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 클로징(지그 지글러)’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사립학교의 신규 교사가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같은 재단에서 일하는 선배 교사가 퇴직하고 창업했다. 대학 선배이기에 사석에서는 형님으로 부를 정도의 사이이고 아내의 고등학교 은사님이기도 해서 여러 경로를 통해 선배의 소식을 간간히 접할 수 있었다.
선배는 대학생 때부터 괴짜로 유명했다. 뭐 하나에 꽂히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라 게임, 바둑, 노래 등 본인의 취미 생활에서 꽤 높은 경지까지 올라갔다. 몰입하는 힘이 다소 부족한 나는 선배의 그런 몰입 능력을 우러러보며 부러워했다.
선배는 학교에서도 인정받는 교사였다. 제자인 아내의 평에서도 동료 교사들의 평에서도 선배는 늘 열정 넘치고 학생들을 사랑하며 탁월한 성과를 내는 교사였다.
그런 선배가 퇴직한다고 했을 때 많은 동료 교사들이 아쉬워하면서 험난한 사업의 길로 들어서는 선배를 우려 섞인 눈빛으로 바라보았지만 나는 선배가 창업하는 분야에서도 탁월한 경지까지 가겠다 싶었다.
창업 후 사무실을 임차해야만 했던 선배는 최근 강남에 신사옥을 지었다. 여러 사업을 하다 실패하기도 했지만 재기를 거듭하여 드디어 온라인 마케팅 사업에서 크게 성공한 것이다. 그 선배는 베스트셀러인 '마케팅 때문에 고민입니다'라는 책의 저자이자 현재 20명 이상의 마케터들이 일하고 있는 광고대행사 ‘애드리절트’의 이승민 대표다.
강남 신사옥을 구경하고 싶기도 하고 나 역시 가슴 한 구석에는 사업에 대한 열망이 늘 자리 잡고 있기에 선배를 만나 이야기하고 싶어졌다. 신사옥에 놀러 가 구경도 하고 식사를 하며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선배에게 비교적 짧은 시간에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를 물었다. 나는 그 이유가 선배의 몰입 능력이라고 생각했는데 선배는 전혀 다른 답변을 내놓았다.
“예전에 세일즈 클로징(지그 지글러)이라는 책에서 이런 문장을 본 적이 있어”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주면
당신이 인생에서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
“마케팅은 고객의 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잖아. 내가 성공하고 싶은 만큼 우리 고객이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다 보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
성직자에게나 들을 법한 너무나도 도덕적이고 교과서적인 선배의 답변을 듣고 부끄러워졌다. 사업가라면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주인공처럼 현란한 말솜씨로 고객들을 현혹시키면서 좋지도 않은 상품을 비싸게 팔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나는 사업하면 안 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빠른 기술의 변화와 사람들의 변덕적인 취향에 맞춰 새로운 사업이 두더지 게임처럼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지만 성공과 돈은 여전히 정도를 걷는 사람에게 머무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