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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주 Oct 16. 2023

술을 처방합니다.

술이 체질인 사람들에게

 사람을 힘들게 하는 요소들은 너무나도 많다. 인간 관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어디서 온 지 모르는 우울감 같은 것들. 그럴 때마다 나는 술을 마셨다. 한 번 더 솔직하게 생각해 봐도 그 핑계로 술을 마신 게 맞다.

 술은 나를 기분 좋게 만들고, 더 자유롭게 생각하게 해주었다. 누군가는 '그 시간에 더 발전적인 걸 할 생각을 해라.'라고 한다. 하지만 술을 발전적으로 받아들이는 체질의 사람들도 있다.


 보통의 병원들은 환자의 체질과 상태에 맞게 잘 진단하고 처방해준다. 하지만 맹장인데도 단순 장염이라며 가벼운 약만 처방을 해주는 잘못된 병원을 경험한 적이 있다. 술을 마셔야 기분이 풀리는 사람에게 술 마실 시간에 다른 걸 열심히 하라는 사람들은 그 병원과 비슷하다. 그 사람의 체질과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에 해결법조차 잘못 제시하는 것이다.


 처방을 받는 사람도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본인의 체질과 상태를 진단받았다면 수술을 해야하는지, 약만 먹어도 되는지, 운동을 해야 하는지를. 상태가 많이 안 좋으면 병원뿐만 아니라 주변에 조언도 얻고, 내 몸의 회복력이 어떤지 파악하고, 인터넷에 검색도 해보는 것이 그렇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술 마실 시간에 다른 건강한 활동을 하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다. 말 그대로 좋아보이고 건강해 보이니까.



 여러 군데에서 스트레스를 받아도 소주 한 잔에 해결될 일이 많지만 굳이 일을 벌인다. 먹고 마시고 싶은 걸 참고 자신에게 맞지 않는 라이프 스타일을 따라가며 그곳에서 또 스트레스를 받는다.

 본인이 술을 좋아한다면, 본인의 주관을 믿어야 한다. 게임중독자와 취미로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다르듯 알콜중독자와 긍정적으로 술을 즐기는 사람은 다르다. 술이 잘 받는 체질이고, 술을 마시며 더 나아갈 수 있는 태도를 가질 수 있다면 억지로 참지 않아도 된다.

 술을 마시면 기분 전환이 되는 사람들, 취기 속 대화를 통해 문제의 해결법을 찾은 사람들, 맨정신과는 다른 상태에서 자신에게 더 솔직해지는 사람들이 그렇다.


 자신의 확신만 있다면 생각보다 많은 문제들이 가벼운 술자리로도 해소된다. 몸이 힘들 때 말로 위로받듯 정신이 힘들 때 술로 위로받는 경우는 흔히 보인다. 가끔은 탄력을 받아서 과음을 할 수도 있다. 다만 매일같이 과음을 한다면 또 다른 병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다. 

 몸이 아플 때 약을 먹고 회복이 되면 그만 먹는다. 시도 때도 없이 약을 찾으면 내성이 생기고 회복되기 어려워진다. 이런 당연한 문제들을 인지할 정도라면 가끔 나를 회복시켜주는 술은 독이 아니라 약이라 생각해도 괜찮다.

 술을 그만 마시라 외치는 사람들이 많아 보이지만 술집에는 사람들이 붐비고, 식당 테이블 위에는 술병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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