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 첫 짝

20260316/ 만나서 반가워~

by 화원

3월 새 교실에서 각자의 적응을 위해 혼자씩 앉았는데, 2주가 지나니 아이들이 스스로 짝을 지어달라고 조른다. 교사에게 계획은 있지만 계획은 끝없이 수정되는 게 교실이다.


"그럼 친구와 함께 앉아도 사이좋게 지내고, 수업에도 집중할 자신 있는 거죠?"

"네~!"


나는 영어전담을 하면서 샀던 게싱백(guessing bag) 참 요긴하게 잘 쓰고 있다. 가격은 얼마 하지 않는데 여러 교과에서 아무 때나 참 다양하게 쓸 수 있어서 좋다. 아이스크림 막대에 숫자 적은 것을 게싱백 안에 넣고, 먼저는 남학생부터 뽑도록 한다. 그리고 여학생도 뽑는다. 올해 남학생은 11명인데 여학생이 14명이라, 여학생 3명은 나란히 앉을 예정이다. 1~12는 짝지은 책상의 번호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게 막대를 뽑으면 바로 자리와 짝이 정해진다. 종이 뽑기도 해 봤고, 랜덤으로 뽑는 걸로도 해봤지만 내 손을 넣어 내가 뽑는 짝이 제일 원만하다. 다 뽑았으면 이제 각자의 책상을 끌고 그 자리를 찾아간다. 4학년이라서 나름 다 척척 알아서 잘한다.


짝을 정했는데 바로 공부를 할 수만은 없다. 그래서 몇 년 전에 사두었던 '만나서 반가워요' 소책자 활동을 하기로 했다. 이건 손바닥만 한 책자인데, 누군가 처음 만나서 자연스레 대화할 수 있도록 빈칸이 있는 문장이 33개 들어있다. 두 명이 서로 돌아가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이건 기록하지 않고 그냥 보기만 하는 것이라 나눠주었다가 걷어서 다음에 또 사용할 수 있어서 학년에 30개 정도만 사두면 학년 모두가 두고두고 쓸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은 오늘 서로 짝으로 처음 만나서 어색할 법 한데 이 작은 책자가 아이들을 신나게 말하고, 웃고, 방긋방긋하게 만들었다. 난 1번부터 시작해서 33번까지 대화하는 아이들의 표정이 점점 밝아지는 걸 옆에서 볼 수 있어 참 좋았다. 난 항상 생각한다. '좋은 질문은 생각을 꽃피운다.' 래서 요즘 손석희 님의 '질문들' 프로그램도 너무 재밌다. 최근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최강록 셰프가 출연했길래 얼른 챙겨보았다. 좋은 질문과 다양한 생각, 편안함, 이런 분위기가 정말 좋다.


"난 엄마랑 얘기하는 게 좋아."

"난 100만 원이 있으면 주식을 살 거야."

"난 은행에 저금할 거야."

아이들 사이사이를 다니며 듣는 그런 말들이 좋았다.


이 소책자 활동을 마치고 아이들은 정말 밝~은 표정이 되어있다. 아이들 기분이 좋으면 수업 집중은 떨어질 수도 있지만~ 그래도 첫 짝정하기는 이 정도면 잘 되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였다.


난 아이들에게 말하곤 한다.


"여러분은 왜 학교에 온다고 생각하나요?"

"선생님은 여러분이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기 위해' 학교에 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온라인 공부, 과외 선생님 배울 방법은 참 많지만 거기엔 친구가 없잖아요. 그러니 학교에 와서는 친구를 소중히 여기고 사이좋게 지내요."


오늘 짝을 정하고 이야기를 나눈 이 모습대로, 앞으로 한 달 잘 지내길 바라~!


매거진의 이전글021. 특별 새벽기도회(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