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4. 생일파티

HAPPY BIRTHDAY TO YOU~!

by 화원

"선생님 여기 탈모 왔어요."

"여기도요."

생일파티를 준비하는 아이들이 웃고 난리가 났다.

"그럼 모발이식을 해야지. 여기 몇 가닥 있어. 잘 붙여 봐."


파티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칠판에 '생일축하해요'라고 써진 가랜드를 붙이고 양옆으로는 핑크색 파티커튼을 단다. 그런데 파티커튼을 벌써 4번째 다시 쓰다 보니 몇 줄씩은 떨어져 버리고 아이들은 그걸 탈모라고 부르며 웃음보가 터진다. 난 그 말이 너무 웃겨서 떨어진 몇 가닥에 테이프를 붙여서 건네주며 모발이식을 하라고 답한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농담을 주고받는다. 생일파티를 하는 날이라 들뜬 날은 이런 농담이 더 많아진다.


'생일이 뭐 별 건가?' 하는 분들도 있는데, 난 아이들에겐 생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생일은 내가 태어난 날이고, 그날을 주변에서 어떻게 바라봐 주는지에 따라 아이는 자기 존재를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 반에서는 '자존감' 향상을 위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부모님이 나를 임신, 출산 시 어떤 어려움과 인내를 겪으셨는지, 내 이름에는 어떤 뜻이 담겨있는지를 부모님께 듣고 그 이름을 지으며 바라신 부모님의 마음도 적어왔다. 아이들은 그걸 발표하는 수업을 하면서 모두가 참 소중하게 임신되었고 출산되었고 양육되었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나중에는 부모님이 적어준 이 소중한 학습지를 모두 코팅해서 나눠주었다. 두고두고 보면서 '난 참 소중하구나.'여길 수 있도록 말이다.


내가 어릴 적에도 생일파티를 하는 아이가 있었고, 그렇지 않은 집도 있었다. 그건 내가 교대에 다닐 적 실습 나가서 보는 아이들에게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나는 '선생님이 되면 교실에서 생일파티를 해줘야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발령받은 첫해부터 생일파티를 했다. 그때는 매달 한 번씩 생일파티를 했다. 아이들은 무엇이든 선물을 준비했고, 나는 당시 내 월급에서 오리온~ 초코파이와 요구르트를 아이들 인원수대로 사갔다. 초코파이에 생일초를 붙여 축하노래를 불러주고 선물을 주고 그걸 똑같이 나눠먹었다. 그러면 생일인 아이들은 리코더, 춤, 노래, 외발자전거, 줄넘기, 태권도 등 자기가 제일 잘하는 걸 보여주었고 우리는 모두 행복한 시간을 보내곤 했다. 아이들 중에는 몇 명만집으로 불러서 생일파티를 따로 하기도 했는데 그러지 말고 다 같이 하자고 하면서 교실 생일파티를 했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선생님이 된 지 10여 년이 지나자 모두가 가난했던 그런 시절은 바뀌었다. 초코파이를 사갔지만 "선생님 저 이거 안 먹어요. 안 먹을래요."라는 아이가 몇 명씩 나왔다. 이제 아이들은 초코파이를 주면 고마워하는 게 아니고, 자기 취향이 아니라며 안 먹는다고 했다. 엄마가 그건 먹지 말라고 하는 아이도 있었다. 그래서 이후에는 내가 간식을 준비하지 않았다. 아이들 각자 간식을 준비해 오기로 했다. 그러니까 각자 좋아하는 간식을 가져왔다. 요즘도 느끼는 것이지만, 교사는 학생과 학부모, 시대의 흐름과 요구사항을 잘 읽고 같이 변화해야 하는 것 같다. 모두가 변할 때 나도 발맞추지 않으면 도태된다. 본질적인 거야 바뀌면 안 되겠지만 관계를 위한 몇 가지는 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수업 내용이 많아졌다고 느끼기에 생일파티에 시간을 예전처럼 많이 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두 달에 한 번도 했다가 올해는 4번만 했다. 생일파티는 보통 창의적 체험활동 자율시간에 하는데 학년 공통으로 하는 것들이 많다 보니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 입장에선 자기 생일과 생일파티 날짜가 너무 차이가 나면 기분이 덜하긴 할 텐데 어느 정도는 조율이 필요했다.


최근 몇 년의 생일파티는 이렇게 준비되고 진행된다.

먼저 일주일 전부터 우리는 생일인 아이들을 위해 생일카드를 쓴다. 아침 자습 시간에 내가 카드 종이를 인쇄해서 나눠준다. 6명이 생일이면 6장의 생일카드를 쓰는 것이다. A4 한 장을 4 등분한 크기로 쓸 말은 정해준다. 그 친구의 장점 세 가지를 쓰면서 축하해 주는 것이다. 전에는 자유롭게 쓰도록 두었더니 글쎄 생일인 아이에게 축하카드를 쓰면서 자기가 서운했던 점을 쓰고 놀리는 말을 쓰는 아이가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받을 친구가 정말 기쁘도록 장점 3가지를 쓰도록 했다. 한 번은 내 아이의 반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 선생님도 감사하게 생일파티를 해주셨는데 생일카드에 나쁜 말을 쓴 아이가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아이의 엄마가 선생님께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애쓰신 선생님이 그 카드로 인해 민원을 겪으셨을 걸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생일카드던 롤링페이퍼던 아이들이 쓰는 건 혹시나 일어날 수 있는 그런 일을 위해 꼭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생일인 아이들은 선물 받는 것에 대한 답례와 같이 장기자랑 같은 걸 준비한다. 그리고 당일엔 선물 몇 십 개를 담을 큰 가방을 가져온다.

올해 학부모총회에서 생일선물을 1000원 내외로 준비하는 것에 학부모 동의를 받아서 진행하는데 다들 그 금액 맞추기가 어려워서 다이소에서 사거나 살짝 넘겨서 사는 것 같다. 그리고 준비한 선물은 보이지 않도록 포장해 온다. 그리고 선물 받은 아이는 집에 가서 보는 것이 규칙이다. 선물은 그 자리에서 뜯어야 재밌긴 한데, 그러면 어떤 친구의 선물은 좋아하고 어떤 건 싫어하고 티를 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물은 받지만 집에 가서 열어보기가 규칙이다.

그리고 당일엔 기념사진을 찍고, 생일카드를 이쁘게 묶어서 전해준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은 번호순으로 일렬로 서서 생일인 친구에게 인사하며 선물을 건넨다. 그 이후에 생일자들의 장기자랑이 시작된다. 마치고 나면 그냥 다른 아이들도 자유롭게 장기자랑을 한다. 플루트도 연주하고, 키보드로 연주도 하고, 막춤도 추고, 탁구공 오래 치기도 하고, 시를 쓴 아이는 시를 읽는다. 무엇이든 내가 잘하는 걸 하면 된다. 요즘은 간식은 아예 가져오지 않는다. 요즘 아이들은 배고픈 아이들도 아니고, 간식을 먹다 보면 다른 친구들의 발표를 잘 못 보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일파티를 하고 나면 아이들 모두가 행복하고, 즐겁게 집에 간다. 생일인 아이들은 가끔 이렇게 말한다. "선생님, 이거 너무 무거워요." "그래? 그럼 여기 놓고 가. 선생님이 가져줄게^^." "아, 아니에요. 그럴 순 없죠." 아이는 무엇일까 궁금한 선물이 22개나 담긴 큰 가방을 들고 집으로 간다.


생일파티를 하는 나의 마음은 '넌 참 소중해.'라고 아이에게 전해주는 것이다. 아이들은 반짝이는 포장지 속 선물만 기억할지 모르지만, 어렴풋이나마 나의 마음을 알아줄 거라 믿는다.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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