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 어린이신문

파리도 신문을 읽는다

by 화원

우리 반엔 월, 화, 수, 목, 금 매일 어린이신문이 온다. 올해는 학급운영비로 월 15,000원씩 2부를 구독하고 있다. 내가 걸어서 출근하니까 매일 아침 학교 정문에 걸린 자주색 신문주머니에서 신문을 꺼내 들고 올라온다. 그리고 교실에 와서 1부는 교실 뒤 사물함 위 (오늘 신문) 자리에 두고, 1부는 그날의 도우미 학생에게 준다. 심부름 많이 하는 도우미에게 하나의 선물이다. 그날 신문은 물론이지만 사물함 위에 자리가 있는 만큼 최대한 신문을 두고, 매일 가장 오래된 한 부는 빼서 끝쪽에 쌓아둔다. 그렇게 항상 13부의 신문이 잘 보이게 한다.


"여러분 공부를 잘하고 싶은가요?" "네~!" "공부를 잘한다는 게 시험을 잘 보는 거라면, 시험지는 결국 온통 글자고 문장이니까 무언가 읽고 이해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매일 새로운 소식이 있는 신문 읽으면 여러 가지로 좋으니 매일 읽으세요." 처음 한 달 정도는 그냥 이렇게 말만 하고 그냥 두었다. 그랬더니 5명 정도 원래 책 잘 읽던 아이들만 관심을 가지고 볼 뿐 나머지 아이들은 사진만 보고 지나가고 여전히 놀던 대로 놀았다. 그래서 다음에는 칠판에 항상 <신문, 독서> 이렇게 적었다. 그랬더니 아이들이 더 많이 신문 쪽에 서서 읽긴 했다. 그렇게 또 몇 주 지났는데 난 우리 반 모든 아이들이 좀 더 자세히 읽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결국 매일 쓰는 배움 공책에 꼭 신문에서 배운 1가지를 기록하도록 했다. 그리고 배움 공책 검사 시에 그걸 내게 직접 말하도록 한다.


"신라시대에는 고춧가루가 없어서 귤껍질을 넣어서 김치를 만들었대요."

"인도 사람들이 금을 좋아해서 요즘 금값이 올라 돈방석에 앉았대요."

"지드래곤도 옛날에는 연습실 걸레질을 했대요."

"우리나라 KTX는 시속 305km로 세계 6위래요."

"게임왕 페이커도 사실 독서광이었대요."

"블랙핑크 제니, 아이브 장원영, 오 마이걸 미미가 말차를 즐겨 마시자 세계적으로 말차가 유명해졌대요." 등등

아이들도 시사정보를 얻고 나도 덩달아 이런저런 정보를 배우게 된다. 아이들이 가끔은 대충 보고 와서 리비아를 리바이라고 하는 등 모르는 채로 말하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계속 웃음이 난다. 오늘은 신라시대 고춧가루가 없어서 귤껍질을 넣어서 김치를 만들었다는 게 메인이었는지 10명 정도가 그 얘기를 해서 "신라"만 나와도 웃음이 났다.


어린이신문에는 시사 키워드, 교과연계 내용, 뉴스 속 역사이야기, 용어풀이, 경제꿀팁, NIE교재와 질문들, 한자속담, 가로세로 낱말퍼즐과 대회 안내 등이 있다. 어른 신문과 달리 광고는 책 홍보하는 거 딱 1개 있는 정도라서 8면인데도 내용이 알차다는 생각이 든다. 딱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읽을거리라서 좋다.


아주 예전에는 학교에서 강제적으로 신문을 구독하도록 하면서 학교 측의 비리가 있어서 문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전혀 그렇지 않다. 아침마다 오던 신문, 우유가 아예 사라졌다. 그리고 조용히 독서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그러다가 나는 똑똑해 보이는 아이도 너무 상식이 없고 시사정보가 없는 걸 몇 번 느끼고는 신문을 찾기 시작했다. 어린이 신문을 온라인으로 몇 가지 비교해 보고 집에서 읽는다는 아이에게도 의견을 물어보고 해서, 알뜰하게 1달 무료를 신청해서 본 후 결정한 것이다. 교실에서 신문 읽기, 요즘 신문 자체가 귀하지만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신문이다 보니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주제선택과 글들이 마음에 들었다. 요즘 정보는 넘쳐나지만 아이들을 위한 좋은 정보, 정제된 정보는 그리 많지 않기에 고심하다가 신문을 구독하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좋은 선택 중 하나였다고 생각이 든다.


우리 반은 배움 공책을 쓴다. 그날 배운 것 중 3가지를 쓰는데

1. 신문에서 알게 된 것

2. 수업 중에 배운 것

3. 친구들에게 배운 것 이렇게 매일 3가지를 쓰고 검사받는다.


이제 10월이 지나면서 한 아이의 배움 공책을 열어보니 아이들 배움 공책 27매 중 19매를 썼다. 12월 30일 종업식까지 딱 1권을 꽉 채울 것 같다. 올해 쓴 공책 중에서는 일기장과 함께 올해를 소중히 기억할 수 있는 공책이 될 것 같다.


아, 그리고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

아침에 출근해서 문을 열어놓고 연구실 가서 차를 한잔 타서 가지고 들어오는데 아이들이 난리가 났다.

"선생님, 남자애들이 저기 신문에 있던 똥파리를 죽였어요."

"뭐라고?"

"저 똥파리 어제 오후부터 우리 교실에 있던, 내가 잘 아는 파리인데? 죽인 게 누구야?"

애들이 키득거린다. "아 선생님이 아는 파리래~^^"


남자아이 세 명이 쪼르르 나왔다.

"무슨 일이야?"

"선생님, 저기 신문 위로 파리가 날아다녀서요, **가 먼저 주먹으로 쳤어요. 그리고 **가 빗자루로 치고 신문을 덮어서 완전 눌러서 죽였어요."

"얘들아 파리는 그렇게 해충은 아니고, 얘도 교실에서 나가고 싶었는데 나갈 곳이 없어서 어제부터 못 나갔던 거야. 선생님이 잘 아는 이 파리가, 똑똑해지고 싶어서 신문을 좀 읽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렇게 죽여야 했니?"

하니까 애들이 난리가 났다.

"파리가 신문을 읽는대. ㅋㅋ"

"그럼, 파리도 신문을 읽느라 거기 있었던 거지. 똑똑해지고 싶어서 말이야."

그리고 나는 파리 사체가 있는 그 신문지 한 장만 뜯어서 손바닥만 하게 접어주고 일회용 포크를 하나 주면서

"1층 화단 알지? 거기 죽은 식물 쌓아놓는 자리가 있어. 쉬는 시간에 가져가서 거기 흙 파고 묻어주고 와."

그렇게 1시간 수업이 마치고 우르르 몰려나갔다.

"선생님 저도 구경하러 가도 돼요?"

"그래."

시간이 지나 아이들이 올라왔다.

"선생님 이 신문지는요?"

"사람도 죽으면 수의를 입는데, 선생님이 아까 파리를 신문지로 감싸줬잖아 그대로 묻어야지."

"아~!"

아이들은 그 신문지를 손가락으로 슬쩍 집어서 멀찍이 들고 또다시 우르르 몰려 내려간다.

나가려던 한 명에게 말했다.

"포크는?"

"애들이 흙에 꽂았어요."

"그래? 그럼 여기 포스트잇에 써서 내려가. '신문 읽던 파리 고이 잠들다.' 그래서 포크에 붙여줘."

한 아이가 열심히 써서 내려갔다.

어느 아이가 말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래서 내가 "곤충이니까 조금 바꿔야지. '삼가 고충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했다.


이렇게 '파리도 읽는 신문을 우리는 더 열심히 읽어야겠다.'라는 교훈을 얻으며 한바탕 소동은 끝이 났다.


*아래는 이 날에 대한 아이들 두 명의 일기인데 학생들에게 동의를 얻어 같이 싣는다.


1) 똥파리 사건

오늘 아침 학교, 시끌벅적한 소리로 가득한 채 등교를 했고 선생님이 오케스트라를 감상하실 때, 우리 반에서는 진짜 큰 똥파리가 나타났고 그걸 죽이고 싶어 하는 남자애들은 빗자루를 들고 나타났다. 일단 **이가 빗자루로 똥파리를 때렸고, 똥파리는 신문 위로 떨어졌다. 똥파리는 아직 살아있었다. 하지만 **이가 한번 더 때리니깐 신문을 읽던 똥파리가 죽었다. 그리고 잠시 후 **가 그 신문을 치자 피인가 내장이 튀어나와서 친구들이 경악을 했다. 나는 제대로는 못 봤는데 **가 빨간색 무언가가 나왔다고 했다. 내가 안보길 잘했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돌아오셨을 때 그 친구들은 혼이 났다. 그리고 그 똥파리를 묻어주었다. 그 똥파리는 지금쯤 좋은 곳에 가서 잘 있을 것이다. 삼가 고충의 명복을 빕니다.


2) 파리 사건

오늘은 학교에서 신문을 평화롭게 읽고 있던 중 **가 외쳤다. "파리다." 남자애들은 "어디 어디"라고 외치며 파리를 찾던 중 조용히 신문을 읽고 있는 '파리자베스 2세"가 '위잉 위잉' 거리며 웬 남자 거인 **씨와 **씨가 나타나 빗자루로 파리씨를 툭 쳐서 그렇게 파리씨는 목과 몸이 분리된 채로 세상을 떠났다... 쌤이 도착하셔서 하시는 말씀.. " 그 파리 나랑 아는 사이야." 난 그 말이 너무 웃겨서 입과 코를 잡고 웃음을 참으려는데 도저히 안 참아져서 그만 웃어버렸다는 웃픈 사실...ㅋㅋㅋ 지금 일기를 쓰는 도중에도 웃음을 참으며 쓰고 있다. 특히 남자애들이 파리를 묻을 때도 진지한 모습이 너무 웃겼다. 다음엔 내가 죽여야겠군..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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