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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잔 janjan Oct 30. 2020

0. 우리와 나

우리와 나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게요.





우리


이러쿵 저러쿵 ‘그런 느낌’

이건 우리가 수많은 팀플과 회의와 대화를 거치며 가장 많이 했던 말 일거다. 아 이래이래해서 저래저래 한 

그런 느낌 있잖아. 알겠지? 하면 열에 여덟은 아 뭔말인지 알겠어. 하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리고는 그런데 어떻게 쓰지? 하는 인간들이다 우리는.


좋아하는 것 참 많다. 하고 싶은 말도 참 많은 것 같다. 

어쩌면 많은 것들을 바쁘고, 가볍게 좋아한다. ‘좋아한다’ ‘싫어한다’ ‘슬프다’ ‘기쁘다’. 일상 속에서 쉽게 내뱉는 이 단편적이고 평평한 단어들을 다르게 말하고 싶어서, 

내가 애정을 가지는 것들을 더 많은 단어로 말하고 싶어서, 이런 글쓰기를 시작해보았다.


DD





우리

우린 재밌는 사이

제멋대로 흔들지

다른 곳을 보며

같은 춤을 추지

‘Cadejo – 우리’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생각나는 손에 꼽는 사람 중 가장 선명한 건 DD였다. 우리는 꽤 자주 오만가지 상황 속에서 비슷한 짓을 하고 있었다. DD를 처음 만났을 때는 나와 완전히 다른 종류의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나는 술을 미친듯이 많이 먹는 치기 넘치는 새내기였고 DD는 취한 모습을 아낄 줄 아는 사람이었다. 나는 거절도 빙빙 에둘러 하(려다가 결국은 못 하)는 사람이었고 DD는 차갑지 않게 거절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DD는 학창시절 내내 모범생이었지만 나는 좀 아니었고 ... 



다른 길을 걷고 있는데도 요상하리만큼 자주 마주쳤다. 같은 음악을 듣고, 좋아하는 분위기가 비슷하고, 화나는 포인트 유머 포인트는 거의 한 사람의 것 같았다. 이상하리만치 나와 비슷한 곳에 닿는 사람. 

우린 다른 곳을 보며 같은 춤을 추는 사람들! 같은 듯 참 다른 우리니까,

 여러가지 주제를 같이 이야기해보면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무모하지만 언제나처럼 일단 저질렀다. 일단..뭔가..해보자..


040










DD(디디)


보고 듣고 읽는 것을 좋아하지만 쓰는 것에 만은 세계최강부끄럼쟁이이자 인색한 사람. 

쓰다 만 일기장 10권 쓰다 만 글 30개 언젠가 써야지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둔 아이디어 50개 해서 

맘 속에 있는 글이 삼천육백개 정도 된다. 


아무도 안 시키고 아무도 안 물어봤지만 항상 누군가의 취향을 저격하고 싶어한다. 

누군가 내가 추천해준 노래가 좋다고 하면 일주일 동안 아니 사실 그 노래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유형의 사람. 


귀엽고 우울한 것을 좋아한다. 쉽게 좋아하고 감동하고 슬퍼하지만  

나름 Cool해지려고 노력한다. (거의 실패한다)


Like 시트콤 군것질 산책 고양이

Hate 길거리에서 침 뱉는 인간들





040 (공사공)


나라는 사람을 설명하는 일만큼 힘에 부치는 일이 또 있을까. 

나를 제대로 바라보기란 서울에서 김서방 찾는 것만큼 까다롭고 지겹다. 

지겹다고 치부하며 이 일에 자주 소홀해 왔다.(실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어서 외면했다) 

소홀함과 게으름은 무능력과 아주 가까운 사이같다. 

점점 “Let me introduce myself to you~♪”가 그 어떤 질문보다 어려운 사람이 됐다.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 보잘 것 없는 글 솜씨지만 이것저것 떼어다가 나를 형용해본다. 

나를 수학적으로 설명하면 시그마 공식으로 얘기할 수 있겠다. 

(~난 문과여서 이걸 공식에 비유하는 게 맞는지 까지는 잘 모르겠어!~)

나는 뭐랄까, 내가 아는 것의 총합이라고 볼 수 있다. 

나의 가족, 애인, 우리집 강아지, dd와 친구들,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 내가 열심히 염탐하고 부러워 마지않는 작가들… 그들의 생각과 말과 글과 표정과 몸짓이 모두 다 나의 부분이 되었다. 

~나는야 완벽한 타인~ 

타인이야 말로 나를 구성하고 타인이 나의 전부이다. 

어느 것 하나 온전히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가끔 나를 우울하게 만들지만… 

어찌됐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내가 나의 주변부를 사랑하면 나는 사랑이 넘치는 인간이 되어있고, 

가끔 밑도끝도 없이 무언가를 미워할 땐 미운털이 비죽비죽 나 있는 인간이 되어 버린다. 

많이 알고 많이 쓰고 많이 배울 때 더 큰 사람이 되는 것만 같다. 

평생토록 여기에 게을렀으니 이번 기회에 잘 다져봐야지… 

아무튼 이것저것 있어보이는 척 설명했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열심히 주변을 담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겠다. 

살면서 아직 이마만큼의 노력이 필요한 일은 없어서 이곳에 되도록 전력을 다하는 편이다.  


Like 맥주, 고양이, 음반, 공연장

Hate 습관성 쏘리피플



♪♬♩♪


까데호 - 우리 (free summer)

https://www.youtube.com/watch?v=VhrVc2av0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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