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은 무거우니 들지 말자_#14
나는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외동아들이라 그런지 집에 친구들도 많이 데려왔었고, 사회에 나와서는 이 사람 저 사람 가리지 않고
술자리 한 번하면 친해질 만큼 사람을 좋아한다.
근데 내가 이렇게 편히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것은
딱히 별다른 생각 안 하고 단순히 그 순간을 즐기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사람들과 친해지고 나면 이 사람이 나를 떠날까 봐 항상 조심하고 모르는 사람과 대면하는 것을 꺼려하기도 했다.
그런 내가 변하게 된 것은 내가 한창 힘들어서 성격이 예민해졌을 때다.
그때 당시 힘들었던 상황 때문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남에게 성질을 내면 안됐었는데, 나도 모르게 예민하게 굴어서 좀 변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근데 나를 토닥여주고 술 한 잔 기울여주는 친구들이 있었다. 반면 친했다고 생각했는데 연락 한 통 없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때 느꼈다. 어차피 날 잘 아는 사람은 남아주고
아니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거구나. 이걸 내가 실제로 겪게 되다니.
그 이후로는 사람을 만나면 그냥 편하게 만나게 되었다. 처음부터 착한 척 가식 떨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게 되었고, 그 속에서 나와 코드가 맞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생겨났다.
그 친구들은 지금 썰물이 아닌 호수의 물처럼 온전히 나에게 남아있다.
말이나 행동을 함부로 하지는 않지만 내 마음 가는 대로 한 덕에 진짜 친구들을 더 많이 만나게 되었다.
철이 들지 않아서 말을 막 뱉는다고 생각해도 좋다.
그냥 이대로 살아도 나의 호수는 메마르지 않고 더 넓고 깊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