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어른께 100억 상속받기 19화
아빠 술, 담배 좀 줄이시죠?
지금으로부터 19년 전, 용기를 내어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건강을 위해 술, 담배를 좀 줄이시는 게 어떻겠냐고. 상남자 아버지께서는 대답하셨지. 술, 담배 맘껏 하다가 죽을 거라고. 장수 집안의 장남답게 아버지는 그때까지 아파본 적이 없었다. 2년 뒤 아버지께서 입원하셨다는 소식을 군 복무 중 듣게 되었다. 폐에 문제가 생겨 데굴데굴 구를 정도로 아프셨단다. 아버지는 그 일이 있은 후 40년 가까이 동행했던 담배와 마침내 이별했다.
부자아빠 장인어른께서 책을 한 권 주셨다.
<나는 120살까지 살기로 했다.(이승헌 저)>
책 제목을 보고 한 80세쯤 읽어보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책장에 잘 모셔두고 있다.
책을 건넨 후 부자아빠께서 말씀하셨다.
"훈이야, 너의 삶이 긍정적으로 흘러갈 거란 믿음을 갖고 살아야 해."
"건강하게 살고, 부자로 살겠다는 방향성이 있어야 인생이 그쪽으로 흘러가는 거야."
"사업할 때도, 투자할 때도 늘 나아질 거란 자기 확신이 있어야지."
"그래야 사업과 투자에서 혹한기가 찾아와도 발 뻗고 잘 수 있는 거야."
"에이지 슈터(Age shooter)라는 말 들어봤어?"
"아니요."
"자기 나이 이하의 골프 스코어를 내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야."
"아하."
"72세면 72타 이하의 성적을 내는 거지."
"오우."
"굉장한 실력인 거야. 에이지 슈터가 되려면 끊임없이 건강 관리를 해야 하고, 라운드에 동행할 친구들이 있어야 하고, 라운드 비용을 감당할 경제적 능력이 있어야지."
"그렇네요."
"나는 에이지 슈터가 될 거야."
"인생 계획서를 끊임없이 검토하고 수정하면서 10년 뒤, 20년 뒤, 30년 뒤에 어떤 모습일지 그려야 해."
"100세가 되어도 여전히 골프를 치면서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100타 이하로 성적을 내면서 말이야."
"네, 아버님. 100세 되시면 기념으로 가족 다 같이 라운드 가시죠."
현재 육아휴직 중인 나는 아이의 생체리듬에 맞춰 살고 있다. 우리 아이는 어린이집을 다니지 않기에 정해진 기상 시간이 없다. 아침 8시에만 기상해도 미라클 모닝일 지경이다. 아침에 일어나 휴대폰을 보니 부재중 전화가 찍혔다. 장인어른이셨다. 목소리에 덕지덕지 묻어있는 잠의 흔적을 재빠르게 지우고 전화한다.
"아버님, 전화하셨네요?"
"어, 아침 먹었어?"
부자아빠의 목소리가 유난히 밝다.
"이제 먹으려고요."
"윤이 데리고 산책할 겸 도서관 가서 오늘자(24.03.18.) 한국경제신문 좀 읽어봐."
"건강, 사업, 코인 관련해서 참고하면 아주 좋은 기사들이 있네."
"네, 아버님."
그날은 월요일이었다. 집 근처 도서관은 휴관이다. 버스 터미널 가면 종이신문이 많았었는데, 지금도 팔려나. 터미널에 입점한 편의점에 전화해 보니 신문을 파는 곳이 없단다. 하긴 요즘 누가 종이신문을 사서 읽나. 인터넷으로도 구매해서 볼 수 있었지만 반드시 종이 신문을 구해야겠다는 이상한 오기가 발동했다. 결국 한국경제신문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택배로 받아보게 됐다.
부자아빠를 흥분시킨 기사는 무엇이었을까. 1면에 답이 나온다. 기사의 제목은 이랬다.
'역노화 혁명' 20대 신체로 평생 산다.
항노화를 넘어선 역노화에 대한 연구가 특집으로 게재되었다. 120세까지 사는 게 점차 평범한 일이 될 것이며 150세 시대도 올 수 있단다. 게다가 생체 시계를 되돌리는 연구마저 진행 중이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세월의 흔적으로 망가진 세포를 젊고 건강한 세포로 되돌릴 수 있다는 것.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가 어쩌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120살까지 살고자 하는 장인어른께는 그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이리라. 역노화 연구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100세에도 가뿐히 에이지 슈터가 될 수 있을 터.
희망회로를 풀가동하여 상상해 본다.
2057년. 부자아빠 100세 된 기념으로 가족 모두 골프백을 든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골프장으로 손꼽히는 스코틀랜드의 세인트 앤드류스 골프장. 넉넉히 100타 이하의 성적으로 라운드를 마친 부자아빠에게 축하를 보낸다.
대학 시절, 수학교육과 동기들 가운데서도 수학을 잘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수학만큼이나 컴퓨터 게임에도 능해서 레벨업 하느라 임용고시 준비에 도통 집중하지 못하고 첫 시험에서 낙방했다. 다음 해, 정신 차리고 공부하려나 했더니 2012년 종말설을 철석같이 믿고는 어차피 지구는 멸망하니 공부는 깔끔하게 집어치우고 게임에 온전히 집중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도 시험은 봤는지 한 번 더 낙방했다. 2012년 12월 31일까지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의 세상에 종말은 오지 않았다. 2013년, 그는 임용고시 준비에 몰입했고 합격해서 지금까지 교사로 잘 살아가고 있다. 아마 더 이상 세상의 종말 따위에는 관심 갖지 않을 테다.
부는 누구에게 흘러갈까?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땅에서 기적을 바라본 기업가에게 흘러갔다. IMF 외환위기로 주가가 바닥을 치고 아파트 가격이 고꾸라질 때, 한국 경제의 회복 가능성을 희망적으로 점친 투자자에게 흘러갔다. 오늘도 10년, 20년, 30년 뒤의 자신의 삶을, 세상의 운명을 긍정적으로 그리며 개척하는 누군가에게 흘러갈 것이다.
하지만,
계획한 대로, 바라는대로만 삶이 펼쳐지지는 않는다.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 불시에 찾아오는 게 우리네 인생이다. 건강 관리를 아무리 잘해도 전혀 예상 못했던 사고로 인생의 종말을 맞이하기도 한다.
인생의 사방에서 도사리는 위험은 어떻게 피해야 하는 것일까? 돈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