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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아 Jun 10. 2019

마을 할머니들과 함께 생일파티

자온길 공간 스토리 ⑥ 하지 下

이 곳에서 도시의 빌딩숲을 잊고 온전히 쉬실 수 있답니다. 상상해 보셔요.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 창문 너머로 보이는 대나무, 새소리,풀벌레소리, 옛날에 만들어져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재미있는 공간. 정말 멋질 것 같지 않으세요?

하지는 세간에서 직접 시공한 공간입니다. 정말 작은 공사예산으로 하나하나 손으로 공들여 만든 세간스러운 공간입니다. 이 집의 옛 공간들과 옛 물건들 무엇 하나 버리는 것 없이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지요.





하지 (구)작은한옥

생일 파티 하던날


오늘은 '하지' 생일파티 이야기로 글을 시작해 보려고 해요. 저희가 만들어 가고 싶은 '하지의 분위기를 짐작하실 수 있어요.


사진 속 할머님은 원래 이 집에 사시던 분이셔요.


처음 이 한옥의 천장을 뜯어 보니, 서까래의 상량문이 선명하게 이 한옥이 태어난지 70년 되는 생일날을 알려주고 있더라구요. 그리고 우리는 그 날, 이 집의 생일을 축하해 주기로 했습니다. 이웃 할머니들을 모시고 함께요. 안 그래도 할머님들을 꼭 한 번 대접해 드리고 싶었거든요.




마당에서 꽃을 따다 화관도 만들어 썼습니다. 제일 어르신은 81세 두부집할머니, 둘째 할머니는 78세 한과할머니, 막내할머니 70세. 할머님들께서 꽃이 뿌려진 밥상을 보며 소녀처럼 즐거워하셨습니다. 할머니들의 장아찌 만드는 법만 들어도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가죠. 할머님들 집집마다 밥 먹으러 투어를 가기로 약속하기도 했어요. 꼭~ 놀러오라고 두 손 잡고 말씀해 주셨어요.


우리는 그 날, 할머니들께 이렇게 마을을 아름답게 지켜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렸고, 우리가 모르는 게 많으니 많이 알려주세요~ 하고 인사를 드렸어요. 가장 중요한 건 마을 분들과의 공생이라고 생각해요. 이 곳에서 새로 입주하는 우리의 작가들이 환영받고 행복하게 잘 정착하려면 오랜시간 이 곳을 지켜오신 분들이 행복하셔야 하고 우리를 어여삐 응원해 주셔야 해요. 천천히 이 곳에서 삶을 지내며 함께 행복하고 싶습니다. 세상이 말하는 속도와는 다르게.




'매화의 물주거라'는 그렇게
로컬과 함께 살아가는
레스토랑이 되고자 합니다. 
지역의 이야기가 담긴
아름다운 밥상을 차리려고 합니다.





오래된 공간,

세간스럽게 재해석하다.


하지는 세간에서 직접 시공한 공간입니다. 정말 작은 공사예산으로 하나하나 손으로 공들여 만든 세간스러운 공간입니다. 이 집의 옛 공간들과 옛 물건들 무엇 하나 버리는 것 없이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지요.

 


하지의 공간에 재밌는 가구들이 있는데 이 가구들은 서범수 목수님께서 제작해 주셨습니다. 옛날 사람이 열고 지나다녔던 문은 테이블이 되었어요. 버려지 삽은 벤치 다리가 되었고 기능을 다한 창틀은 서랍의 문이 되었답니다. 

하지에 머무시면서 재밌는 가구들을 하나하나 발견에 보세요. 숨은그림 찾기 하듯 재밌는 집기들이 요소마다 숨어있답니다.       

사진에 잘 보이진 않지만, 초를 받치고 있는 물건 또한 이 집에서 나온 사금파리랍니다.  





이 집을 공사하면서 나온 깨어진 사금파리들. 그 조각들을 모아 입구에 타일처럼 붙여두기도, 벽에 달아놓기도 했어요. 대나무숲에서 나온 대나무는 화병처럼, 옛날 다리미는 촛대로, 여러 물건들이 새롭게 활용되는 모습을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원래 창고였던 이 공간은 특별한 예약 테이블 공간으로 꾸미려고 합니다. 입구에는 유바카 셰프님을 상징하는 구조물도 만들었어요. 그리고 이 공간을 만드는 과정에서 아주 재미있는 것들을 발견했는데요.




창고 안을 모두 치우다 보니 옛날 일본식 목욕탕이 등장한 거예요! 토토로 만화영화에서 보았던 동그랗고 깊은 목욕탕이에요. 여기서 만날 거라곤 상상도 못 했죠. 문 밖 아궁이에 불을 붙여 솥처럼 생긴 큰 무쇠 욕조를 데우는 구조로 되어있었어요. 저도 이런 건 태어나서 처음 봤습니다. 모두들 재미있어 하는 공간이에요. 이런 건 절대로 없어져서는 안 되죠.




그 곳의 기둥에 앞집 할머니가 주신 자개밥상을 이용해서 너무 멋진 테이블을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쓸모를 다한 밥상이 테이블이 되어 다시 쓰임을 얻게 되네요. 우리 최고령팀원인 75세 박행자 할머니께서 길에서 주워 오신 자개 농 문짝으로는 화장실 문을 만들었고, 허물어지는 집에서 나온 가구와 나무를 주워와 주방 가구를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매화에 물주거라' 역시, 옛 것들을 소중히 모아 새롭게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 도시의 빌딩숲을 잊고 온전히 쉬실 수 있답니다. 상상해 보셔요.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 창문 너머로 보이는 대나무, 새소리,풀벌레소리, 옛날에 만들어져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재미있는 공간. 정말 멋질 것 같지 않으세요?


이렇게 아름다운 스토리를 품고 있는 '하지' 는 운영 중인 공간입니다. 

에어비앤비나 직접 연락 통해 예약하실 수 있고 독채 숙박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촌캉스’ 라는 말이 유행인 요즘

손님들이 몸빼를 맞춰입고 마당에서 사진찍기도 하시고 툇마루에서 수박도 먹고 빨간 다리이에서 물놀이도 하시고 밤에는 마당에서 불멍도 하시는 후기사진들을 보면 너무 아름답습니다.     


호텔처럼 편안하진 않겠지만 자연안에서 온전히 쉴 수 있는 공간입니다.

오랜된 한옥을 온전히 느낄 수 있게 마루에 샷시를 설치 하지 않았고 실내에는 종이장판을 시공했습니다.     


손님의 후기중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그걸로 다한날’

이란 후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도시에서 너무 빠르게 너무 많은 일정을 소화하며 쉼없이 달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곳에서의 시간이 

선택한 고립의 시간, 쉼의 시간이 되기를 바라며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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