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 넌 커서 어떤 사람이 될까?

가장 용감한 아이가 가장 무서워하는 건

by 화원

“선생님, 선생님, 또 벌레 나왔어요.” 어제는 교실에 뭔가 큼직한 벌레가 나타났다. 아침 9시부터 이 벌레로 또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요즘 눈이 안 좋아서 가까이 가서 보니 노린재였다. 그놈은 학습 준비물이 쌓여있는 복도 쪽 벽 아래로 살금살금 기어가고 있었다. 이번에는 내가 아무 말하지 않았는데도 한 달 전에 돈벌레를 잡아서 창문 밖으로 버렸던 아이가 또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이미 벌레를 치우고 있었다. 나도 지난번과 똑같이 자연스럽게 방충망이 없는 창문을 열어주었다. 그렇게 이번엔 더 신속히 벌레 문제가 해결되었다. 나는 아이들이 다 가고 나서 대걸레에 소독약을 뿌려서 교실 바닥을 모두 닦았다. 요즘 여름이라 그런지 러브버그도 복도에 날아다니고, 여자아이들은 연신 소리를 지른다. 이게 아주 높이 날아다니는 것도 아니고 꼭 눈높이에서 날아다니니까 나도 그게 너무 싫기는 하다. 남자아이들은 그러면 친구를 위한다는 명목 아래 실내화 신은 발로 러브버그를 밟아버린다. 아이들끼리 말한다. “야, 있다가 점심시간에 1층에 내려가서 처치하자.” 나는 말렸다. “얘들아, 그거 해충은 아니라니까 일부러 죽이지는 마.” “친구들이 너무 싫어해서 죽여야 해요. 어제도 50마리는 죽였어요. 전에는 80마리도 죽였어요.” 요즘 아이들은 어제 러브버그 몇 마리를 죽였는지 매일 등교하자마자 내게 보고한다. 그렇게 벌레를 밟은 그 실내화로 돌아다니는 교실, 그 바닥에 앉아서 친구랑 손바닥으로 공기 하는 아이들.. 이걸 생각하면 교실 바닥을 청소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게 신경 써서 대걸레 청소를 한 다음날은 그거 하나 더 했다고 몸이 찌뿌둥하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도 ‘내가 자랑스럽게 느껴졌을 때’ 쪽지를 하나 뽑아서 발표했다. 23명 중 마지막이었고, 마침 그 벌레를 잡아버리던 아이였다.


“3학년 때 곤충에 대해 친구와 연구도 하고 잘 관찰해서,

3학년 교실에서 배추흰나비 애벌레 키울 때 곤충 성장 과정도 잘 써서,

선생님에게 곤충에 대해 잘 안다고 칭찬받았을 때가 자랑스럽다”


나는 이 아이를 참 좋아한다. 무척이나 정직하고, 거침없다고 해야 하나? 주저함 없는 그 씩씩함이 무척 건강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을 담아 말한다. “선생님은 우리 반에 벌레가 나올 때마다 **가 무섭지도 않은지 다 치워주어서 너무 용감한 것 같아요. 고마워요.” 그러자 그 아이가 말한다. “전 귀신이나 벌레는 하나도 안 무서운데요, 엄마가 무서워요.” 갑작스레 고백이 이어진다. “깜깜한 밤에 혼자 수영하는 것도 안 무서운데요, 집에서 엄마가 저 혼내려고 제 방으로 다가올 때 ‘스윽 슥’ 들리는 그 슬리퍼 소리가 제일 무서워요.”“엄마가 왜 오시는데?”“저 잘못해서 혼내려고요.”“그래? 그럼 무서울 때 어떻게 해?”“숨어요. 저번에는 베란다에 숨었는데 2시간이나 못 찾으셨어요.”“그럼 그러다가 찾으시면 더 혼나지 않아?”“그렇긴 해요.”

이 아이는 그전부터 지켜보면 참 아주 굵은 나무 같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무얼 해도 거침없고, 두려움 없고 솔직하다. 그래서 한 번은 둘이 걸어가다가 얘기한 적이 있다. “선생님은 **가 용감하고 정직해서 좋아. 그 두 가지가 필요한 직업은 뭐가 있을까?”“경찰? 소방관이요?”“그래 그것도 좋고 군인도 좋고. 선생님은 **가 그런 쪽의 일을 할 거라는 생각이 드네.”“우리 엄마, 아빠도 제가 겁이 없다고 해병대 가라고 하셨어요. 거긴 깜깜한 밤에도 훈련하고 그런대요.”“아 부모님도 그런 얘기를 하신 적 있구나?”


이 아이는 말이 많지는 않지만, 말을 하면 항상 정직했다. 두세 명 아이들이 서로 다른 말을 해서 또 다른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이 아이의 말이 다 맞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보석으로 치면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과 같다고 할까? 아직은 모가 많아서 여기저기 부딪히고, 거칠지만 정말 좋은 보석과 같은 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아이는 커서 무엇이 될까?’ 아이도 그 부모님도 궁금하시겠지만, 학교에서 가르치는 선생님인 나도 무척이나 궁금하다. 이 아이처럼 자기만의 특색이 있는 아이, 그리고 남의 눈치 보지 않고 건강한 자아를 가진 아이는 보석과 같다. 최근에는 용감한 아이를 잘 본 적이 없다. 예의 없고 거친 아이들은 있지만 용감한 것은 그것과 차원이 다르다. 이 아이는 예의 바르고 용감하다. 아침에 이 아이가 가장 무서워한다는 것의 이야기를 들으며 웃고, 그리고 이 아이의 미래를, 해병대가 되어 귀신도 잡고 있을 이 아이를 떠올리며 행복한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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