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 수행평가

초등학교도 수행평가가 있답니다

by 화원

제 딸은 지금 고1 겨울방학 첫 주를 보내고 있습니다. 아침 10시가 넘어서도 컴컴하고 조용한 그 아이의 방문을 두드리지 않고 그냥 둡니다. 아이가 중학교 때도 그랬지만 올해는 더 수행평가나 시험을 앞두고는 준비하느라 새벽 3시, 어떤 때는 5시까지도 하던 걸 보았기 때문에 안쓰럽기도 하고, 방학 때라도 쉬어라 하는 마음입니다. 오늘은 11시가 넘어 일어나네요. "아침 먹을 거야?"라고 물으니 조금만 먹겠다고 하여 아이 취향에 맞게 사과 5조각, 데친 햄, 볶음밥을 3절 접시에 이쁘게 준비해 줍니다.

이제 다 커서 사회복무를 하고 있는 아들 중학교 때의 일입니다. 영어 수행평가인데 어떤 원서에서 나온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동네 엄마들 모두 그 원서와 해석본을 구하느라 바쁘고 학교를 향해 거의 욕을 하면서 시끌시끌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수행평가 한 번을 위해 그 책을 다 읽고 해석본도 읽느라 고생을 해야 했습니다. 이 학교 영어 수행평가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고는 이미 들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고, 이게 아이들의 성장을 위한다는 수행평가가 맞나 하는 마음이 들어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다행히 최근 이런저런 논의 끝에 이제 수업시간 내에 평가하고, 수행평가 계획을 사전에 고지한다는 원칙이 다시 확정되었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초등학교는 이렇게 심한 건 없지만 그래도 수행평가가 있습니다. 우리 4학년의 경우 1학기에 9과목 28개였고, 2학기에도 28개였습니다. 1년 수업일수 190일에 56개의 수행평가를 본다는 건 대략 3일에 한 번은 보는 격입니다. 하지만 평가계획이 결정되기까지도 기간이 필요하니 보통은 이틀에 1개꼴로 본다고 보면 됩니다. 과목별 영역별로는 모두 평가를 보다 보니 평가 개수가 많아서 가끔은 수업보다 평가가 앞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학년에서 계획하고 수행평가를 모든 반에서 똑같이 실시했지만 최근 경기도에서는 '교사별평가'라는 이름으로 각 반별로 다른 평가를 요구합니다. 그래서 학기 초에 수행평가 영역, 시기, 목표, 유형, 성취기준이 담긴 계획서를 학년에서 결재를 받은 이후에 교사는 그 계획서에 따라 서로 다른 평가지나 평가방법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학기가 마칠 때 실행했던 수행평가를 담임별로 사후 결재받습니다. 그래서 학교별, 교사별 평가 내용과 방식은 매우 다를 수 있습니다. 학기초에 평가계획이 공지되니 가정에서도 인쇄해서 보이게 두시고, 아이의 수업진도를 보며 기억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수행평가란 교육 학생의 학습 과제 수행 과정 및 결과를 직접 관찰하여 그 관찰 결과를 전문적으로 판단하는 일. 평가 방법으로는 논술형 검사, 구술시험, 실기 시험, 연구 보고서 따위가 있다.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는 평가 결과가 내신에 반영되기도 한다. 김대중 정부의 이해찬 교육부 장관에 의해 1999년부터 전면 도입, 시행되며 내신에 의무적으로 반영하도록 했다. 1998년 이전까지 내신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그리고 예체능 실기로만 평가되었다. 수행평가는 정규 시험에 관련된 것이 아닌 어떠한 과제를 제시하고, 이를 학생이 해결하게 하여 그 과정과 결과를 평가하는 것으로 단순히 암기력 테스트가 되기 쉬운 정규 시험의 한계를 보완하고 학생의 고차원적 사고능력(사고력)을 평가한다는 것이 도입 명분이었다.(출처: 나무위키)


저도 수행평가를 겪지 않고 대학까지 졸업했는데 발령받아 가르칠 때부터 수행평가가 도입되었습니다. 일제고사와 실기평가로만 이루어지던 평가가 대대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일단 기존 일제고사는 학기별로 중간고사, 기말고사가 있으니 몇 달 배운 뒤 몇 단원씩 공부해서 시험 보던 거라 학생입장에서 별도의 추가적인 공부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수행평가는 배우는 중 평가가 이뤄지는 거라 아이들 입장에서 곧바로 평가를 보니 평과 결과가 보통 이상은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학년의 경우는 재시험의 기회를 한번 주기로 하다보니 보통은 최고의 평가결과를 받는 편입니다. 또 하나 올해 느낀 건, 수학을 항상 잘하던 아이인데 수행평가에서 '보통'이 나오니 당황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왜 그런가 가만히 보니, 이 아이는 학원에서 수학 선행을 많이 하고 공식으로 문제를 풀던 아이인데 수행평가에서 계산과정을 자세히 묻는 문제가 어렵게 느껴졌던 겁니다. 그래서 과정중심 평가는 암기위주식 공부를 하는 아이에겐 낯설지만 공부의 기본에 적합한 평가라고 느껴집니다.

아래 사진은 올해 제가 냈던 수학 수행평가입니다(이게 꼭 모범적인 경우는 아닐 겁니다^^ 그냥 예시로 넣었습니다.). 다양한 삼각형을 배우고 나서 한 평가입니다. 이 수행평가지를 B4사이즈로 확대해서 모둠별로 1장씩 나눠줍니다. 그리고 제가 색상지를 잘라서 만든 아주 여러가지 삼각형을 모둠별로 20여개씩 나눠줍니다. 그리고 모둠 아이들이 서로 얘기하고 의논하면서 삼각형이 해당하는 칸에에 붙이는 겁니다. 다 마치고 나서 모둠별로 가지고 나오는데 저는 묻습니다. "이걸 하면서 다툼은 없었나요?""모두가 고르게 잘 붙였나요?" 그래서 수행평가는 꼭 개별 학습지로만 보는 게 아니고, '협력적 문제해결력'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수행평가는 작성하는 선생님에 따라 창의적으로 다양하게 이루어집니다. 요즘은 학생별 각 1대의 태블릿을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 사회시간과 과학시간에는 조사하여 답하는 수행평가도 있습니다. 올해의 경우 과학시간에 배운 여러 행성에 대해, 그리고 다양한 기체의 성질에 대해 태블릿으로 조사하여 답하는 수행평가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AI도 등장하고, 정보가 넘치는 시대기 때문에 이전처럼 단순한 암기보다는 협력, 소통, 문제해결 등을 포함한 평가방식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보다 나은 수행평가를 위해 교사들도 수시로 평가에 관한 연수를 듣기도 합니다.

초등학교에서의 수행평가는 과정중심, 다양한 평가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현재 수행평가 개수가 워낙 많고, 어쨌든 수업 외의 시간이 드는 일이라 수업시간까지 줄어드는 것 같아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초등학교의 많은 것들이 중학교, 고등학교와 같이 실시되면서 겪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평가관련해서도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민감하고 정확하게 진행되어야 마땅하지만 초등에서도 그와 같은 구조로 실시되다보니 지나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초등의 수행평가와 중학교 고등학교의 수행평가가 좀 분리되어 계획되고 운영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교사로서 저의 바람은 학생들의 '성장'을 위한 평가라는 모토에 걸맞게 수행평가의 내용과 방법이, 그리고 횟수가 교육적으로 결정되어 운영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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