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넘어파 Aug 15. 2023

강남 건물주가 된 선배 교사

‘세일즈 클로징(지그 지글러)’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사립학교의 신규 교사가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같은 재단에서 일하는 선배 교사가 퇴직하고 창업했다. 대학 선배이기에 사석에서는 형님으로 부를 정도의 사이이고 아내의 고등학교 은사님이기도 해서 여러 경로를 통해 선배의 소식을 간간히 접할 수 있었다. 


선배는 대학생 때부터 괴짜로 유명했다. 뭐 하나에 꽂히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라 게임, 바둑, 노래 등 본인의 취미 생활에서 꽤 높은 경지까지 올라갔다. 몰입하는 힘이 다소 부족한 나는 선배의 그런 몰입 능력을 우러러보며 부러워했다. 


선배는 학교에서도 인정받는 교사였다. 제자인 아내의 평에서도 동료 교사들의 평에서도 선배는 늘 열정 넘치고 학생들을 사랑하며 탁월한 성과를 내는 교사였다. 


그런 선배가 퇴직한다고 했을 때 많은 동료 교사들이 아쉬워하면서 험난한 사업의 길로 들어서는 선배를 우려 섞인 눈빛으로 바라보았지만 나는 선배가 창업하는 분야에서도 탁월한 경지까지 가겠다 싶었다.


창업 후 사무실을 임차해야만 했던 선배는 최근 강남에 신사옥을 지었다. 여러 사업을 하다 실패하기도 했지만 재기를 거듭하여 드디어 온라인 마케팅 사업에서 크게 성공한 것이다. 그 선배는 베스트셀러인 '마케팅 때문에 고민입니다'라는 책의 저자이자 현재 20명 이상의 마케터들이 일하고 있는 광고대행사 ‘애드리절트’의 이승민 대표다.



전직 교사인 광고대행사 '애드리절트'의 이승민 대표



강남 신사옥을 구경하고 싶기도 하고 나 역시 가슴 한 구석에는 사업에 대한 열망이 늘 자리 잡고 있기에 선배를 만나 이야기하고 싶어졌다. 신사옥에 놀러 가 구경도 하고 식사를 하며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선배에게 비교적 짧은 시간에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를 물었다. 나는 그 이유가 선배의 몰입 능력이라고 생각했는데 선배는 전혀 다른 답변을 내놓았다.


“예전에 세일즈 클로징(지그 지글러)이라는 책에서 이런 문장을 본 적이 있어”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주면
당신이 인생에서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


“마케팅은 고객의 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잖아. 내가 성공하고 싶은 만큼 우리 고객이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다 보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 


성직자에게나 들을 법한 너무나도 도덕적이고 교과서적인 선배의 답변을 듣고 부끄러워졌다. 사업가라면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주인공처럼 현란한 말솜씨로 고객들을 현혹시키면서 좋지도 않은 상품을 비싸게 팔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나는 사업하면 안 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빠른 기술의 변화와 사람들의 변덕적인 취향에 맞춰 새로운 사업이 두더지 게임처럼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지만 성공과 돈은 여전히 정도를 걷는 사람에게 머무나 보다.

매거진의 이전글 고려대 의대 수석 입학한 제자의 공부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