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리즘에 빠지면 쉬어가는 게 매너

철은 무거우니 들지 말자_#76

by 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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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된 일상 속에 지칠 때 다시 힘내보자고 자신을 토닥여도 보고, 자극이 될 만한 것들을 찾아헤매기도 한다. 그렇게 힘겹게 다시 시작해도 그 과정에서 동반되는 정신적인 타격과 내적 갈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평범한 일상에서도 매너리즘이 오면 그렇게 힘든데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겪으면 그땐 정말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벅차다.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생각하면 할수록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만 간다. 수렁 속에서 어렵게 빠져나와도 진흙에 더럽혀진 신발을 신고 다시 달리려 하면 찝찝함만 더해간다.


아무리 좋은 신발도 질퍽한 진흙이 가득한 수렁에 빠지면 더러운 신발일 뿐이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도 매너리즘에 빠지면 하기 싫은 일이다. 더럽혀진 신발은 깨끗이 세탁하고, 시간을 두고 말린 후에 다시 신어야 한다. 그렇게 쉬어가야 하고 그게 자신의 신발과 발에 대한 예의다.


꾹 참고 버텨서 다시 달릴 만큼 철들지 않아도 된다. 버티고 노력해서 회복하면 다행이지만 더 지쳐버리면 그땐 쓰러져 버릴 것이다. 차라리 푹 쉬어가자. 잠깐 쉬는 동안에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동안 지나쳐왔던 것들도 여유롭게 둘러보자.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도 있고 더 멀리 갈 수 있는 추진력도 얻을 수 있다.


잠시 멈추는 게 두려울 수도 있다. 그럼 차라리 쉬어가는 것에 매너리즘을 느껴보는 것도 좋다. 지쳐버렸던 일상을 당장 다시 시작하지 않으면 못 배길 정도로 휴식을 가져보자.


버퍼링에 걸린 삶은 잠시 일시정지하고 게이지가 채워질 때까지 기다렸다 재생해야 제대로 나온다. 잘 안 돌아간다고 자신을 채찍질하지 말자. 매너리즘에 빠졌을 땐 쉬어가는 게 매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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