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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잔 janjan Aug 10. 2021

21. 스타듀밸리: 단순한 픽셀 세상에서 평안을!

잔잔의스물한 번째단어 : 게임




요즘은 스타듀밸리라는 게임에 완전히 빠져있다. 


스타듀밸리는 주인공이 작은 마을 스타듀밸리로 귀농해 농사도 짓고 광산도 탐험하고 동네 사람들과 친해지고 하는 농장 경영 게임이다. 짧동한 2등신 캐릭터들이 도트로 표현된 비주얼이 무척 귀여운 데다가 농사일, 동물 기르기, 광산 탐험, 몬스터 잡기, 낚시 등등 할 일이 다양해 질릴 틈 없이 바쁜 귀농생활을 즐길 수 있어 굉장히 매력적인 게임이다. 일 년 전쯤까지 게임의 모바일 버전을 휴대폰에 깔아 열심히 했었는데, 갑자기 휴대폰을 바꾸게 되면서 그동안 쌓아온 (거의 띄엄띄엄 1년 정도 했던) 데이터가 싹 날아간 이후 맥이 빠져 좀처럼 다시 시작하지 않았었다. 이미 본 영화도 다시 보는 것을 싫어하는데 이 단순한 게임을 처음부터 다시 하기가 망설여졌달까.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아무 이유 없이 스타듀 밸리가 다시 하고 싶어졌다. 그날 오후 할 일을 미뤄둔 채 노트북에 스팀까지 깔아가며 거금(?) 만 육천 원을 주고 PC버전을 구매했다. 이미 아는 내용의 게임을 처음부터 하자니 초반엔 조금 지루한 듯 느껴졌지만 아는 맛이 제일 무섭다고(?) 이제 좀만 하면 뭐 나오니까 이번 하루만 더해야지, 아니면 저번엔 이렇게 해서 후회했으니까 이번엔 다르게 해야지 하는 나름의 전략을 세우면서 귀농생활의 재미를 다시금 찾아가기 시작했다. 보통 넷플릭스를 보거나 책을 읽었는데 요즘은 새벽 두 시까지 농사일을 하다가 잠에 들곤 한다. 어디 가서 뒤지지 않는 과몰입 인간으로서 요즘 삶의 20%는 사이버 농부의 자아를 가지고 살고 있더. 밤 12시쯤 오프라인 인간 DD의 자아가 끝나면 사이버 농부의 삶이 시작되는 것이다. 도합 120%의 삶을 살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 게임하다가 새벽 2시에 자는 삶도 그리 철없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아닌가?)



평생을 게임과는 거리가 멀었던 내가 이렇게나 열심히 몰입하는 걸 보면 스타듀밸리는 정말 중독성이 강한 잘 만든 게임인 것 같다. 한 시절을 풍미했던 메이플스토리나 서든어택 같은 게임들에 전혀 재미를 붙이지 못했던 사람이기에 게임에 진심이 되어버린  나 자신이 조금 어이없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호감도 (요즘 샘에게 선물을 많이 주었더니 호감도가 가장 높다)



스타듀밸리에서 가장 재미있는 포인트가 무엇이냐 한다면 바로 호감도 이벤트일 것이다. 스무 명 남짓한 마을 사람들과 친해지면 호감도를 뜻하는 하트가 하나씩 채워지는데 캐릭터의 호감도가 오르면 그 캐릭터의 집이나 방에 들어갈 수 있기도 하고, 내가 몰랐던 캐릭터의 깊은 이야기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곳의 캐릭터들은 처음엔 정말 쌀쌀맞은데, (말 걸지 말라고 대꾸하는 캐릭터도 있음) 친해질수록 나에게 친절해지고 심지어는 예전에 차가웠다면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기도 한다(!)  친해지기 위해서는 그 캐릭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야 하고,  자주 붙잡고 인사를 하고, 그러려면 언제 어딜 자주 가는지도 파악을 해야 하기 때문에 호감도가 오르면서 실제로 이 캐릭터와 친구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진짜로!


쌀쌀맞던 캐릭터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았을 땐 하나의 게임 퀘스트를 깬 것 같은 느낌보다는 솔직히 마음이 찡하게 감동을 받기도 했다. 이런 캐릭터들의 서사와 스토리 구성이 이 게임의 매력도를 배로 높여주고, 노력한 만큼 친해지며 바뀌는 캐릭터들을 보며 뿌듯함을 느낀다. 이게 바로 힐링 게임의 묘미..!


생각대로 되지 않는 일들 투성이인 현실의 인간관계와는 다르게 내가 노력한 만큼 하트가 채워지고 친구들은 변한다. 10을 쏟아부어도 마이너스를 가리키는 현실세계를 살다가 밤 열두 시가 넘어서야  단순한 8비트 사이버 세상에서 비로소 평안을 얻기도 한다.



비 오는 날 벤치에 앉아있는 DD



다시 시작한 스타듀밸리에서는 아직 첫 번째 여름을 살고 있긴 하지만, 매우 만족스러운 귀농 생활이다. 새벽 두 시까지 게임하는 철없는 25세라는 타이틀을 얻긴 했어도 100%의 삶에 더해 20%의 평안을 얻는 시간을 가지는 걸로 해야겠다. 그럼 오늘도 귀농생활을 즐기러 가야겠다.



by.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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