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창궐하여 많은 국민들이 고통받는 이 마당에, 나의 개인적인 고민으로 글을 쓰려니, 송구스러운 마음이지만 그래도 나는 오늘도 내가 쓸 수 있는 것에 대해 담담히 써보겠노라 마음먹으며, 내 요추 이야기를 해보련다. 그렇다. 이번에도 요가와 관련된 이야기다.
그날은 코로나 19 슈퍼 전파자로 알려졌던 31번 대구 확진자가 확진을 받았던 날인 2월 18일이었다. 같은 날 아침 나는 새로운 계획을 했다. 평화롭게 홀새수를 하고 요가원에서 오전 10시 수련을 하는 것 까지는 평소와 다를 것이 없었는데, 한번 더 저녁 6시 50분 수업에도 출석해보리라 욕심을 부린 것이다. 일단 집중력 있게 오전 수련에 임했다. 초반부 내게 부족한 아사나 위주로 하고, 중반부가 지나서는 역시나 극한 후굴 동작이 나왔다. 최대한 할 수 있는 데까지 낑낑거리며 따라 했다. 수련이 끝나고 나서도 오후 내내 팔이 후들후들 떨릴 정도로 강도 높은 수업이었다.
저녁을 일찍 먹고 또 요가원에 가려는 나를 보고, 남편은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니냐고 쉴 것을 권유했으나, 언제 또 이렇게 열심히 해볼 수 있겠느냐고 강행하기로 했다. ‘살살하면 되겠지’하는 마음으로 평소에 뵙기 힘든 선생님의 수업을 들으러 요가원으로 갔다. 선생님은 대뜸 “오늘은 후굴 되시는 분들이 오셨으니까, 열심히 꺾어봅시다.” 하시는 거다. 어라 이게 아닌데, 나는 슬슬 몸 풀면 좋겠는데. 오전에 이미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후굴을 쏟아낸 것 같은데 또 후굴이라고? 괜히 왔나 하는 마음까지 드는 것이다.
저녁 수련의 절정은 간다베룬다였다. 일명 ‘유지태 자세’로 알려진 메뚜기 자세와 비슷한데, 물론 최근에 관련 영상을 보고 나도 시도해보고 싶었던 자세이다. 하지만 오늘은 날이 아닌 것 같은데… 일단 해본다. 수련학생이 4명밖에 없는 단출한 수업에서 나만 안 하고 있기는 쉽지 않다. 내 오른쪽의 미선은 간다베룬다를 몇 번의 시도 끝에 혼자 해낸다. ‘와’ 속으로 감탄하며 선생님이 알려주시는 방법을 유의하며 시도하지만, 다리 힘만 세서 턱으로 서지도 못하고, 꼬꾸라질 뻔했다. 선생님은 조심해야 한다고 척추에 힘을 풀면 안 된다고 주의할 점을 강조하시며, 한 명씩 핸즈온을 하기 시작했다. 평소엔 너무나 상냥하고 친절하신 선생님이지만 이럴 땐 내게 다가오는 게 그렇게 두려울 수가 없다. 내 옆에 서서 다리를 차올리라고 다리를 잡아주신다. 간신히 턱으로 서, 그만 내려가기만을 기다리며 헉헉대는 내게, 그 자세에서 무릎을 궆혀 머리에 발끝을 터치하도록 계속 잡아주시는 것이다. 그 순간 헉 소리가 날만큼 허리가 꺾이는 느낌이 났다. 반사적으로 다리를 바닥에 내렸다. 거기까지 가기 전에 내가 그만뒀어야 하는데, 허리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든다.
이틑날에도 요추의 통증이 계속되었다. 허리를 숙일 때 요추 사이사이는 욱신거리고, 요추 오른쪽에 붙은 근육부위가 찌르르한 느낌으로 아팠다. 며칠 쉬면 났겠지 싶어 그다음 날부터 깊은 후굴을 피했다. 이틀 후 핸즈온을 해주셨던 선생님을 만나 그날 이후로 허리가 아프다고 했더니, 그래도 지금 나 정도로 움직이는 거면 괜찮을 거라고 본인의 척추 분리증 이야기를 해주신다. 본인은 척추 사이가 끊겨서 태어났다고, 그래도 꾸준히 요가 수련을 통해 수술 없이 살고 있다고. 거기서 무슨 말을 더 하랴. 괜찮겠지 하고 며칠이 더 지나자, 그동안 대구의 코로나 19 확진자가 수백 명으로 늘어나 있었다. 코로나 19의 확산 방지 차원에서 내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요가 워크숍이 연기되고, 내가 다니던 요가원도 휴강한다는 연락이 온다. 열정적으로 해오던 수련을 쉬게 되어 아쉬우면서도, 내 허리도 휴식이 필요하다며 위안했다. 코로나 확진자 수의 증가와 그에 따른 우리나라 전반의 공포 분위기와 경기침체에 비하면 뭐, 아무것도 아니었다.
2월 27일, 하루에 몇백 명씩 확진자가 쑥쑥 늘어가던 중 가장 가장 큰 폭으로 505명이 확진되었다는 뉴스를 들으며, 내가 허리를 다친 이후로 며칠이 되었나 세어보다가 딱 10일이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나의 허리 통증은 여전히 나을 줄을 몰랐다. 그때부터 더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허리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자가 검진(?)했다. 아무래도 기립근은 아닌 것 같았다. 디스크가 자극된 건가, 더 심해지면 디스크가 진행되는 건가?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등근육을 강화하는 자세, 이완하는 자세 찾아 해보기도 했다. 이태껏 이렇게 시간이 지나도 낫지 않은 통증은 없었기에 때문에 더 애가 닳았다. 앞으로 후굴을 전처럼 못하게 될까 봐 겁났다. 그러다가 인터넷으로 척추 쪽 근육을 찾아보다가 다열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립근 보다 더 척추 코어에 관여하는 근육으로, 척추 사이사이에 연결되어 있었는데, 내가 아픈 부위와 흡사했다. 지금으로써는 오른쪽 요추 윗부분의 다열근이 과다하게 쓰여 다쳤다는 가설이 가장 타당해 보였다.
코로나 확진자 수는 잡히지 않고 계속 늘고 나의 요추 통증도 잡히지 않는다. 코로나 덕에 그래도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기에 나의 부상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나의 무탈했던 몸이 간절히 그리운 요즘이다. 지금도 다치던 날을 떠올리면 “내 딴에는 조심한다고 했는데……”를 반복하고 있다. 내 몸이 말하는 소리에 더 섬세히 귀를 더 기울였어야 했다. 자세를 완결하지 못하고 도중에 내려온다고 나 자신이 별로가 되는 건 아닌데. 자꾸만 다친 순간의 영상을 복기하게 된다. 뼈 아픈 경험으로 겸손을 다시 배운다. 그동안 운이 좋아 다치지 않은 것이지, 이 정도 다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해야겠다.
오늘 새벽 수련을 마치고 차를 마시며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뉴스쇼’를 듣는데 대구 예식장에 다녀와 확진된 익명의 청취자, 확진환자가 음압 병동에서 자청해 전화 인터뷰를 했다. 그때 식장에서 마스크를 꼭 쓰라는 아내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이 너무 후회가 되었다며,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국민들께 꼭 말씀드리고 싶은 당부가 있다며, 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을 강조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한가운데를 온몸으로 통과 중인 자의 절절한 경험담을 듣고, 나는 그의 말을 곱씹다가, 주책맞은 눈물이 흘러나와 괜히 숙연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