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옷이 다 젖도록 물장구를 치고 싶다.

철은 무거우니 들지 말자_#09

by 잔주

나는 어렸을 때부터 비 오는 것이 좋았다.
며칠 전에도 비가 왔고 정말 좋았다.
남들은 축축하고 찝찝하다는데 나에게는 제일 좋아하는 날이다.
빗소리와 비 내리는 풍경을 보고 또 비 냄새를 맡으면 평소와 다른 분위기가 풍겨 마치 일탈을 하는 느낌이다.

물웅덩이가 보이면 철없는 아이처럼 걱정 없이 물장구를 치고 싶다.
철을 내려놓고 살려 했지만 이것만은 못하겠다.
내 옷이 젖어 축축해질 것 같아서.
비 오는 날 회사 창문을 보며 글을 쓰고 메모를 하는데, 철없는 아이처럼 당장 뛰어나가고 싶었다.
그런데 이것만은 못하겠었다. 회사에서 짤릴까봐.

철이 무겁다며, 다 내려놓겠다며 결국 나는 뛰쳐나가지 못했고 물장구를 치지도 못했다.
그래서 오늘 더 굳게 다짐했다.
더 철없이 살려고 노력하기로.
이런 걸 노력이라고 하기엔 이상하지만 내가 회사에서 뛰쳐나가 짤릴까봐,
물장구를 치다가 옷이 젖을까봐 두려워 하는 걱정을 없애고 싶다.

이제 나는 옷이 젖어도 행복한 인생을 살지
아니면 옷을 적시지 않고 남들과 똑같은 인생을 살지 결정할 시간이다.
내 미래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는게 편할 것 같다.
그래야 철을 내려놓고 편하게 살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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