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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넘어파 Mar 30. 2024

사업한다는 사위, 말리는 장인어른

장인어른께 100억 상속받기 17화


큰 부자는 하늘로부터 나오고,
작은 부자는 근면으로부터 나온다. 



명심보감에 나오는 말이다.


이 말을 처음 접했을 때, 성실하게 살다 보면 작은 부자는 되겠지 싶었다. 과연 그럴까? 학교에서 근무하는 내가 다른 교사보다 더 부지런히 살면 부자가 될까? 학교 일에 열정을 더 쏟는다고, 수업을 더 잘한다고 봉급을 올려주지는 않는다. 교사의 봉급은 시간이 지나면 정해진대로 오른다. 물론, 성취욕을 갖고 노력하면 교감이나 교장이 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교육장을 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부자가 되는 건 아니다. 직책이 달라질 뿐이다. 몇몇 수당은 더 보태어지겠으나 대단할 건 없다. 교사는 분명 돈과는 거리가 먼 업이다.


제대로 일을 하면 돈이 더 많이 따르는 업을 하고 싶어졌다.



부자아빠, 장인어른께 처음으로 사업에 관해 이야기를 꺼냈을 때였다. 


"아버님, 돈을 벌려면 결국 사업 아닌가요?"


"사업한다고 돈을 번다는 보장은 없잖아."


"그래도 제가 성실하니 지금 월급보다는 많이 벌 수 있지 않을까요?"


"사업가는 직장인보다 얼마나 더 벌어야 된다고 생각해?"


"3배?" (나름 높이 부른 것이다.)


"나는 20배 이상은 벌어야 된다고 생각해."


"20배요?"


"근데, 밥값을 해야지. 20배를 벌려면 월급쟁이보다 20배는 더 치열하게 살아야 돼."


"훈이가 학교에서 10가지 고민을 한다면, 나는 회사에서 200가지 고민은 하고 있을 걸?"


"월급쟁이보다 조금 더 버는 수준으로 벌 거면 뭐 하러 그 고생하며 사업을 하나? 그냥 월급 받고 사는 게 낫지."


"망하는 사업가들이 부지런하지 않아서 망하는 게 아니야."


"상공회 같은 곳에 가서 사장님들을 만나보면 다들 운이 좋아서 돈 벌었다고 이야기해."


"아무리 훌륭한 연을 갖고 있다 한들, 바람이 불지 않으면 날리지 못하는 거야."


"아니면 바람이 불지 않아도 연을 날릴 수 있을 만큼 죽어라 달리든가. 그런 불굴의 의지가 있어? 그래야만 하는 명분이 있어?" 


'하...'


선뜻 대답하기 어려웠다. 나에게 그런 불굴의 의지가 있나? 죽어라 달려야만 하는 명분이 있을까? 


나는 더 고민해야 했다. 



그 사이 딸이 태어났다. 딸이 태어나기 전, 아내는 자신의 아빠가 딸을 어떻게 예뻐할지 도무지 상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미 손주가 넷이나 있는 내 아버지의 과거 모습으로 유추해 보면 장인어른께서는 손주를 따라 기어 다니실 거라고 말해줬다. 아내는 설마 하며 믿지 못했다. 평생을 회사 일에 치여 바쁘게만 살아온 아빠였기에, 손주 보는 걸 어색해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역시나, 첫 손주를 본 할아버지는 다 똑같다. 장인어른께서는 내 예언대로 행동하셨다. 나와 아내는 처음 보는 장인어른의 모습에 효도 한 번 제대로 했다고 자찬했다.


부자아빠는 손녀딸이라면 뭐든 오케이다. 손녀딸을 위한 것이라면 지갑이 활짝 열린다. 손녀딸이 짚는 것은 무엇이든 가격표도 보지 않고 계산대로 가져가신다.


그런 부자아빠를 보면서 부자가 되고 싶은 나의 갈망은 더욱더 깊고 선명해졌다. 



아내가 둘째를 임신한 후 부자아빠께 다시 사업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부자아빠는 내 의지가 예전과 다르다는 걸 느끼셨다. 부자아빠는 딸에게 전화하기 시작했다. 네가 훈이를 말려라. 장모님도 나에게 전화하셔서 말씀하셨다. 나는 배서방이랑 선이가 지금처럼 사는 게 너무 보기 좋아. 장모님은 딸에게 전화해 몇 날 며칠 잠을 이루지 못하는 부자아빠의 근황을 전하셨다. 어느 날, 장인어른께서는 일어나시자마자 장모님께 말씀하셨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훈이를 꼭 말려야겠어."


아내에게 이야기를 전해 들은 나는 말했다.


"아버님께 확실하게 말씀드리고 올게." 


나는 홀로 처가댁에 갔다. 사업에 대한 마음을 글로 적어서 아버님께 보여드렸다.



부자아빠는 내 마음을 확인하시고는 말씀하셨다.


"훈이야, 그래 네가 사업을 잘해서 300억, 400억 벌었다고 치자." 


"근데 그게 어떤 의미가 있지?"


"사업의 대가는 혹독해."


"건강을 잃을 수도 있고, 가족 간의 유대감을 잃을 수도 있고." 


"애들이 어떻게 커가는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사는 삶을 살고 싶어?"


"결국 훈이가 소신껏 결정할 일이지만, 나는 반대야."


나는 짧게 "잠 못 주무시게 해서 죄송해요."라고 말씀드리고는 장인어른과 포옹한 후 처가댁을 나섰다.  



부자아빠는 나와 아내가 합심하여 아이를 잘 키우는 모습에 너무나도 흡족해하셨고 나에게 종종 전화를 하시고는 선이랑 윤이랑 행복하게 사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고 이야기하셨다. 내가 부자아빠를 보며 부자 되기를 갈망하던 시간 동안 어쩌면 부자아빠는 나를 보며 자신이 놓친 아빠의 일상을 그리워했는지도 모른다. 늦은 밤까지 거래처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며 몸에 맞지도 않는 술을 마시느라 제 자식 목욕 한 번 씻겨 보지 못한 시간들을 아쉬워했을지도 모른다. 


부자아빠도 결국 아빠였다.




@ pixabay



몇 주가 지나 부자아빠를 모시고 강남대로를 지나가던 때였다. 도로 양옆으로 높이 솟은 빌딩들을 보며 부자아빠가 말씀하셨다.


"여기 빌딩 주인들, 다 제정신이 아닌 삶을 산 거야."  


"그래도 꼭 사업을 해야겠어?"


"아버님, 제가 아버님 말씀 순종하며 살고 싶었는데 저 이대로 멈추면 말라죽을 거 같아요."


"......"


"말라죽을 거 같으면 해야지."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대가도 치러야 한다는 건 잊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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