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은 무거우니 들지 말자_#73
글 쓰는 걸 좋아해서 대학생 때도 감상문 같은 과제가 있으면 언제나 환영이었다. 그래서 졸업 후에 무작정 글 쓰는 일만 찾아다녔다. 몇몇 회사를 다녔지만 클라이언트가 던져주는 주제에 맞는 글, 직장 상사의 기대에 부응하는 글을 써야 했다. 내가 좋아했던 글들이 아니었고 그렇게 여러 번 퇴사를 했다. 글만 쓰며 살고 싶었는데 실패한 것 같았다. 그래도 좋아했기에 헤어진 연인처럼 미련이 남았고 다시 취미로 글을 만났다.
주변에서는 방구석에서 글만 쓰지 말고 사회생활에 도움이 되거나 생산적인 취미 좀 가지라고 한다. 하지만 건강 챙긴다며 피곤한 몸을 이끌고 억지로 운동을 다니다 며칠 후 포기하고, 상사에 잘 보이려고 억지로 사내 동호회를 나가는 취미 생활보다 훨씬 행복하다.
좋아하는 것만 하며 살고 싶어 고집했고, 실패했고, 다시 취미로 하고 있지만 결국 내 행복에는 이상이 없다. 만약 스스로가 좋아하는 걸 할 생각을 애써 뿌리치고 현실적인 것들만 찾아다녔다면 평생 좋아하는 일에 대한 아쉬움이 마음속에서 곪아버리거나 그것에서 느끼는 재미와 행복을 훨씬 늦게 알게 됐을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잘해서 좋아하는 일만 하며 먹고 살 수도 있다. 그러다가 일에서 느끼는 압박감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고, 그냥 평생 좋아하는 취미로만 만족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미련 없이 질릴 때까지 좋아하는 일을 해봤거나, 혹은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임이 하고 싶어 야자를 쨌던 시절도 있었고, 요즘엔 좋아하는 가수 공연에 가려고 거짓말로 휴가를 따낸 사람도 봤다. 혼자 하고 혼자 행복해해도 된다. 생산적인 활동을 하며 남는 시간에 해도 된다. 그 시간들은 나의 온전한 시간인데도 좋아하지 않는 것들의 압박에 시달린다면 너무 딱딱한 인생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