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4/ 맛있게도 냠냠
오늘은 원래 친구들 앞에서 자기소개를 하기로 한 날이었다. 그래서 어제 "내일 자기소개할 거 잘 생각해 오세요."라고 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오늘 준비했는지 물어보니 못 들었다며 오리발을 내민다.
"선생님이 어제 준비해 오라고 한 말 들은 사람 손들어보세요."
물으니 25명 중 5명만 손을 든다.
"어 학교생활의 기본은 선생님 말씀 잘 듣는 건데, 어떻게 할까요?"
"준비해 온 5명 친구들에게 물어볼게요. 다른 친구들이 준비가 안 됐다는데 하루 더 기다려 줄 수 있어요?"
"네 그럴게요." 답하는 아이도 있고 고개만 끄덕끄덕 하는 아이도 있다. 그래서 하루 더 미루기로 했다.
그래서 그 시간에 식사 지도를 하게 됐다. 이걸 내일 하려고 했던 건데, 어제 보니 아이들이 식당에서 식판을 들고 가는 것이 상당히 불안해 보였다. 식판에 뜨거운 밥과 국이 있으니 아이들도 자기 나름 식판을 살짝만 잡으려고 하는데, 그러다가 누군가랑 부닥치기라도 하면 바로 쏟아질 것이 뻔하다. 그래서 오늘 학교 식당에서 식사하기를 A에서 Z까지 지도하기로 했다.
먼저 식사 전에 손을 잘 씻는 것이다.
"우리 어제 1830 배웠죠? 하루 8번, 30초 손 씻기! 요즘 독감이 유행이라는데 이렇게 하면 걸리지 않고 건강할 수 있어요."
"그리고 손을 깨끗이 씻은 다음에 우리가 바지에 슥슥 문지르면 어떻게 되죠?"
"세균이 다시 묻어요."
"맞아요. 그래서 우리 반은 수건을 사용할 거예요. 공용 수건을 매일 바꿀 거예요. 하지만 그것도 싫다고 하면 각자 자기 수건을 사용하세요."
"그리고 2줄로 서서 갑니다. 복도에서는 말하지 않고, 뒤돌아보지 않고 앞사람을 잘 따라갑니다. 계단에서 넘어지면 크게 다치니까 더 천천히 가요."
"식당에 들어가면 1줄로 서서 식판과 수저를 잡습니다. 식판 양쪽에 음식 없는 자리가 있으니 그곳을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꽉 잡아요. 그래야 식판을 떨어뜨리지 않아요."
"수저가 떨어지면 불편해도 꼭 새 걸로 바꾸어 먹어요."
"식사할 때는 옆 사람과 작게 말하는 것까지만 가능해요. 뒤돌아보고 크게 떠드는 건 안됩니다."
"3월에는 선생님이 별다른 지도를 하지는 않을 거예요. 3월은 다 힘드니까요. 4월부터는 식사에 대해 더 지도할 거예요.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먹기요. 하지만 다 먹으라고 하지는 않을 거니 걱정하지 말아요."
"다 먹으면 제일 많이 남은 음식 칸에 모든 음식을 모아요."
"음식을 버리고 수저는 던지지 말라고 영양사 선생님이 당부해 달라고 하셨어요."
"먼저 먹은 사람은 교실로 오면 양치를 하고, 자기 자리 청소를 하고 기다립니다."
"어떤 분은 80세가 되어도 자신의 영구치를 사용하지만, 어떤 분은 50대에도 임플란트를 합니다. 임플란트는 잇몸에 나사 같은 걸 심고 가짜 이를 넣는 건데 얼마나 아프겠어요. 그거 안 하려면 어떻게 할래요?"
"양치를 잘해요."
"맞아요, 양치도 잘해요. 칫솔모 절반, 콩알만큼 치약을 짜고 칫솔질을 2분 이상 하고, 헹구는 건 5번 이상 해야 해요. 이게 화학물질이니까 내 입 안에 남지 않도록 해야겠죠?"
"칫솔에 물기가 남은 채 사물함 안에 있으면 곰팡이가 생길 수 있으니 칫솔 살균기 있으면 가져오세요. 오늘 가져온 사람?" 하니 2명이 가져왔다. 그래서 그걸 일일이 보여준다.
"여기 뚜껑을 열었다 닫으면 불이 켜지죠? 이게 칫솔을 소독해 주고 물기도 없애줍니다."
...
1, 2, 3학년때도 학교에서 식사를 해 온 아이들이다. 하지만 다시 하는 이유는 아직 모든 걸 바르게 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제 관찰해서 미숙한 것들을 아주 자세히 일러준다. 식사지도 한 가지만 하더라도 이렇게 가르칠 게 100가지다. 가르친다는 건 내가 아는 많은 것들을 아이들의 언어로, 잘 정리해서 알려주는 것이다. 기계적으로 가르치는 것과 사랑으로 가르치는 것은 다르다. 그리고 아이들은 정말 그 차이를 본능적으로 안다.
내일부터의 식사는 오늘보다 더 나으리라. 가르친 것을 아이들이 잘 흡수하길 바라며, 190일의 일정 중 둘째 날이 이렇게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