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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naBanana Aug 05. 2018

홍콩은 무슨 색깔

겨우 하루동안에도 홍콩은 노랗고 빨간데 초록이 감돌았다

홍콩에 다녀왔다. 왜 하루여야 했을까. 사진찍길 좋아하는 우리 눈에는 모든 게 피사체로 가득했던 하루였다. 우리가 본 홍콩의 색깔은 무엇이었을까. 하루동안에 담아본 홍콩, 그 포토에세이.


멀리서 본 홍콩, 그 낮과 밤

Victoria Peak

우중충한 날씨와 높고 빽빽한 건물. 거기까진 예상했던 홍콩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 건물숲을 감싸안은 진짜 초록색 숲을 보고는 갸우뚱했다. 숲이라니? 홍콩에 숲이 이렇게 우거져 있었던가?

Victoria Peak

션전에서 홍콩으로 넘어오는 길목에도 흠칫 놀랐다. 도시가 나오기 전까지 꽤나 긴 시간동안 가는 길이 숲으로 뒤덮여 있었다. 푸르른 짚은 초록색과 도시의 조화가 퍽 마음에 들었다. 싱그러운 풀 냄새를 도시에서 맡다니.

Tsim Sha Tsui

밤에는 푸르른 형광색이 하늘을 채웠다. 언덕과 함께 높은 건물들의 반짝이는 불빛들은 마치 지평선에 더 가까운 은하수처럼 보였다. 홍콩의 밤은 참 반짝인다. 멀리서 본 홍콩은 형광색의 푸른 색과 주황색의 색깔이 섞여있었다.

Soho HK

골목을 그득 채운 노랑, 빨강, 초록

낮의 열기가 한풀 꺾여도 후덥지근한 밤 날씨에 물기 가득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래도 저녁늦게까지 옷깃을 여미게 만들지 않는 날씨덕에 오래도록 걸을 수 있었고 길었던 낮만큼이나 긴 밤을 보낼 수 있었다. 

Mongkok

홍콩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그 하루가 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우리는 다리가 아팠다가 괜찮아졌다가를 여러 번 반복할 때까지 걸었다. 끝끝내는, 발바닥이 다 물집으로 가득해 요상한 포즈를 하고는 아주 천천히, 발날로 걷지 않으면 안될 때까지 걸었던 것 같다.

Mongkok Night Market

빨간 택시와 노란 간판, 푸른 전등과 주황색 가로등 불빛이 골목골목을 채운다.


그 외에도 물건을 깎아야 하는 몽콩 나이트마켓부터, 퓨전 만두를 파는 소호의 세련된 레스토랑까지 공통점이라고는 사람이 붐빈다는 것밖에는 없는 홍콩의 골목골목은 상상도 못한 것들로 가득하다. 

Soho HK

굽이굽이 꺾어진 골목과 좁은 차선, 여기저기 놓인 예상치못한 계단이 빌딩으로 빼곡한 도시숲을 하이킹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간간히 들리는 영어, 표준중국어인 북경어, 광동어에 귀기울이는 것도 즐겁다. 도시의 묘미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결을 부딪히며 살아가는 데에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Lan Fong Yuen at Soho

젤리빈처럼 뒤섞여 있는 색깔의 사람들

같은 샤오마이도 아침에 질서없이 줄 서서 가판대에서 산 건 삼천원, 레스토랑에서는 삼만원. 퓨전 레스토랑에서는 레바논과 중국 음식을 섞어, 칠리 소스를 곁들인 만두가 인기 메뉴이다. 마치 젤리빈 여러개를 동시에 입안에서 오물오물하는 것 같은 시너지를 내뿜는다.

Chifa Dumpling House - 추천 메뉴는 Lomo saltado dumpling

홍콩에서는 사람들도 이 음식들처럼 이리저리 뒤섞여 홍콩 곳곳이 다 다른 매력을 가지게 도와준다. 광동어밖에는 못하는 시장의 아주머니와 능숙한 영국식 영어를 구사하는 관광지의 매표소 직원 언니의 온도차가 냉탕 온탕에 발을 담구는 아이처럼 즐겁다.

베이징덕을 준비하는 식당 주인장
과일을 파는 노점상도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Financial District 근처 신사 넷

서울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한다. 좁은 골목과 지하철을 그득 채운 사람들, 이런 저런 사람들이 가득하다. 


홍콩의 매력에 홀려서 넘어온 외지인들부터, 중경삼림에 나올 것만 같은 짧은 머리에 나시 하나 걸친 멋진 여자들도 있고, 무간도에서 나온 것처럼 무심하게 양복을 걸친 사람들도 볼 수 있다. 

Mongkok


홍콩의 색깔

소나기가 그친 후 서둘러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한바탕 소나기라도 쏟아지고 나면 그 사람들만큼이나 색색의 우산들이 길거리를 뒤덮는다. 사람들 하나하나 역시 홍콩의 색을 점묘화처럼 수놓고 있는지도 모른다.

Mongkok. 낮에도 우중충한 날씨와 함께 간판이 반짝인다

홍콩의 거리를 거닐다가, 이층 카페라도 들어가 창밖을 바라보면 마치 블레이드 러너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어딘지 모르게 빛바랜 건물들과 크고 반짝이는 많은 네온 사인 때문인지, 좁고 항상 촉촉히 젖어있는 길거리와 우중충한 날씨 때문인지. 

Mongkok. 한 골목에서는 새벽부터 과일을 사고 파는 사람들로 붐빈다.

영화와 다른 게 있다면 그리 디스토피아적으로 느껴지진 않는다는 점이 아닐까. 오히려 바글바글한 사람들과 닿는 살갗이 역동적이라고 생각했다. 홍콩의 색깔은 그래서 빨갛고 노랗고 푸르고 또 초록빛이 도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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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 직업마케터
서로 다른 무언가가 부딪히는 순간의 반짝임을 포착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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