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 교외체험학습

아이들은 어디로 갈까?

by 화원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학기 중에도 (출석)의 이름으로 어딘가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바로 교외체험학습이다. 관련된 법과 규정은 아래와 같다.


● 허가 관련

: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8조 제5항(대통령령 제33566호, 2023. 6. 27) 제48조(수업운영방법 등) ⑤

: 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한 경우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교외체험학습을 허가할 수 있다. 이 경우 학교의 장은 교외체험학습을 학칙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수업으로 인정할 수 있다. [위 및 이하 진한 글씨 내용 출처: 2025 학교장허가 교외체험학습 및 교환학습 운영 지침, 경기도교육청, 2025년 2월]


● 학생생활기록부 기재 관련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교육부훈령 제433호) 및 해설 [별표 8] (출결상황 관리)

: ○ 다음의 경우에는 출석으로 처리한다. 학교장의 허가를 받은 ‘학교·시도(교육청)·국가를 대표한 대회 및 훈련 참가, 산업 체 실습 과정(현장실습, 현장실습과 연계한 취업), 교환학습, 교외체험학습,「학교 보건법」제8조에 따른 등교중지’ 등으로 출석하지 못한 경우([별표 8] (출결상황 관리) 해설: ○ [교외체험학습] 다음의 경우는 미인정 결석으로 처리한다. 학원수강(예술・체육계 포함)으로 인한 결석, 학칙으로 정한 교외체험학습 기간을 초과한 결석, 해외 어학연수로 인한 결석)


● 기본 방침

: ○ 학생이 가족 여행, 친인척 방문, 답사ㆍ견학 활동, 체험 활동 등 직접적인 경험과 체험을 함으로써 건강하고 조화로운 성장을 도모

○ 학교장은 학교 실정에 따라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여 학교별 세부 규칙을 마련하고 반드시 학칙에 반영하여 운영

○ 학칙의 범위 내에서 학교장의 사전 허가 후 실시하며, 교외체험학습 기간은 출석으로 인정

○ 학교 교육과정 운영에 지장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학교 자율로 불허 기간을 정할 수 있음

○ 학칙에 반영된 출석 인정 일수, 불허 기간, 인정활동 유형, 신청 절차 등 교외체험학습에 대한 규정을 학부모에게 홍보하고 시행


본교의 경우 교외체험학습은 연간 20일까지 사용할 수 있고, 일정 3일 전까지(이제 온라인으로만 바뀐 후 하루 전 오전10시까지) 계획서를 제출하고 일정 마친 후 7일 이내 보고서를 제출하면 된다. 작년까지는 종이로 된 계획서와 보고서만 주고받았지만, 올해부터는 학부모가 나이스(교육행정정보시스템:National Education Information System, NEIS)상에서 신청서와 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게 되어 온라인과 오프라인 두 가지로 운영되고 있다.


계획서에는 학생 연락처, 일정, 학습형태, 목적지, 보호자명과 연락처, 인솔자명과 연락처, 목적, 학습계획, 그리고 학부모와 학생의 확인 서명이 들어간다. 보고서에는 위와 반복되는 몇 가지와 학생의 글, 그림이나 사진등이 첨부된다.


아이들은 1년 동안 교외체험학습을 하루도 신청 안 한 아이도 있고, 10일 이상 사용하는 아이까지 다양하다. 최근에는 교외체험학습을 하루도 안 가고 개근하는 아이를 성실하다고 보지 않고 '개근거지'라는 용어까지 만들어 비아냥대는 사람들이 있다니 정말 사람의 악한 본성을 다시 느끼곤 한다. 학기 중에 어딘가를 가면 방학 때보다 여행지도 북적이지 않아 좋다. 부모님 일정상 그럴 수 밖에 없을 때도 있다. 나도 두 아이의 학부모였고 내가 육아휴직할 때 교외체험학습을 내서 제주도와 해외여행을 간 적 있다. 하지만 어떤 아이는 교외체험학습이 아니고 수업을 더 들어야만 하는 아이도 있다. 학교수업에 더욱 힘써야 하는 아이일 경우는 교외체험학습을 일주일만 다녀오면 적응이 어렵다. 하루정도야 큰 공백이 없지만 오랫동안 가는 건 예습, 복습을 잘할 생각을 하고 준비도 하고 가는 걸 권한다. '초등학교 때 배우는 게 뭐 얼마나 중요하겠어?' 생각하고 긴 시간 다녀오면 아이가 돌아와서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는 다녀와서 수행평가 3개를 해야 하기도 하고, 학급에서 재미있는 무언가를 했던 때는 못해서 아쉽다고 하기도 한다.

그래서 어느 가정에서는 학교의 모든 교육과정을 아이가 다 받기 원해서 주말과 방학기간을 이용해서 여행을 다니기도 한다. 이런 아이는 교외체험학습을 따로 가지 않지만 일기장을 보면 얼마나 알차게 주말시간을 보내는지 감탄이 나오기도 한다. 정말 내실있는 아이는 학교 교육과정도 모두 이수하면서 주말과 연휴, 방학을 이용해 다양한 체험과 여행을 가면서 알찬 1년을 보낸다.

하지만 부모님이 정말 아주 바쁜 부모님의 아이는 사정상 못 가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가끔은 '개근거지'가 되지 않기 위해 일부러 가까운 동네 어딘가를 가는데도 일부러 교외체험학습을 신청하기도 한다.

이처럼 내가 현장에서 느끼는 교외체험학습은 누군가에겐 기회지만, 누군가에겐 악용되고 남용되고 있다. 그리고 해외여행이라도 다녀온 아이들이 유난히 생색이라도 내면 나머지 아이들은 '나도 가고 싶다.'라는 마음에 집에 가서 여행 가자고 툴툴거리기도 하는 것이다. 중학교, 고등학교만 가도 각종 시험과 수행평가 등 일정으로 가기 어려우니 초등학교 때라도 가자고 해서 더 많이 가는 것 같다.

그리고 종이서류에는 학생의 사인란도 있는데 가끔은 부모님이 사인을 해오는 경우가 있다. 25년 경력 넘은 교사라면 글씨만 봐도 누가 썼는지 안다. 그러면 난 꼭 아이에게 다시 확인하고 본인이 서명하라고 시킨다. 여행일정을 아이 모른 채 다 계획해서 나이스로 제출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아이에게 "이번에 어디 가는구나?"하고 물어보면 "제가요?"라고 놀라기도 한다. 부모님의 열정이 지나쳐서 교육의 주체인 아이도 모르게 교외 현장체험학습을 계속 내는 경우, 과연 누구를 위한 체험학습인 건가 싶기도 하다.

또 새벽비행기로 오는 경우 여행 마치고 곧바로 등교하는 아이는 졸리고 피곤해서 눈이 풀려있기도 하고 하루 종일 정신을 못 차린다. 체력 약한 아이는 더 그렇다. 어른도 힘든데 아이들도 얼마나 힘들까. 아이가 다녀와서 등교하기 적절하게 여행 일정을 계획하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다양한 속내를 가지는 교외체험학습을 가는 아이들을 보면, 대부분은 가족여행을 간다. 국내여행도 가고 해외여행도 가고 정말 다양하다. 박물관, 유적지, 지역 축제를 가는 경우도 많고 해외여행을 가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할머니댁도 많이 간다. 계획서를 받을 때 웃음이 지어지고 내 결재 도장을 빨리 찍어주고 싶은 기억이 나는 건 할머니 칠순잔치, 할머니댁 김장 등이다. 올해 우리 반 한 아이가 할머니댁에 김장을 하러 다녀왔는데 그 보고서 사진을 보고 또 한 번 웃었다. 정말 앞치마 하고 고무장갑 끼고 제대로 김장을 했기 때문이다. 얘기를 들어보니 할머니가 식당을 하셔서 김장을 상당히 많이 했다고 했다. 그래서 아이가 김치가 만들기 어려운 걸 알았다고 했는데, '정말 제대로 교외체험학습 하고 왔구나.' 싶었다. 한편 도장 찍기가 주저되는 계획서도 있다. 놀이동산에 가서 공공질서를 배우겠다는 계획서, 해외여행인데 자유여행이라 '계획'란에 쓸 게 없다고만 적어오는 경우다. 또 '계획'란에 무언가 간단히 한 줄만 간단히 적어오는 경우, 그 내용마저도 적절치 않을 때 나는 학생에게 설명하고 다시 돌려보낸다. 이렇게 반려된 계획서로 인해 가끔은 '정확히' 요구하는 나에게 불만을 전하는 부모님도 있으시다. 한 번은 추석연휴 끝에 신청한 아이 계획서에는 세배한다고 적혀있어서 "세배는 설날에 하는 거야."하고 고쳐오라고 했는데 이게 지나치게 정확한 거냐고 동료 선생님들에게 말하면 그냥 '흐린 눈' 하라고 충고해 준다. 하지만 나는 위 지침 중 '보호자가 신청서를 제출하였다고 하여 교외체험학습이 허가되는 것이 아니며, 학교는 신청서를 면밀히 검토하여 학교교육과정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교외체험학습 운영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내용이라 판단될 경우 허가하지 않을 수 있음.'을 기억하고, 이 정확함이 나의 결재 도장에 대한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이 서류는 5년간이나 보관되는 것이고, 각종 감사 시에도 중요 점검사항이기 때문이다. 가정에서야 빨리 결재해주지 않는다며 교사인 나를 원망할 수 있겠지만 나도 내 역할에 충실해야 하고 내 도장에 책임을 져야 한다.


또 교외체험학습으로 인한 민원도 발생하는데, 계획서가 3일 전 제출이 규정인데 일정이 다급히 잡힌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올해 우리 반에도 하루 전 계획서를 가져왔길래, 안된다고 아이에게도 말하고 부모님과도 연락했다. 이럴 때는 (미인정 결석)으로라도 가시는 방법이 있고, 그냥 그 일정을 포기하고 아이가 등교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이다. 그랬더니 결국은 아이가 학교에 왔다. 하지만 다른 선생님은 이 비슷한 일로 민원을 겪었다고 들었다. 계획서가 3일 전까지 제출인데 이틀 전에 제출해서 안된다고 하니 전화로 교사에게 막말을 심하게 해서 왜 안되냐고 따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전화를 받았던 선생님이 한동안 힘들어하셨다. 전화로 들은 말들이 며칠이나 떠올랐기 때문이다. 규정도 안 듣는 부모, 교사에게 막말하는 학부모, 참 욕심이 많고 무례하다. 어딘가에 가고도 싶고 아이를 결석시키고 싶지도 않고, 막말이 규정을 이긴다고 생각하는 건가.


외체험학습이 실시된 지도 10년 넘은 것 같은데, 교육적 목적에 맞게 잘 운영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