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넘어파 Apr 06. 2024

사업은 연꽃이다.

장인어른께 100억 상속받기 18화

지난겨울 내내 차갑게 굳어 있던 텃밭을 밟는다. 무서우리만큼 무성하게 자랐던 초록의 흔적은 말라버린 죽음으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부자아빠와 나는 다시 봄을 맞이한다. 새 생명을 꽃피울 준비를 해야 한다. 메마른 죽음은 걷어내고 괭이로 땅을 뒤엎는다. 다소 역겨운 냄새를 풍기는 퇴비를 골고루 뿌려준다.  


퇴비를 뿌리던 장인어른께서 말씀하신다.



사업은 연꽃이야.



"연꽃은 진흙 구덩이 속에서 피어나잖아."


"사업이 그래. 온갖 구정물 속에서 버텨내야 해."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걸 따지면 사업하기 어렵지."


"예전에 어떤 변호사랑 골프를 친 적이 있었어."


"그 변호사는 부장판사까지 지냈다고 하더구먼."


"후배가 같이 사업하자고 그랬나 봐."


"나에게 묻더라고. 사업으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사람이길 포기하면 된다고 했지."


"고개를 끄덕끄덕하시더라고."



"아버님께서는 사업해야겠다고 언제 생각하셨나요?"


"20대 때, 시골 촌놈이 상경해서 할 수 있는 게 뭐 있나?"


"거창하게 회사 이름 짓고 사업을 시작했지."


"여러 사업을 했었어. 다 쫄딱 망했지."


"그러다 지금 회사에 들어가게 된 거야."


"이 회사를 키워야겠다고 생각하고 불도저처럼 일했지."


"근로자였는데 그렇게까지 일할 수 있었던 동력이 뭐였을까요?"


"글쎄, 망했지만 사업을 했던 경험 때문인지 사장의 마음을 잘 이해했던 것 같아."


"그 당시 회사 사장님은 진짜 신나셨겠네요? 아버님 같은 직원이 있어서."


"그랬지. 내가 사장이 될 거라 생각하고 일했던 건 아닌데 결국 내가 인수하게 되었지."



"아, 인수하셨던 거예요?"


"그 당시 사장님이 부도를 냈어. 나한테 인수하라고 제안하셨지. 내가 인수하고 여기까지 온 거야."


"인수할 자금이 있으셨나 봐요?"


"사업은 기본적으로 대출로 굴러가."


"대출을 갚지 못하면 부도나는 거지."


"사장은 잠자는 동안에도 돈을 어디서 구해와야 하는지 고민해."


"돈 빌리고, 돈 갚는 과정의 끝없는 반복이야."


"이 과정이 너무 피 말려서 훈이가 사업한다는 걸 반대한 거야."


"물론 빚지지 않고 장사 수준으로 사업할 수도 있지."


"직원을 하나, 둘 더 고용하면서 규모를 키워나가면 빚을 질 수밖에 없어."


"그래서 사업은 멈출 수가 없는 거야."


"많은 회사가 부도로 끝을 맺지"


"부도내지 않고 끝내려면 경착륙이 필요해."


"훈이가 30년을 사업한다고 치면 마지막 10년은 서서히 불을 꺼가는 과정이어야 하는 거야."


"만약 우리 회사에 나 같은 놈이 한 명만 더 있었다면 지금 매출의 5배 이상 성장할 수 있었을 거야."


"내 운의 부족이든, 능력의 한계이든 나는 그런 직원을 만나질 못했어."


"그래서 우리 회사는 더 성장하지 못하고 서서히 경착륙 하는 과정 중에 있는 거야."


"많은 회사가 소기업에서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커가길 바라지만 소기업으로 끝까지 살아남는 것도 어려운 일이야." 



"회사에 일을 주는 대기업과는 어떻게 관계를 맺어가신 거예요?"


"정말 어려운 일이야. 사원일 때, 어떤 대기업을 15번 찾아갔는데도 우리 회사 제품을 소개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지."


"내가 옆에 버젓이 서 있는데 명함을 쓰레기 통에 바로 넣더구먼."


"그 사람들도 바빠. 실적을 내야 하는 직원인 거야."


"원청회사 직원이 내 얘기를 듣게 만들려면 내가 그 직원의 윗 라인과 연이 있거나 그 직원이 좋아하는 걸 가져다주거나 그 직원이 실적낼 수 있도록 도와줄 거라 설득해야 해."


"내가 당신의 실적에 도움이 될 거라는 믿음을 주려면 알래스카에 가서 냉장고를 팔 정도로 자기 제품에 대한 강한 확신을 보여줘야 하지."



"손해 보는 거래에서는 어떻게 하시나요?"


"거래에서 돈보다는 사람을 먼저 보지. 거래하는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때론 손해도 감수하는 거야.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말은 절대 해서는 안돼."


"비용은 어떻게 하면 될까요라고 물으면 알아서 해 달라는 사람이 있어."


"손해를 자처하는 거지. 이러면 호구되기 십상이야."



"사업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진흙탕 속에서도 아름답게 꽃을 피워 봐."



@ pixabay




부자아빠와 나는 퇴비를 뿌리고 비닐을 씌우고 새로운 모종 심을 준비를 마친다. 이제 여기는 다시 초록으로, 열매로 무성하리라.




이전 17화 사업한다는 사위, 말리는 장인어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