거리들이 가득 차있는데 유심히 들여다보면 어떻게 하면 관광객을 즐겁게 할지 고민이 엿보여. 동시에 내가 만약 문경새재의 기획자이면 어떤 걸 만들어봤을까라는 상상을 해봤어. 문경새재는 기획의 상상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아주 좋은 소스야.

Activity, 컨셉이 담긴 트래킹, 조깅 프로그램들

문경새재는 선비들이 과거 합격을 위해 넘는 고개였어. ‘새도 넘기 힘든 고개'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에 이 고개를 넘으면 새처럼 올라갈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래. 그리고 문경새재에는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 3개의 관문이 있는데 등산객들의 목표점이 되고 있지. 여기에 나는 컨셉츄얼한 트래킹 프로그램이 기획되면 어떨까 싶었어. 고개를 넘으면 성공한다는 미신과 1,2,3 관문이라는 게임 스테이지같은 스팟들이 트래킹과 조깅을 더 재밌게 하지 않을까? 쓰레기를 줍는 달리기인 플로깅(Plogging)이나 서울의 나이키, 아디다스 런처럼 문경새재도 런 이벤트가 있어도 좋겠다 싶더라고. 이 런을 완주하면 앞으로 계획되는 일은 무조건 잘되는 거야.

Local Shop, 진짜 애플스토어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문경새재를 방문했을 때는 한창 사과 축제 중이었어.(10월 31일까지)

문경새재를 들어가는 2차선 도로 양쪽으로 해서 과수원에서 직접 수확한 사과를 판매하는데 보는 순간 재밌는 생각이 들더라고. 진짜 애플스토어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나 싶었어. 여기에 강력한 사과 컨셉의 편집샵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사과의 패키징 디자인을 내세우거나 더 나아가 사과의 트렌디한 그래픽, 의류 디자인을 런칭하면 좋을듯 했어. 사과를 맛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나 나만의 아이템으로 소장하고 싶은 니즈는 분명히 있을거 거든. 단지 지역 특색이 현대적으로 잘 해석한 브랜딩은 필요할꺼야.

Contents Pool, 창작자를 위한 세트 촬영장

문경새재 길을 걸어가는 곳곳 세트장에서는 실제 드라마 촬영이 이루어지고 있어. 여기서 나는 이 촬영장이 영화, 드라마만 국한될 필요가 있나 의문이 들었어. 온라인에서는 쿡방, 웹드라마, 브이로그, 인터넷 생방송 등 다양한 콘텐츠들이 만들어지는데 여기에 전통 한옥과 고궁이 들어간다면? 여태 보지 못한 독특한 분위기가 날 것 같아. 게다가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곧 생산하는 사람들이기에 문경새재의 바이럴 효과도 톡톡히 보장될 거야. 결국 문경새재는 창작자들의 크리에이티브가 마구 발산되는 자유로운 촬영 공간인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