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9/ 재미와 교훈이 가득한 아침
내가 운영하는 초등학교 학급운영에는 여러 가지 비법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아침마다 들려주는 옛이야기다.
"여러분, 옛날이야기 들어본 적 있나요?"
"아니요."
"보통 옛날에는 할머니나 할아버지께 들었는데 요즘엔 모여 살지 않으니까 듣지 못하죠? 선생님이 대신 읽어줄게요. 옛날이야기는 정말 재미있고 배울 것도 많답니다."
서정오선생님의 옛이야기 책은 교사로서 정말 내 보물 중 하나다. 서정오 선생님의 옛이야기 책은 여러 권 있지만 그중에서도 '철 따라 들려주는 옛이야기'가 그 내용이나 길이가 학교에서 읽어주기 딱 적당하고 좋다. 나도 책을 세 권 정도 가지고 있는데 이 책을 제일 좋아한다. 그리고 주의할 것은 책표지를 보이게 읽으면 아이들 중 일부는 이 책을 구해 볼 것이므로~ 북커버로 감추는 게 좋다.
오늘은 처음으로 '입춘대길' 이야기를 읽어주었다.
대략은 이렇다.
"옛날에~ 갓 결혼한 신부가 신랑이 한자공부를 전혀 못해서 안타까워하며 가르치던 중, 친정아버지가 남편이 입춘에 오면 문에 붙은 입춘방을 읽게 할 거라고 하셨다. 그래서 집에서 남편을 앉혀놓고 입춘대길 글자를 보고 삼백번도 더 가르쳤지만 모르길래, 그냥 외우도록 했다. 아주 많이 외워서 어느 정도 괜찮았고 입춘이 되어 이제 갈 때가 되었다. 문에 흰 종이에 네 글자가 있으면 '입춘대길'이라고 읽으라고 당부를 했다. 드디어 남편과 함께 친정에 가는데 문 앞에 친정아버지가 서계셨다. 그리고 그걸 읽어보라고 했다. 그런데 첫 글자만 빼고 기억이 나는 것이다. 그래서 신부가 손가락으로 자기 입을 가리켰다. 그런데 남편은 코를 가리킨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코춘대길'이라고 했다나~"
이 이야기 앞 뒤로 설명할 것들이 많다.
"우리가 학교에 들어오는 걸 뭐라고 하죠?"
"입학이요."
"그래요, 입은 들어온다는 뜻이에요. 그럼 '춘'은 뭘까요?"
"봄이요."
"맞아요, 봄이 들어오는, 봄이 시작되는 절기가 입춘이에요. 2월에 이미 지나갔죠."
"대길에서 '대'는?"
"클 대?"
"맞아요~ 크다는 뜻이에요. 그러면 '길'은?"
"우리가 다니는 길이요?"
"여러분은 영어가 편할 수도 있죠. Good or Bad, 좋은 걸 '길하다'라고 하고, 나쁜 걸 '흉하다'라고 해요. 그래서 '대길'이란 건 '크게 좋다'는 뜻이 되는 거죠. 그럼 '입춘대길'은?"
"봄이 오고 잘 돼라?"
"맞아요, 봄이 오면서 모든 게 다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문에 붙여두는 말이었어요."
'입춘대길' 4글자 설명이 이렇게도 어렵다. 하지만 신기한 듯 배우고 몰입해서 듣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교육과정에도 없는 이걸 아침마다 읽어주는 게 힘들기만 하지 않고 뿌듯하다.
이야기는 사람을 빠져들게 하는 힘이 있다. 더구나 옛이야기는 아이들을 홀딱 빠지게 하는 힘이 있다. 난 이야기를 잘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 책 한 권 덕분에 아이들에게 재미와 웃음, 그리고 상식과 지혜를 선사해 줄 수 있다.
아이들은 많은 학원에 다니고, 많이 아는 것 같지만 생각보다 많은 걸 모른다. 바르게 인사하는 것도, 바르게 대화하는 것도. 그러니까 내가 생각해 보면 요즘의 아이들은 혼자 하는 것은 예전보다 잘하지만, 여럿이 있을 때 해야 하는 것들을 잘 못하는 경향이 있다. 해보지 않아서 서툴고, 몰라서 어쩔 줄 몰라한다. 색연필을 안 가져왔을 때도 어떻게 빌려야 할지 몰라서 나에게 오는 아이들이다. 친구에게 빌릴 줄 모르고, 그때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도 잘 모른다. 외동으로 자라서, 귀하게 자라서, 부족함 없이 자라서... 여러 이유로 그렇겠지.
아침에 5분 정도 시간을 들여 읽어주는 옛이야기 시간을 통해 나는 아이들에게 세상은 이런 거야, 이럴 땐 이렇게 하면 된단다를 알려주고 싶다. 정말 할머니가 얘기해 주시듯 말이다.
내일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십 수년을 읽어준 이야기 책이지만 나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