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은 무거우니 들지 말자_#49
나는 자거나 놀고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시간을 카페에서 글을 쓰고 웹서핑을 한다.
그렇게 많은 시간들 중 며칠 전은 조금 남다른 이유로 카페를 찾았다.
다시 내 미래와 현실에 대해 고민을 하며 다른 일이나 진로를 알아보고 있었다.
조금 쪽팔린 얘기지만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했다.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내 소신껏 살아온 인생에 대한 실망과
당장의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잠시 소신을 잃고 남들과 똑같은 길을 찾고 있었다.
이런 고민들을 내뱉었을 때 남들은 너도 철이 들어가고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나에게는 들리지 않았고 성장이 아니라 그냥 성질이 났다.
남들과 똑같은 길을 걷는 게 성장이고 철든 일이라니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그 말 덕에 원래 내 마인드를 찾을 수 있었다.
사람 쉽게 안 변한다는 말을 나 자신한테서 실감했다.
현실적인 고민을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단 번에 원래대로 돌아온 나는
다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깊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오히려 더 철을 내려놓고 '이왕 하고 싶은 일인데 돈도 잘 벌 수 있는 방향'이라는
필터까지 추가해버렸다.
어떻게 보면 남들의 기준에선 성장하지 않았지만
내 기준에서는 성장한 게 맞는 것 같았다.
철을 내려놓으면 내려놓을수록 내 주관이 뚜렷해지고 넓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처럼 또다시 나에 대해 실망하는 일이 생긴다면
그때 한 단계 더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내려놓지 않으면 원래 피곤하고 지루했던 일상에 가까워질 것이고,
내려놓으면 더 뚜렷한 내 주관이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