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만나서 반가워~
드디어 학교가 문을 열었다. 2달여의 긴 겨울방학을 마치고 아이들은 학교로 모여든다. 나도 여느 날보다는 이른 출근을 한다. 2월 추운 날 아이들을 위해 깨끗이 정리하고 청소한 교실, 유리창마저도 반짝반짝하여 나도 기분 좋은 교실 문을 열었다.
3명의 아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 일찍 왔구나~! 이름이 뭐야?"
"***예요."
"선생님은 이렇게 일찍 온 사람 이름부터 기억해야겠네."
그중 한 명은 아직 이름은 못 외우지만 자그마하고 하얀 피부를 가진 남자아이였다. 참 사랑스럽다.
아이들은 자기 번호와 자리를 확인하고 앉았다. 애들은 와서 인사를 한다. 하지만 아직 반가움의 인사는 아니다. '이 선생님은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하는 약간의 경계심을 가진 조심스러운 인사다. 그러고 나서는 교실을 두리번거리기도 하고 낯익은 친구와는 소곤소곤 얘기하기도 한다. 이 첫날의 모습은 아이들의 가면과 같다. 첫날에는 조용히, 선생님 말씀을 잘 들어야 한다는 게 아이들 간에도 이미 상식이다. 난 굳이 무엇을 하라고 하지 않았다. 자유롭게 이 첫 시간을 느끼길 바란다.
9:10에 시업식을 한다.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고 애국가를 부르고 교감선생님께서 전입 전출 교사를 낭독으로만 소개했다. 그리고 교장선생님이 말씀하신다. 전에 있었던 학교폭력 관련에 대해 언급하셨고, 또 전에 있었던 학부모 민원에 대해서도 말씀하셨다. 요약하면 두 가지다. 학교폭력, 교육활동 방해. 아이들은 이 말씀이 뭘 뜻하는지 잘 알까? 시업식을 마치고 두 가지 그 일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리고 두 가지 모두 중요한 거라 교장선생님이 말씀하신 거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어서 PPT로 준비한 내 소개와, 우리 반에서 중요한 몇 가지를 설명했다.
- 작년은 잊자 새로 시작하자
- 우리 반은 독서(아침독서), 글쓰기(일기), 바른 글씨 쓰기를 중요하게 지도한다.
- 인사를 잘하자
- 고운 말을 쓰자
- 우리는 각자 꽃이다. 우리 반은 그래서 꽃다발이다.
그리고는 명패 만들기를 한다. 밖으로는 자신의 이름이 보이고, 안으로는 내가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를 3가지 적어서 매일 보는 역할을 한다. 보통 이 이름표는 3월 한 달간 운영한다. 그 정도가 되면 나도 아이들도 서로 이름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명패의 또 다른 기능은 그 사이에 연필이나 지우개를 두게 하면 자꾸 떨어지는 일이 없다. 맨날 떨어뜨리는 아이가 있고 소리가 시끄러운데 그걸 줄일 수 있어서 좋다.
'선생님에게 알려드리는 나의 이야기' 2쪽으로 된 학습지를 나눠준다. 여러 질문이 적혀 있어서 아이의 가족이나 생활, 마음 상태 등을 적는 것이다. 나는 이걸 자세히 읽고 나중에 아이와 상담을 할 것이다. 어떤 아이는 빠르게 적고, 어떤 아이는 느리게 적는다. 그리고 밝은 표정인 아이도 있고, 걱정하며 적는 아이도 있다. 교실에서 25명의 다양한 표정과 움직임, 속도를 보는 게 나의 역할이다. 이렇게 관찰에 집중하면 아이들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러면 좀 더 아이에게 필요한 대화를 할 수 있고, 도움도 줄 수 있다.
다음으로는 교과서 가져오기다. 우리는 6반이라서 맨 마지막으로 가져왔다. 박스에 가득 담긴 교과서 13권을 아이들이 가져온다. 나는 옆에 서 있다가 박스를 뜯거나 줄을 끊어주면서 도와준다.
"선생님, 너무 무거워요."
"왜 12권이지?"
13권도 무거워서, 떨어뜨리기도 하고 난리가 난다.
떨어뜨리면 주워주기도 한다.
그렇게 겨우 교과서 가져오기를 마치면 교실에서 칠판에 늘어놓은 교과서를 보여주며 더 가져오거나 덜 가져온 걸 확인시킨다.
"다 가져왔으면 네임펜으로 이름을 모두 쓰세요."
이름 열세 번 쓰는 것도 힘든 표정이다.
"어 선생님 저 실험관찰을 2권 가져왔어요."
"이름은 썼어요?"
"네."
"그럼 조금 마르고 나서 지우개로 지워보세요."
네임펜은 코팅된 면에 쓴 건 지우개로도 지워진다.
아이가 가져왔다.
"지워지긴 했는데 새것 같진 않으니 이걸 선생님이 쓸게요."
내가 가지고 있던 새 책은 아까 그 교과서 박스에 넣었다.
"교과서는 모두 사물함에 넣을게요."
그리고 쉬는 시간이다. 아이들은 복도로 나가 다른 반 친구들을 만나느라 바쁘다. 복도를 지나 연구실에 가서 물을 좀 떠 와야 하는데 풀숲을 헤치듯 아이들 사이를 비켜서 겨우겨우 지나간다. 잠시 연구실에서 만나는 선생님들.
"아이들 아침에 다 잘 찾아왔어요?"
"** 안 보여서 아이들이 다른 데 가서 찾아왔어요."
3월 첫날 자기 교실 찾아가는 것부터가 아이들에겐 큰 미션이다.
'4-1, 4-2' 이렇게 배정된 게 아니고 '4-가, 4-나' 이런 식으로 적힌 걸 보고 그 교실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반은 25명 모두 잘 찾아왔으니 그거면 되었다. 모두들 생활지능 훌륭해.
첫날부터 5교시라 할 게 많았다. 자기를 소개하는 학습지를 주고, 간단한 그림도 붙이는 것이다. 완성하고는 바로 뒤판에 붙였다. 시간 내에 모두 다 끝내는 걸 보니 올해 학습적으로는 어려움이 없겠다는 직관적 생각이 든다. 이건 아이들이 각자 좋아하는 거, 잘하는 거 등을 적으면서 친구들이 서로를 알 수 있는 작은 자료가 된다.
휴, 5교시를 다 마치고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는다. 1:10에 식사 시작이라 아침을 든든히 먹고 오길 잘했다. 아이들은 작년까지도 식당을 이용했던 터라 자연스레 줄 서고, 받고 잘 먹는다. 나도 아이들 자리배치를 다 해준 후 마지막에 받아서 먹는다. 하지만 3개 학년이 동시에 먹는 식당은 쩌렁쩌렁 소리가 가득하다. 식판을 겹치는 소리, 숟가락과 젓가락을 물이 담긴 곳에 던져 넣는 소리, 웅성웅성 작은 말소리들까지 큰 식당에 소리들이 마구마구 돌아다닌다. 난 조용한 데서 천천히 식사하는 걸 좋아하는 데 영 맞지 않다. 이러다가 체할까 걱정이다. 6개 반 선생님 중 두 분은 그래서 아예 식사를 안 하기로 하셨다. 아이들 지도하며 같이 먹는다는 건 일단 먹는 거라고 볼 수가 없다. 그냥 입에 음식을 넣는 느낌이다. 맛을 음미하거나 천천히 씹을 수가 없다. 아이들이 다 먹어간다고 보이면 대충 버리고 같이 일어난다. 내일은 좀 나으려나. 내가 맞추는 수밖에 없지 뭐.
그렇게 마치고 교실로 와서 다 같이 모여 인사를 한다.
"우리 오늘 첫날인데 뭐라고 인사하고 헤어질까요?"
"사랑합니다요."
"그래요 오늘은 사랑합니다 인사하고 헤어져요."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오늘 날씨는 축축했지만, 25명의 밝은 햇살이 교실에 들어왔다. 곧 더 따뜻하고 밝아질 것이다. 아이들도 나도 모두 성장하는 기쁜 1년이 되길 마음속으로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