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넘어파 Apr 26. 2024

내일이 두렵다는 부자아빠

장인어른께 100억 상속받기 21화

부자는 매 순간 희희낙락할까?


부자의 인생에도, 빈자의 인생에도 노(怒)하고 애(哀)하는 순간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주머니가 비어있는 나의 아버지와 지갑이 늘 두둑한 부자아빠 장인어른의 삶을 비교해 보면 오히려 아버지가 더 희희낙락하며 사는 것 같기도 하다. 아버지는 이뤄놓은 자산이 없기에 상속에 대한 고민은 드라마 속 이야기일 뿐이다. 책임질 회사도, 속 썩이는 직원도, 막아야 할 대출이 있는 것도 아니다. 내일을 염려하며 복잡하게 머리 쥐어 짤 이유가 없다. 그저 하루 일과를 마치고 약주 한 잔 들이키며 기분 좋게 잠들면 그만이다. 어차피 빈손으로 나온 인생, 빈손으로 돌아가는 게 순리 아닌가.



부자아빠께서 말씀하셨다.


"고향에 있는 친구가 나에게 그러더라고."  


"머리 아프게 살지 말고 회사 정리하고 고향 내려와서 그동안 모은 돈 쓰면서 재미나게 살라고."


"허허. 그래서 뭐라 답하셨어요?"


"웃고 말았지."


"아버님께서 그렇게 열심히 사시는 동력은 무엇인가요?"


"난 지금도 내일이 두려워."


"내가 갑자기 아프면, 사업이 갑자기 망하면 우리 가족은, 회사 직원들은 어떻게 되려나."



부자아빠는 속상한 일이 있을 때, 절대 술을 마시지 않는다. 괴로울 때 들이키는 알코올은 독이 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차선이 여러 개라면 1차선은 피해서 운전한다. 중앙선을 침범해 미쳐 날뛰는 차량과 마주할 확률을 줄이기 위해서다. 약속 장소에 가기 위해서 늘 시간적 여유를 두고 출발한다. 시간이 촉박해 서두르면 사고 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어떤 물건이든 아끼고 고쳐 쓰는 절약가이지만 욕실 전등만큼은 조금이라도 어두워지면 바로 교체한다. 행여 바닥에 있는 물기를 보지 못하고 미끄러져 다치는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서다. 부자아빠는 생각한다. 나는 아플 자격이 없다고. 내 몸은 내 것이 아니라고.



부자아빠에게 본격적으로 인생수업을 듣던 때. 부자아빠는 어두컴컴한 터널을 지나고 있었다. 부자아빠가 나에게 했던 무수한 말들은 스스로의 마음을 부여잡으려 뱉어냈던 주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부자아빠는 담담하게 모진 운명을 받아들이며 그 시기를 살아냈고 살아가고 있다.



"훈아, 살다 보면 예기치 않은 고통의 순간들이 찾아올 수 있어."


"네네."


"아무리 조심해서 살아간다 해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맞닥뜨릴 때가 있지."


'끄덕'


"고통이 나에게 다가오는 건 피할 수 없는 운명이지만, 그 고통을 어떻게 극복하는지는 나에게 달려있어."


'끄덕끄덕'


"진짜 두려워해야 하는 건, 고통 자체보다도 거기에 대처할 수 있는 힘이 아무것도 없는 무능력의 상태야."



장모님께서 병원에 계시던 시절을 회상하며 아내가 말했다.


"그때 나는 취준생이었잖아. 고민이 많았지. 엄마 마음은 너무나도 여린 상황이었어. 내가 곁에 있어야 그래도 엄마가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마냥 언제까지 병원에만 있을 수도 없고. 슬픔을 감당하기 너무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경제적인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어. 만약 돈까지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나도 무너져버렸을 거야. 엄마가 예전의 몸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지만, 그래도 엄마가 그리고 싶었던 그림을 돈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그릴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오래전, 아빠가 나한테 이런 말을 했었어. 아빠는 촛불이라고. 아빠 몸을 불살라서 우리 가족들, 직원들의 삶을 비추며 살 거라고."






형과 동생이 있다. 동생은 가난했지만 너그러운 마음씨를 지니고 있었고, 형은 부자였지만 욕심이 많고 심술궂었다. 동생은 자신의 식솔들조차 제대로 먹이지 못할 만큼 주머니가 쪼들렸다. 형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매정하게 거절당한다. 형의 이름은 놀부고 동생의 이름은 흥부다.



부자아빠를 만나기 전까지 그랬다. 놀부처럼 살아야 부자가 되는 줄로 알았다. 부자가 되면 놀부가 될 거라 단정했다. 부자의 마음은 탐심이 지배할 거라 여겼다. 만족할 줄 모르고, 남의 것을 탐내고, 사치와 허영이 가득할 거라고. 거드름 피우고 교만하리라. 주위를 돌아볼 줄 모르며 오로지 자기와 자기 가족의 안위만을 위해 살아간다고 상상했다.



부자아빠는 돈으로, 자신의 능력으로 인생의 모든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거드름 피우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나약함을 인정하기에 늘 안전에 주의하고, 건강에 유의하며, 어려운 때를 대비해 자산을 쌓아간다. 사치와 허영은커녕 궁색하리만큼 지독히도 아낀다. 경제적 자유 운운하며 일하지 않고 놀 수도 있지만 단 한 사람의 일자리라도 더 보전하기 위해 매일매일 머리 쥐어뜯으며 내일을 염려하고 계획한다.



부자의 마음에는 탐심이 아니라 책임이 가득 찼던 것.



예전에는 굶주리고 헐벗은 이에게 당장 먹이고 입히는 것만이 선(善)인 줄 알았다. 부자아빠를 만난 후 알게 되었다. 굶주리고 헐벗은 자가 일을 해서 자기 힘으로 먹고 입을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을 만드는 것도 선이라는 걸. 테레사 수녀처럼 가장 낮은 곳에서 가난하고 병든 자를 섬기는 선한 사람들의 삶만이 숭고한 줄 알았다. 이제는 일론 머스크처럼 가장 높은 곳에서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머리 터지게 고민하며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해 내는 기업인들의 삶도 숭고하게 여긴다.






"왜 이렇게 욕심이 많아?"


"만족할 줄을 모르고 사는 거 같아."


"돈 많다고 다 행복한 거 아니야."



나를 잘 아는 친구들, 가족들이 종종 나에게 하는 말들이다. 나는 현재의 삶이 충분히 만족스럽고 행복하다. 100억을 향한 발걸음은 현재 내가 서 있는 땅이 불만족스러워서, 불행해서가 아니다. 그 한 걸음, 한 걸음의 여정 속에서 내 인생이 더 강인해지고 더 넓어지며 더 충만해지길 기대하기 때문이다. 혹여 오르려던 산의 정상에 도달했을 때, 날 기다리고 있던 건 찬란한 태양이 아니라 희뿌연 안개일지라도 그 여행은 벅차리라.



@ pixabay


이전 20화 어쩌다 부잣집 사위가 되었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