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가 되어 깨달은 것들

30대가 되어서야 느끼게 된 11가지의 감정들

by 재니정

*이제 완벽한 30대가 된다.

2018년이 되면 나는 이제 완벽한 30세가 된다. 만으로도 칠 수 없고, 어느 국적으로도 20대라고 할 수 없는 나이가 된다. 그래서인지 작년 이맘때쯤에는 20대에 속해있다는 안정감에 내가 나이를 한 살 먹는다는 것에 별 감정이 있지는 않았지만, 이번에는 살짝 뭔가 심경의 흔들림이 있었다. 20대의 기억에서 내가 변화된 생각과 행동을 하나씩 적어보려고 한다. 앞서 나이를 먹은 형, 누나들의 이야기와 비슷할 수 있겠지만, 내 경험에 초점을 맞추어 써보려 노력하고자 한다.


1. 직장이 아닌 직업을 찾자.

20대에는 직장이 좋아야 행복할 줄 알았다. 남들이 들어본 대기업, 혁신적인 스타트업에 들어가야 내가 살 맛이 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극소수였다. 많은 친구들이 어엿한 대기업에 들어가고 나서 1년이 지나니, 딱딱한 조직 문화에 지쳐 하나둘 퇴사하기 시작했다. 남들이 아는 혁신적인 스타트업에 들어갔지만 성과에 대한 압박과 과도한 야근 때문에 그만두기 시작했다. 물어보면 그들은 '내가 어디서 일하는지만 있었지, 어떤 일을 하는지는 없었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너 어디서 일해?'만 있고, '너는 무슨 일 해?'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것이다. 반면, 자기 직업을 알고 꾸준히 밀어붙인 사람들은 행복해 보였고, 연봉, 복지, 야근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하는 일을 즐겼고, 나오는 성과에 기뻐했으며, 앞으로 다가올 프로젝트에 잠을 못 자며 기대했다. 만족하는 직업이 있으니 커리어, 경험은 당연히 빠르게 쌓여갔다. 결국 직업은 나의 가치관과 행복을 결정해주는 중요한 척도였고, 그 직업이 있는 곳에 진정한 직장이었다.


2. 한 명 더 넓게 사귀는 것보다, 내 주변 사람을 한번 더

20대 대학생 때는 주위 친구가 많던 선배를 동경했다. 거미줄같이 엮인 네트워크의 중심에 있으면서 지나다닐 때마다 누구나 인사하는 선배를 바라보며 배우고 싶었고, 내가 실제로 그런 적도 있었다. 하지만 30대가 되니, 이런 스포트라이트에 지쳐갔고, 자연스럽게 그 많던 알던 사람들은 어떻게 해도 흩어져버렸다. 사람 사귀는 사회적 경험에 의해 성격 차를 금세 눈치채며 서로 한 발짝씩 물러나는 사이가 많아졌던 것이었다. 무조건 과일을 쓸어 담아 먹어보고 썩었는지 뱉지 않고, 눈대중으로 보고 좋은 과일을 골라냈다. 나에게 남는 사람들은 나와 감정을 나누었던 사람들, 맛있는 안주가 없어도 술잔을 기울이며 추억을 쉴 새 없이 쏟아낼 수 있는 사람, 나에게 담백한 이야기를 쏟아내는 사람들이었다. 이런 사람들을 찾아 한번 더 술을 사주고, 도움을 줄 걸 그랬다.


3. 부모님 건강을 미리 챙겨드릴걸

10월에 한 번도 아프지 않았던 아버지가 쓰러지셔서 병원에 입원하셨다. 우리 가족에게는 아버지의 입원이 큰 일이었으나 다른 친구들에게는 아니었던 것 같다. 일찍 돌아가시거나 한번 편찮으신 아버지의 아들, 딸이었던 친구들이 나에게 힘이 나는 좋은 말, 건강을 챙겨드리라는 말들을 해주었다. 그리고 이제 내가 남들에게 말하는 입장이 되었다. 어머니는 10월 이후로 한 번도 집에서 들어오시지도 못했고, 나는 내 직업을 포기하였다. 정신, 체력적 소모가 심할뿐더러 미래의 방향이 바뀐 이유는 단 하나, 아버지의 건강이었다. 아버지가 술 드실 때 내가 좀 더 잔소리하고, 강제로라도 종합검진을 받으실 수 있게 하는 것을 후회한다. 부모님의 건강은 지속적으로 챙겨드려야 한다. 불현듯 찾아오는 병은 본인뿐만 아니라 주위를 힘들게 할 수 있다.


4. 공부 더 열심히 할걸

나는 20대 때, 공부보다 경험을 중요시했던 사람이었다. 오래고 지친 수험생 생활 때문인지, 밖에서 나다니는 밴드 생활 때문인지 나는 공부를 참 경시를 넘어 천시했었다. 학점만 높고 동아리, 서포터즈 경험이 없던 사람에게 혀를 끌끌 찼었다. 특히나 내가 전공했던 경영학은 이론보다는 케이스 스터디가, 기업 하나의 자체가 경영의 하나의 케이스였고 정립된 이론이었기에 전공 부분에서도 난 경험을 더 중시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공부를 하고 싶다. 경험은 내 커리어, 미래를 책임져주지 못했다. 신입 때 일을 배우고 이 일이 익숙해진 1년이 지나면 이 일에서 더 나아갈 수 없는 매너리즘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 매너리즘을 빠질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보스의 강한 드라이브나 학문적 공부뿐이었는데 내 위치상 공부밖에 없었다. 전공 학문에 대해 치열하게 공부하고,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그 시간을 이제 30대가 되어서야 하고 싶다.

(혹시 모른다. 공부만 했던 사람과 경험만 했던 사람들은 서로 동경하고 있을 것이다.)


5. 운동을 꾸준히 할걸

내 20년 지기 친구가 있다. 고등학생 때 내 친구는 50kg대의 마른 몸이었고 나는 80kg의 비만이었다. 대학생이 되고 직장인이 되자, 그 친구는 살이 찌지 않기 때문에 운동 습관이 없었고, 나는 살이 찌기 싫어 항상 운동을 하였다. 지금 드디어 30대가 되어서야 지금 같은 몸무게가 되었다.

30대가 되어 운동하는 습관이 없어 급하게 몸집이 불어난 친구들이 있다. 본격적으로 아재가 되기 위한 과도기가 아닌가 싶다. 지금 운동을 시작하면 조금 늦었다. 20대 때 미리 운동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6. 책을 더 많이 읽을걸

대학생 때 지식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많았다. 나보다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사람이 내 주위에 항상 있었기 때문에 그들에게 듣고 보고 배우면서 지식을 얻어나갔다. 인터넷에서 검색만 해도 금방 알 수 있었고, 모든 정보가 곧 나의 밑거름이 되었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이 정보들이 상당히 가볍다는 걸 느꼈다. 누구나 찾을 수 있고, 가공할 수 있는 정보이다 보니 남들보다 더 좋은 정보, 그 루트를 찾는 데에는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다. 30대에는 더 바쁘고, 사회에 휘둘리는 일이 있다 보니 정보를 얻는 기회가 줄어들었다. 이때 시간이 적게 드는 책이 가장 좋은 정보 수집 방법이라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어렸을 때 책을 더 읽어볼걸 그랬다.


7. 후배, 동생들을 더 잘 챙기자

나는 선배 복이 꽤 많았다. 내가 홍보, 마케팅 쪽으로 빠질 수 있게 도와준 가장 고마운 형을 필두로 나의 어린 생각을 묵묵히 받아준 형, 누나들이 많아서 내가 더 넓은 지혜를 가지고, 매일 착실하게 발전할 수 있었다.

이제 후배들에게 내가 베풀어주고, 배우고 싶다. 아직 더 배워야 하는 입장이지만, 누군가가 나에게 배움을 얻고 싶다면 먼저 알려주고 싶다.


8.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출근길에 정장을 입은 직장인들과 작업복을 입은 직장인들이 교차되는 순간을 볼 때가 많다. 기간 절반을 돈을 제대로 벌어보지 못한 20대 때는 정갈하게 앉아 펜대를 잡아야 이게 비로소 직업을 잘 잡았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막상 내가 화이트 칼라에서 블루 칼라로 가니 실상은 전혀 그게 아니었다.

화이트 칼라라고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아니었고, 블루 칼라라 해서 하찮은 일을 하지 않았다. 우리가 하찮은 일, 학력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알고 보니 화이트 칼라보다 돈을 많이 버는 경우가, 가치가 있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또한, 점점 기술이 대접받는 트렌드가 도래하며 기술자들이 멋진 전문가로 성장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대졸자들의 취업 문턱은 높아지고, 문명의 발전에 따라 직업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이때 우리에게는 '어느 한 직업만을 동경하는' 태도가 아닌 '모든 직업의 전문성을 존중하는' 태도가 있어야 한다. (어쩌면 화이트 칼라, 블루 칼라 자체의 말이 없어져야 할지도 모른다.)


1.jpg


9. 담백한 사람이 되자.

누군가에게 도움이 받고 싶거나, 친해지고 싶거나, 영업을 한다면 그 사람에게 살랑살랑 대고 뭐든 잘해주면 될 줄 알았다. 그리고 그 사람이 나의 호의에 못 이겨 나에게 좋은 반응 보여주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나도 눈치가 생겨보니까 그게 아니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나의 의도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그 의도보다는 내가 보이는 진정성 있는 태도에 반응을 하는 것이었다. 앞으로는 모르는 사람 vs 아는 사람 구도가 아닌 잘 아는 사람 vs 잘 아는 사람의 팽팽한 인간관계가 많이 정립될 것이다. 여기서 필요한 건 내 실력보다는 진정성 있는 태도이다. 못 이겨서 나오기보다는 진심이 나오는 반응을 이끌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10. 어설픈 동정은 하지 말자.

세상엔 나보다 불행한 사람이 많다. 20대의 나는 그들에게 불쌍해서 도와줘야겠다는 감정을 마음대로 분출하며 남을 도왔다. 물론 감사도 받았지만, 오히려 기분 나빠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도움을 받을 필요 없어.'하는 도움의 거절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이가 먹으면서 점점 무슨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오히려 '불쌍하다. 도와줘야지'라는 동정은 그 사람을 나보다 아래로 취급해버리는 위험한 감정이었다. 정말 그 사람을 위하는 것이라면, 그 사람을 다른 사람과 똑같이 대해주는 게 더 좋다는 걸 깨달았다. 설상 도와준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이 어려운 상황에 잠시 처했을 뿐이지, 패시브한 도움을 받을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모든 사람들 공정하고 평등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2.jpg


11. 경험은 중요하나, 트렌드도 역시 중요하다.

흔히 말하는 '꼰대'를 나는 이렇게 정의한다. '경험만 받아들이고, 새로운 트렌드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여태까지 했던 경험이 곧 불변하는 가치로 굳어져 새로운 트렌드를 변종된 가치라고 일컫고 배제하는 사람이라고 보면 되겠다. 새로운 트렌드나 가치를 들고 오는 젊은 세대들에게 경험 부족을 이유로 찍어 누르는 상황이 이 생각에서 나온다. 경험이 물론 중요하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망설이는 선택이 있기에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능숙히 대처할 수 있다. 그러나 미래는 과거에 반복된 현상만 다가오는 것이 아니다. 불확실하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원으로 대처할 수 없는 상황이 앞으로 많이 벌어질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경험과 함께, 새로운 트렌드를 항상 받아들이는 태도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어른들에게도 배워야 하고, 아이들에게도 배울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뒤돌아보며 느낀 내 감정을 꾸준히 안고 가자.

2018년이 되는 건 달력이 뜯기며 숫자가 바뀌었을 뿐이지, 내가 갑자기 성숙을 한다거나, 급격한 변화를 이루어야 할 필요는 없다. 연초 목표를 크게 잡았다가, 연말에 사그라들어 올해는 글렀다며 자책할 필요도 없다. 변화는 우리도 모르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내 위의 12가지 감정도 바로 생긴 게 아닌, 뒤를 돌아보니 발자취에 남겨져 있던 것들이다. 내 감정들을 뚜렷하게만 알고 있다면, 목표는 표면적으로 잡지 않아도 우리 마음속에 무의식으로 남겨져 있을 것이다. 난 이번에 목표를 세세히 잡지 않으려고 한다. 다만, 저 위의 감정들을 가지고 내가 매일 업데이트될 수 있게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갈 예정이다.



작가의 이전글스타트업 청년, 공단 청년이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