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욜로일까, 부자일까?
이전에 발행한 ‘심 선생님이 싱글 골퍼인 이유’(글 하단 링크 참고)의 주인공인 심 선생님(이하 심스타. 그의 닉네임이다.)에 관한 이야기다.
심스타에게 비교적 빨리 싱글 골퍼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을 물었다. 매주 최소 한번 골프장 라운드를 간 게 비결이라 답했다. 직장인이니 주말에 라운드를 갔을 터. 주말 라운딩 비용은 만만치 않다. 그린피, 캐디피, 주유비, 식사비 등 최소 40만 원은 소요된다. 한 달에 4번 라운딩을 간다고 하면 월 160만 원의 지출이 발생한다. 주중에는 골프 레슨 및 연습 비용으로 월 40만 원가량의 지출이 예상된다. 골프로만 월 200만 원을 쓴다. 교사 월급이 넉넉지 않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 이것저것 제하고 그의 통장에 찍히는 월급은 200만 원이 좀 넘는 금액이니 골프를 위한 월 200만 원 지출은 사치를 넘어선 불가능이다.
게다가 그는 BMW를 타고 다닌다. 새 차로 구매했다. 뭐, 요즘에는 워낙 외제차를 많이들 끌고 다니긴 하다만 외제차가 국산차보다 유지비가 많이 드는 건 상식이다. 그뿐인가. 심스타는 제자가 울적해하면 치킨 쿠폰을 쏴주는 정 많은 선생님이며 동료들과의 식사 후에는 반드시 먼저 지갑을 꺼내는 호탕한 교사다.
그와 같이 근무하는 선생님들은 교사답지 않게 통 큰 그를 좋아하면서도 한편으론 걱정한다.
"저러다 파산하는 거 아냐?"
심스타의 사정을 잘 아는 내가 대답한다.
“저희가 걱정할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교사 노동소득만으로는 도저히 감당 안 되는 그의 지출은 자본소득에 근거한다. 그가 자본소득을 얻는 비결은 지극히 단순하다.
공포에 사서 환희에 판다.
심스타는 산업리포트를 체크할 만큼 꼼꼼한 사람이 못된다. 그저 1등 기업의 주식을 산다. 기업 내부가 아닌 주위 상황의 문제로 주가가 급락했을 때, 눈에 불을 켠다. 은행 대출도 마다하지 않는다.
2020년 초 코로나가 발발하고 모든 기업의 주가가 일시적으로 급락했을 때, 심스타는 주식을 사 모았다. 2021년 너도나도 주식 계좌에 돈 넣으며 가즈아를 외칠 때, 그는 슬슬 출구를 찾아 나왔다.
최근에는 코인으로 그랜저 값을 벌었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와 소송 중인 리플랩스가 발행한 XRP로 말이다. 2020년 말에 시작된 SEC와 리플랩스의 소송은 끝날 듯 끝나지 않고 지지부진하게 이어졌다. 그러던 중 2021년 전체 코인 시장에 광풍이 불어 덩달아 급등했던 XRP는 불나방들을 유혹한 뒤 빠르게 사그라졌다.
코인 시장의 화려한 불꽃은 사라지고 잿더미만 남았던 2022년, 심스타는 코인거래소 계좌를 만들었다. 대다수가 XRP는 망했다고 망연자실하고 있을 때, 심스타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자그마치 1억. XRP를 평단 720원에 약 140,000개 보유하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2023년 7월 14일 새벽. 리플랩스에 다소 유리한 판결 소식이 갑작스레 전해졌다. XRP의 가격은 단 몇 시간 만에 전일 대비 80% 날아올랐다. 심스타는 환희라 판단했고, 1,080원에 전량 매도했다. 5,000만 원의 수익을 본 거다. 그간 은행이자로 1,000만 원가량 지출했으니 순이익은 4,000만 원.
단 한 번이라도 주식이나 코인을 사본 사람이라면 공포에 사서 환희에 판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는 것인지 잘 알 거다. 환희가 넘칠 땐 더 오를 기대감으로 못 판다. 남들 다 버는데 나만 뒤처진다는 조급함에 서둘러 산다. 공포가 만연할 땐, 더 떨어질 두려움에 얼른 팔아버린다. 주머니를 꽁꽁 싸매고 매수를 꺼린다.
심스타는 꽤 오래전, 그러니깐 영혼을 끌어 모으지 않아도 전세 끼고 아파트 사는 게 크게 어렵지 않았던 시절, 주위 사람들 거의 모두가 “집을 왜 사?”라고 말하던 그 시절, 서울에 아파트를 사뒀다.
심스타의 귀는 열려 있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코인이든 그걸로 돈 번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하며 밥을 산다. 그리고 화끈하게 실행한다. 본능을 역행하는 시점에.
심스타가 BMW 타고 주말마다 라운드 가는 비결이다.
여러모로 부럽다. 그에게 밥 사야겠다.
지금은 공포일까, 환희일까
*배경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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