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사시는 동네의 변천사
내가 사는 곳은 봉천이다. 정확히는 봉천8동 혹은 청룡동인데, 누구에게 말하느냐에 따라 신림이라고 하기도, 서울대입구라고 하기도 한다. 서울대입구와 신림 사이에 있건만 봉천이라는 지명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혹여 아는 사람을 만나면 대부분은 자신의 고모할머니, 외할머니가 이 곳에 사신다고 말하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요새 말하는 힙한 젊은이들의 동네와는 좀 거리가 있다.
동네 오래된 연립 주택과 집들은 노인분들의 소유가 많다. 우후죽순 생긴 편의점으로 사라진 슈퍼도 우리동네에서만큼은 건재하다. 그 덕에 재개발을 하기 위한 주민 투표를 할 때에도, 굳이 집값이 오를 것 같은 삐까번쩍한 아파트가 필요하지 않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힘을 입어 우리 동네는 비교적 빛바랜 채로 남아 있을 수 있었다.
받들 봉에 하늘 천. 하늘을 받치고 있는 동네라는 뜻의 봉천이 멋지게 들렸다. 중학교 때였을까, 그 때부터도 우리 동네를 나도 모르게 애정하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높은 언덕이 솟아 있는 동네에 산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다. 저 건너편 동네를 한 눈에 내려다 보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습게도, 봉천동과 신림동의 이름은 유치하고 행복한 새 이름들로 바뀌었건만 지하철의 봉천역과 신림역 명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토씨 한 톨 바뀌지 않았다. 아직도 나의 동네, '봉천'을 간직한 이름이 있다는 게 나로써는 참 좋다.
... 이 글이 더 읽고 싶다면? 해당 글은 브런치에서 티스토리로 이전했습니다. 티스토리에서 계속되는 제 여정을 응원해주세요. :)
하단 링크를 클릭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