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학부모 상담, 갈까요? 말까요?

(기고문) 초등교사가 크리스천 학부모님들께

by 화원

모두 바쁜 3월이 지났습니다. 아이들은 학교에 잘 다니고 있나요? 아이가 학교에 가고 나서 별도로 전화만 오지 않으면 일단 잘 적응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하지 않고, 잘 가는 것만으로도 효도랍니다.
저에겐 30년 지기 친구가 있습니다. 고3 자녀를 둔 친구인데, 믿음은 없지만 제게 기도를 부탁해서 1년을 정해 매일 기도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 만났는데 오른쪽 새끼손가락에 물고기 모양 반지를 했더라고요. 친구는 “고등학교 3학년 아이가 있는 엄마들끼리 맞췄어. 오른쪽 새끼손가락에 끼우는 건데 물고기 머리가 엄지 쪽을 향하면 아이에게 좋대”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아이가 고3이 되면 엄마의 간절함은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됩니다. 여기저기에서 들은 좋은 것들을 다 해주고 싶고, 해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비용은 들지 않으면서도 우리 아이를 위한 일 한 가지를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4월에 보통 학부모 상담 주간이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부모님이 ‘아이가 학교에 간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상담할 게 뭐 있겠어?’하고 상담을 하지 않기도 합니다. 하지만 선생님들은 한 달이면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하루 5시간 이상 매일 보면 식습관부터 성격, 관계, 습관, 취미 등 정말 많은 걸 알게 되거든요. 아이의 교육을 위해서 학부모와 교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협력자 관계입니다. 그래서 아이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걱정되는 점을 선생님과 공유하며 나아질 방법을 찾는 과정이 바람직합니다. 보통 긍정적 상담을 받아온 부모님들은 학교에 더 오려고 하시지만, 그렇지 않은 부모님은 아예 학교와 연락을 단절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상담이 더 필요한 가정일수록 상담이 되지 않는 악순환이 이뤄지기도 합니다. 아이의 어떠함은 숨긴다고 숨겨지지 않고, 걱정한다고 나아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몸에 병이 들면 기도하고 병원에 가서 치료도 받듯이, 아이에게 어려움이 있다면 기도하면서 학교 선생님과 협력을 이루어 가기를 권해드립니다.
어린이집,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또 다릅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분이 초등학교에 와서 교사에게 무척이나 객관적인 이야기를 들을 때 당황해합니다. “어린이집에서는 그런 얘기를 들은 적 없는데요?”라고들 하시죠.
제가 예전에 근무하던 학교에서의 일입니다. 학교에서 ‘인터넷 이용 검사’를 했는데 한 아이가 ‘중독’ 단계였습니다. 실제로 교실에서 문제행동도 많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아이의 어머니와 상담했는데, “우리 아이는 집에서 아예 컴퓨터를 하지 않아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한 일주일쯤 지나서 아버지가 학교로 찾아오셔서 “우리 부부가 다 일을 하니까, 아이가 PC방에 가서 컴퓨터를 많이 했더라고요. 선생님이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아이를 잘 몰라서 죄송합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학부모님은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었고, 남의 아이를 가르치면서 내 아이 문제를 알지 못했다는 것을 몹시 힘들어하셨습니다. 그 마음이 얼마나 아프고 힘든지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저라고 왜 그런 일이 없었겠습니까. 가정에서 보는 아이와 학교에서 보는 아이는 다릅니다. 교사에게 특별한 관찰 능력이 있다기보다 20여 명 아이 중 한 명으로 관찰하기 때문에 잘 보이는 게 있습니다. 선생님마다 특성이 있긴 하지만, 아이가 바르게 크도록 가르치려는 마음은 다 같습니다. 그러니 선생님을 협력자로 생각하고 솔직하게 아이의 모습을 털어놓으면서 상담해 보시면 어떨까요? 솔직하게 아이의 상황을 밝히는 부모님께는 선생님도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아이의 모습을 알고 싶으신 만큼 집에서의 모습도 공유해 보세요. 선생님 나이가 젊다고 모르지 않습니다. 선생님의 나이나 성별, 그 무엇으로도 선입견 갖지 마시고, 그냥 ‘내 아이의 선생님’이라는 이름으로 대화하시기를 바랍니다.


학부모 TIP!

1. 학교 상담 전에 미리 궁금한 것들을 선생님께 구체적으로 알려드리면 알찬 상담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누구랑 친한가요?’, ‘쉬는 시간엔 뭘 하며 노나요?’, ‘불편한 친구 000가 있는데 살펴봐 주세요.’ 아이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문제 해결의 과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2. 곧 어린이날이 다가옵니다. 그날을 어떻게 계획하고 있으신가요? 제가 기억나는 말은 아이들에게 선물보다 체험을 선물하라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선물로 사준 장난감은 보통 한 달이면 그 가치를 다하곤 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체험을 할 때 아이는 오래도록 기억합니다. 가족이 함께하는 즐거운 경험과 추억이 가장 좋은 선물 아닐까 싶습니다.


/ 최민혜 교사(부천온누리교회, <야누시 코르차크 아이들을 편한 길이 아닌 아름다운 길로 이끌기를> 저자)


출처: 온누리신문(2025/04/16, http://news.onnuri.or.kr/board/board_view.php?BoardID=12&BoardSeqNo=18017)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학부모님과 선생님께 편지가 도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