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 학급 학생자치회 임원 선거

경쟁일까 좋은 자극일까?

by 화원

오늘도 낮 34℃.. 어제까지만 해도 퇴근해서 집에 들어가자마자 에어컨을 틀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광복절이 지나면 더위로부터도 해방되어서 ‘정말 광복절이야.’라고 생각했었는데. 광복절이 지나고 2주가 되어가는데도 더위는 아직 꺾일 줄 모른다. 다행히 어제 비가 좀 왔다고 오늘 아침 처음으로 출근 전 에어컨을 틀지 않았다. 얼른 시원해졌으면 좋겠다.


오늘은 2학기 학급 임원 선거가 있는 날이다. 어제 물어보니 회장 후보만 9명이었다. 우리 반 학생이 총 23명인데 말이다. 오늘 축구를 배우는데도 아이들은 임원선거용 복장(블라우스, 남방, 치마 등)을 입고 와서 약간 부조화를 보이는 아이도 있었다. 아침부터 회장 후보 6명, 남자 부회장 후보 3명, 여자 부회장 후보 5명(부회장 후보들은 회장선거 후 떨어진 아이들이 다 다시 출마했다.), 아이들 모두 선거 준비를 아주 철저히 해 온 걸 느낄 수 있었다. 어제 회장 후보 나온다고 했던 9명 중 3명은 분위기를 보고 포기한 것 같다. 후보가 포스터를 준비하는 규정은 없지만 발표 시 쓸 포스터를 꾸미고, 머리에 잡초 모양 그림을 그려 머리띠를 하고 “저는 잡초입니다. 저를 뽑아주세요.”라고 하는 아이도 있었다. 공약을 모두 외워서 그걸 떠올리며 말하느라 생각하는 그 눈의 움직임이 보이는 아이도 있었다. 적어온 걸 보고 읽기만 하는 아이도 있고, 모든 걸 생각하고 여유 있고 자신 있게 발표하는 아이도 있다. 소견 발표를 모두 마친 후에는 함께 서서 친구들의 질문을 받았다. 아이들 눈높이의 질문들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눈사람 만들기를 하자는 후보에겐 “눈이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건가요?”라고 질문하고, 별다른 공약 없이 ‘친구들을 배려하며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한 아이에겐 “그래서 공약이 뭔가요?”라고 물어본다. 쉬운 게 없다.


요즘 4학년 아이들의 공약은 이렇다.

**이 공약

어디 있니 내 물건? “분실물함에 있지~^^”

쿨쿨 인생의 최~~ 고! 파자마 파티!

너는 어때? 우리의 추억이 쏘~옥, 건의함♡

공기, 할리갈리! 하하 호호 대회에 놀러 와!


**이 공약

신나는 물총놀이

맛있는 과자파티

친구와 더 친밀해질 수 있는 파자마 파티

미니 올림픽

누가 누가 잘하나?(매월 학급약속을 잘 지킨 친구에게 과자 시상)


**이 공약

칭찬 우체통

나눔 필통

과자파티

겨울에 눈사람 만들기

**이 공약

건의함 설치

미니올림픽

우리 반 약속 왕 뽑기

골든벨 개최

**이 공약

미니올림픽 참여하면 젤리 주기

경청하는 우리

사이좋게 지내는 교실

**이 공약

알뜰장터함 배치

우리 반 최고 어린이상 수여

**이 공약

마니또

미니올림픽

착한 어린이상

**이 공약

퀴즈대회

스포츠데이

공유게시판

장기자랑데이

**이 공약

의견과 말씀을 귀 기울여 듣기

퀴즈대회 열어 1등에게 선물 주기

1달에 1번씩 게임을 하여 이긴 팀에게 간식꾸러미 주기

필요한 준비물 게시판 만들기

마니또

미니운동회


요즘 아이들은 공약을 생각할 때 여기저기 정보가 많다. 이전에 인상 깊게 본 걸 따라 하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조사하기도 하고, 아이들 마음을 공략할 준비를 참 많이 해 온다.

이제 2학기 임원이 뽑히고 한 달이 지났다. 후보로 나온 아이들 공약은 내가 미리 읽어보고 아예 할 수 없는 건 수정하라고 하긴 했다. 그래서 뽑힌 회장 1명과 부회장 2명의 공약은 아주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임원 아이들은 내가 별도로 말하지 않아도 공약을 척척 지켜나간다. 오히려 너무 빨리 하고 싶어 해서 내가 일정을 조율하기도 한다. 쉬는 시간에 대회를 열고 선물을 주고, 파자마파티를 한다는 공약을 위해 난 미리 교육과정을 변경해서 시간을 만든다. 파자마파티는 나중에 따로 한번 글로 남겨야겠다.


예전에 한 반에 40명 안팎의 아이들이 있을 때는 학급에 반장 1명과 부회장 2명, 회장 1명과 부회장 2명, 총 6명의 임원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한 반 25명 안팎으로 아이들이 줄었기에 임원도 그 절반으로 줄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 임원선거가 지나친 경쟁이고, 임원 역할이 별로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로 없애버리고 아이들이 돌아가며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하는 학교도 있는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대부분 아이들이 초, 중, 고까지 12년을 경험하는 학교를 작은 사회로 생각할 때, 대표자를 뽑고 경험하는 것도 필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도전과 성공도 그렇지만, 도전과 실패도 중요한 경험이다. 이번에 뽑힌 한 아이가 작년에는 떨어졌는데 올해는 되었다고 과거 경험까지 이어서 일기에 엄청난 감동을 적었다. 아이라고 해서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이전의 경험을 통해 다시 배우고, 다시 일어나고, 다시 용기를 낸다.


그리고 비슷하게 요즘은 교내 대회와 교내상은 거의 없다. 우리 학교에서는 아예 없다. 시 교육청에서 주최하는 대회에 희망자나 학교대표를 선발해서 지도해서 나가는 대회가 간혹 있긴 하다. 이렇게 바뀐 데에는 학교에서 경쟁을 유도하지 않는다는 취지가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교내상을 결정하는 과정의 공정성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많으니 그것도 한 요인이라고 추측해 본다. 예전엔 교내 글짓기, 그리기, 수학경시, 글씨 쓰기, 웅변대회 등 수많은 대회가 있었다. 그리고 상을 받으며 내 재능을 찾아가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학교에서 여러 이유로 그런 대회를 멈추니, 아이들은 학교가 아닌 학원선생님을 따라 피아노, 태권도, 줄넘기, 미술, 수학, 토론, 글짓기 등 다양한 대회에 나간다. 그래야 내 재능을 인정받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언제, 어떤 자극을 어떻게 주어야 할지에 대해서는 참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특히 어느 정도의 경쟁과 자극이 필요하다는 측과 필요치 않다는 측 모두 각자의 논리가 있다. 그래서 학교도 부모도 고민한다. 적절할 때 좋은 자극을 줄 수 있는 교사로서의 역할도 생각해 보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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