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 현무암

발 세 개인 아이

by 화원

3교시 체육시간이다. 10:50 수업 시작이라, 미리 가서 매트가 깔린 곳에서 기다리는데 체육 선생님이 안 오신다. ‘어 왜 안 오시지? 무슨 일 있으신가?’ 하면서 아이들과 서프라이즈를 생각한다. “얘들아 선생님 오실 때 우리 여기 없는 것처럼 하자. 일단 불을 끄고, 모두 누워있는 거야. 말하면 안 돼.” 하고 나름 서프라이즈 준비를 하고 숨죽이고 있었다. 말하면 안 된다고 하지만 말하지 않는 아이는 거의 없다. 하지만 5분씩이나 지났을 때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체육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다. 전화 연결이 안 되다가 되었다. “어, 선생님 오늘 다른 반 강사 수업으로 선생님반 체육 내일 1교시로 바꿨었어요. 지금 그래서 다른 반 수업 중이에요.” “아, 그래요? 제가 바뀐 수업 체크 안 하고 기존대로 생각하고 기다렸네요. 죄송해요.” ‘아, 서프라이즈까지 준비하고 있었는데 허무하다.’ 가끔 강사분 수업으로 인해 전담교사 시간을 변경할 때가 있는데 철!저!히! 기록하고 챙기지 않으면 이런 일이 생긴다.


하지만 솔직함이 가장 바른 길이니까 아이들에게 빨리 사실대로 말한다. “얘들아, 우리 체육시간이 내일 1교시로 바뀌었는데 선생님이 까먹었네. 우리 여기 온 김에 한 시간 놀까?”“와~!!!” 아이들은 갑자기 생긴 놀이시간으로 신이 났다. 마침 매트가 펼쳐져 있으니, 남자아이들, 여자아이들 양쪽으로 나뉘어서 앞 구르기, 옆 구르기, 물구나무서기를 한다. 여자아이들은 매트가 3개 있는데 일단 벽에 붙이고 물구나무서기 하는 그룹이 있다. 그러다가 누워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다른 매트에서는 앞 구르기를 못한다며 서로 알려준다. 옆 구르기도 가르쳐준다. 남자아이들은 옆돌기를 좀 하다가는 술래잡기를 한다. 그러다가 자꾸 여자아이들 쪽으로도 뛰어가서 거긴 가지 말라고 해도 또 가고 또 간다. 멈춰 세워서 지도하니까 그제야 가지 않는다. 그렇게 어쩌다 생긴 놀이시간, 아이들 이마는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실내화를 벗고 들어온 곳이라 마치고 교실로 갈 때 실내화를 신느라 바쁘다. 물통도 챙긴다. “야 물통 주인, 가져가.” 아이들끼리 서로 챙겨주는 모습이 이쁘다. 그러다가 한 여자아이가 말했다. “선생님, 저 실내화 한 짝이 없어졌어요.” “그래? 없어지진 않을 거야. 다시 찾아봐.” 그래도 못 찾았는지 깽깽이로 뛰어가며 외친다. “발 세 개인 사람 누구야? 내 실내화 내놔~!” 다른 아이들도 따라 말한다. “발 세 개인 사람?” 그나마 교실이 가까워서 다행이지만 아이는 교실에 와서도 계속 놀이반 진심반 외친다. “발 세 개인 사람~!” 그때 다른 아이가 실내화 한 짝을 들고 온다. “**야, 이거 아까 거기 문 뒤쪽에 있던데?”“아 그래? 고마워.” 다행히 우리 반에 발 세 개인 아이는 없었다.


내가 구멍이 있다는 걸, 많다는 걸 오늘 아이들에게 제대로 들키고 말았다. 아니, 눈치 빠른 아이들은 이미 알고 있었을 수도 있다. 나는 휴대전화 캘린더에, 교무수첩에, 가끔은 칠판 한쪽 구석에 내가 할 일을 산더미처럼 적어두고도 잊을 때가 있다. 변명이라면 학교의 업무라는 게 깊이 들어간다기보다 산재되고 나열되어 있는 일들이라 가끔은 꼼꼼함을 자부하는 나에게도 벅찰 때가 있다. 하지만 가끔씩 드러나는 나의 구멍이 어느 아이에겐 다행일 수 있고, 모두에게 쉬어가는 기회가 될 거란 생각도 든다. 앞으로 내가 구멍이 엄청 많은 현무암과 같다는 걸 아이들도 알게 되겠지. 오늘 실수로 생긴 이 시간을 재미있게, 또 오래 기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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