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웃는다
날씨 좋은 9월 넷째 주 화요일, 학교 운동장에 모처럼 만국기가 걸렸다. 저 높이 국기게양대부터 시작해서 6가닥이 넘는 만국기 줄은 학교 울타리까지 길게 늘어졌다. 그리고 가을이라 정말 파아란 하늘~ 그 아래 4학년 아이들 170여 명이 종알종알 참새처럼 기쁘게 모여들었다. 학교 나들이 온 학부모님들이 선글라스와 모자를 쓰고는 스탠드에 가득 서계셨다. 구령대에 서 있는 바람이 잔뜩 들어간 아치형 장식과 점수판을 들고 있는 커~어다란 토끼 풍선은 보기만 해도 신나는 하루를 예약해 주었다. 경쟁을 좀처럼 말하지 않고 시키지도 않는 학교지만, 이날만은 아이들이 두 팀으로 나뉘어 한 팀은 흰색 티셔츠를 입고 양 손목에 흰색 아대를 했다. 다른 팀은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파란색 아대를 했다. 서로 이겨볼 거야 라며 아이들은 눈을 반짝인다.
학년별 하루씩 오전 시간 신나게 놀았다. 그리고 서비스인지 이틀 후에는 강당에 에어바운스 5개를 설치해 주어 또 각반 30분씩 야무지게 잘 놀았다. 이날 내내 마이크를 잡은 사장님?은 전문 레크리에이션 강사의 입담과 재치를 뽐내며 아주 매끄럽게 진행하신다.
맨 처음은 큰 공 굴리기~ 청팀과 백팀으로 나뉘어 두 줄로 서고 아이들 사이로 아주아주 큰 바람 든 빨강 파랑 천으로 된 공이 지나간다. 그 공이 머리 위로 지나가고 맨 뒤까지 가면 다시 돌아오는 경기, 첫 판은 늘 그렇듯 연습경기였다. 아이들은 공이 빠져나갈세라 단단히 줄을 서고 서로 "야 바짝 붙어~ 너무 세게 치지 마! 공이 나간다고~!" 다그쳐 가면서 협동심을 발휘한다.
다음은 협동하여 큰 공 높이 띄우기다. 사회자가 호루라기를 불면 아이들 6명은 큰 천을 다 같이 잡고 호흡을 맞춰 큰 공을 하늘 위로 띄운다. 파란 하늘 위 빨간 점 하나가 박히는 걸 보는 재미가 눈을 시원하게 했다. 백팀이 너무 여러 번 우승한 터라 마지막엔 백팀의 우승으로 보였는데도 청팀에게 점수를 주는 사회자분의 능수능란한 진행 덕분에 아이들은 씩씩거리기도 했지만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또 미니자전거 이어달리기가 있었는데 페달이 없는 자전거였다. 그러니 양발로 땅을 밀어가며, 이런저런 꾀를 써가며 다양하게 달린다. 보통은 키가 큰 아이가 유리한 경기가 많지만 이건 정말 자그마한 체구의 아이들만 편안하고 키가 크거나 체격이 큰 아이에게는 괴로움의 경기였다. 열심히 하려고 하지만 맘대로 되지 않아 일그러지는 아이들의 얼굴, 오히려 그 얼굴을 보는 재미가 있는 경기였다.
돼지저금통을 막대로 치며 이어달리기도 있었는데 돼지저금통의 곡률이 맘대로라 어느 각도로 튀어갈지 정말 예상할 수 없는 경기였다. 모르긴 해도 럭비볼보다 심할 거다. 아이들도 모두 당황해하며 경기에 임했다. 내 맘대로 가지 않는 돼지저금통, 이런 게 인생이란 걸 아이들도 크면 알게 되겠지?
경기 중 하이라이트는 또 댄스배틀, 양 팀에서 춤 좀 추는 아이들은 다 나와 틀어진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춘다. 못 춘다는 사회자의 면박에 더 도발되어 과격하게 춤추는 아이들, 항상 이런 판에 댄스는 국룰이다.
오재미로 풍선 터뜨리기는 신나게 던지는 재미가 있다. 오재미로 그리 잘 터지지 않는 풍선들이 야속하지만 그래도 양 팀 승부는 시각적으로 잘 가려진다. 승패도 승패지만 아이들은 신나게 던지는 재미가 쏠쏠했을 거다.
엔딩은 역시 이어달리기, 각반 남녀 2명씩 계주대표를 뽑아 이어달리기를 했다. 엎치락뒤치락 계주의 묘미를 다 보는 순간이었다. 마지막 아이가 흰 결승선 줄을 가슴으로 느끼며 경기는 마쳤고, 이렇게 놀이마당은 마쳤다.
점수로는 판결이 났지만 모두가 행복했다. 아이들은 쉼 없이 "꺄~" 소리를 질러댔고, 얼굴은 자두만큼이나 붉어졌다. 이마엔 송골송골 땀이 흐르고, 조용하던 아이들도 "선생님, 오늘 정말 재밌었어요." 인사가 쏟아진다. 나도 마치면서 그 베테랑 사회자분께 인사를 했다. "사장님 정말 진행 너무 재밌게 잘해주셨어요. 감사합니다." 아이들은 정말 올해 본 표정 중 가장 밝은 얼굴로 교실로 돌아와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학교에선 센스 있게 아이스크림을 주셔서 아이들은 또 한번 환호했다. 이런 날 오후에 공부를 할 수는 없으니 또 우리 반은 오후에 파자마파티까지 이어서 한다. 아이들은 파자마를 입고 교실 책상을 치워 돗자리 깔고 도란도란 앉아 재밌는 영화를 보며 과자를 먹었다. 마치 자기 집 안방인 양 말이다.
오늘 놀이마당은 요즘 이런저런 이유로 교사들은 전세버스를 타고 가는 현장체험학습을 거부하고, 학부모는 그래도 요구하고, 그 사이의 조율로 결정된 업체진행 놀이마당이었다. 사전에 학년별 날짜를 정하고, 학년별 경기를 결정하고, 학부모회 도움을 받을 것인지 의논하고, 사전 안전지도에 힘쓰고.. 많은 사전 준비와 회의가 필요했던 일이었지만, 아이들이 웃었다. 그러면 잘 된 거다 싶다. 어른들의 실랑이 속에서도 아이들은 자라고 기뻐한다. 내년은 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계속 대립과 충돌 속에서도 새로운 결정은 이뤄지고 모두의 최선 또는 차선이 실행될 것이다. 어쨌든 오늘 놀이마당은 성공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