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곳이 멈춰야 다른 한 곳이 간다.

철은 무거우니 들지 말자_#50

by 잔주
횡단보도.jpg

집 앞 역으로 가는 길에 사거리에 멈춰 섰다.

아슬아슬하게 신호등을 못 건너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철 시간이 조금 빠듯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는데,

내 신호등이 빨간 불로 바뀌자 다른 곳의 신호등은 바뀌었고 사람들은 빠르게 건너고 있었다.


횡단보도는 어느 한 곳이 멈춰야 다른 한 곳이 간다.

차건 사람이건 빨간 불이 있으면 어느 곳은 파란 불이 된다.


작년부터 나는 안정적인 회사를 퇴사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안정적인 수입은 멈췄지만 내 인생의 흥미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가식적인 인간관계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인맥의 수는 멈췄지만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는 깊어져가고 있다.


무언가를 멈췄을 때 다른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다.

여러 가지를 동시에 잘 해내는 사람들도 있다. 멋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시신호가 가능한 신호등도 그 순간엔 어느 한 곳은 멈춰있기 마련이다.


당장 급해서 빨리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하려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는 분명히 멈춰있는 것이 있어야 정상이다.

무리해서 빨간 불을 건너려 한다면 양심적 걸림돌, 사고가 날 수 있는 위험들이 존재한다.

내가 가야 할 길을 제대로 가려면 파란 불들을 지나야 제대로 목적지로 갈 수 있다.


주변의 기대든 빨리 뭔가를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이든 다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모두 무단횡단을 하라는 무리한 생각들이고 비양심적인 속삭임일 수 있다.

어느 곳에 파란 불이 들어와있는지, 동시신호인지 아닌지는 철을 내려놓고 가볍게 생각해보자.

결국 나의 방향은 내가 정하는 것이고, 파란 불이 들어오면 여유롭게 건너 내 목적지로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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