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은 무거우니 들지 말자_#98
일 년의 중반이 넘어가고 연말이 다가올수록 사람들은 입에 "올해는 정말 빨리 갔어."라는 말을 달고 산다. 힘든 시간들을 어렵사리 참고 버텼는데도 지나고 보면 아무 일도 아닌 것 같고 잠깐 스쳐간 것만 같다.
군 생활을 할 때 정말 고통스러웠고 하루가 일 년 같았지만 전역을 하면 모든 걸 다 용서하고 인생의 작은 추억 정도로 남겨 놓는다. 잠도 못 자고 힘들게 일을 하며 하루를 이틀처럼 살았지만 휴일을 맞이하고 나면 술 한 잔에 비워버릴 만큼 가벼운 경험으로 만든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까지 써가며 참기 어려운 시간들을 버텨낸다. 그리고 돌아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로 만든다. 어찌 보면 좋은 생각들과 말이지만 알고 보면 단순히 고생하는 자신을 겉으로만 위로하는 속임수일 뿐이다.
고생해서 보낸 시간들을 지나고 나니 빨랐고, 잘 버텼다며 좋게 포장하지 말자. 다시 그 시간을 맞이하라고 하면 끔찍할 뿐이다. 좋아하는 걸 하면서 시간이 빠르다고 느끼는 것과 힘든 시간을 떠나보내고 빨랐다고 느끼는 건 결과는 같아도 과정은 천지 차이다.
올해의 절반이 지난 이 시점에서 한 번 뒤돌아보자. 지나가서 다행인 날들이 많았는지, 생각만 해도 행복한 추억들이 가득한 날들이 많았는지 그리고 나에게 결국 뭐가 남았는지 생각해보자. 그러면 다가올 시간들을 어떻게 쓸 것인지 보인다.
매년 올해는 빨리 간다. 그리고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들은 내 것이지 남의 것을 가져다 쓰는 게 아니다. 내 시간들은 나를 위해 써야 하고 원치 않는 일로 견디지 않아도 된다. 그 당시에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불안하게 행복해도 시간이 지나면 온전히 행복한 시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