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100m 거리 움직이는데 1시간, 10km 내 발로 뛰는데 1시간
이상하게 오늘은 한강을 뛰고 싶었다.
평소 뛰던 호수공원은 현재 꽃박람회를 하고 있어 러닝 코스를 많이 차단해 놨을 거라 생각하고, 자차를 끌고 망원한강공원으로 갔다.
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으나 문제는 주차장 앞이었다.
공영주차장 일부가 공사 중이었고, 일요일이라 한강을 즐기러 온 시민들의 차가 길게 대기 중이었다.
입구에서 겨우 100m 도 안 남겨둔 상태로 차 안에 1시간을 갇혀 있었다. 주말 서울을 너무 얕본 것이다.
뛰었으면 벌써 10km 가까이 뛰었을 시간이었다. 한강이 바로 눈앞에 있는데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차 시동을 끄고 조용히 책을 펼치며 마음을 다스려봤다. 이것도 경험이고 글감이 되겠거니 하면서. 대중교통 타고 올 걸 후회도 살짝 했다.
편하게 오겠다는 선택이 오히려 나를 꼼짝 못 하게 만든 것이다.
1시간 정도 기다린 후 겨우 자리가 나서 주차를 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시작한 러닝은 참 자유로웠다.
평소에도 자유로운 운동이라고 생각했지만 오늘은 더욱 크게 느껴졌다.
그렇게 오늘 나는 처음으로 10km 이상을 달렸다.
그제야 깨달았다.
차로는 100m를 1시간이나 걸렸는데,
내 발로는 11km를 1시간 20분 만에 달렸다.
앉아 있던 시간보다 달리는 시간이 훨씬 자유로웠다.
힘들지만, 자유로운.
스스로 나아가는 운동감이 내 안의 막힌 것을 풀어주고 있었다.
오늘 러닝은 내게 기록이나 목표보다,
복구의 시간이었다.
갑갑함을 벗어나 도망치듯 달리는 느낌이 참 좋았다.
(그래도 힘들긴 힘들었다. 더워지니 한강에 벌레들이 얼마나 많은지. 달리면서 족히 50마리는 먹었을 거다)
달리기를 하면서 좋은 점은 내가 느끼는 생각이 인생 전체로 확장된다는 것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지만 예상치 못한 요소로 인해 가로막힌 차 안에서의 시간, 느리게 이동하지만 두 발로 내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시간.
그 둘 중에 난 분명히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다.
빠르게 목표에 도달할 수 있더라도 외부요소에 좌우될 수 있는 길보다는, 느리지만 온전히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길이 좋다.
뭐, 차 안에서 이런 생각까지 도달했으니 헛된 시간은 아닌 듯하다!
그래도 주말 서울은 꼭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