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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아 Jun 09. 2019

멸실 신청된 구옥, 매력적인 한옥숙박으로 다시 태어난다

자온길 공간 스토리 ⑥ 하지 上

그렇게 걷어내니 너무 멋진 나무 기둥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숨겨져 있던 창들이 나왔습니다. 방에 있는 창 뒤에 멋진 대나무 숲이 펼쳐져 있습니다. 대나무 숲 덕분에 사계절 푸르름을 느낄 수 있는 그림 같은 숙소입니다. 

멸실 신청된 버려진 구옥매력적인 한옥 숙박으로 다시 태어난다.

'하지'는, 이안당 바로 옆에 위치한 집으로 이안당 주인의 친인척이 거주하던 공간입니다. 물론 이름은 저희가 다시 붙였지요.      

처음에 하지 라는 이름을 지어주기 전에는 ‘작은한옥’ 이라고 불렀습니다. (네이버 블로그나 에어비앤비는 작은한옥으로 표기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이안당 큰한옥 옆에 있는 작은 규모의 한옥이라 작은한옥 이라고 부르다가 이제는 절기의 하나인 하지 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딱 하지 의 절기에 맞게 푸르름이 느껴지는 공간입니다.      

처음 이 집을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주인 어르신께서 멸실 신청을 해놓은 상태였습니다. 멸실 신청이란 집을 부숴 달라고 국가에 요청하는 것인데요. 집이 비어 있은지 오래 되었다고, 위험하다고 그리 했다는 것이에요. 이 사실을 듣자마자 어르신께 얼른 멸실 신청을 취소해 달라고 말씀 드렸었습니다. 그렇게 이 집은, 2개월 후 부숴질 운명에서 극적으로 살아나게 되었습니다.




이 집의 첫인상은요, 마당은 수풀이 가득해서 진입이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빈 집에서 이미 생명이 사그라든 고양이, 들짐승 등도 얼마나 많이 봤는지 모릅니다. 사실 담대한 척 했지만 소스라치게 놀란 적이 많았어요. 지금 생각해도 무섭지만 빈 집 재생에는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마루는 그 흔한 갈색 샤시에 모두 가려져 있었고 안에는 노란 장판에 도배지로 가득해서 한옥의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샤시 사이로 살짝 보이는 서까래는 단단해 보였고 장판을 걷어보니 멋진 나무 바닥이 등장했습니다.






오랫동안 버려져 있던 공간이라 마당 앞은 온갖 쓰레기로 넘쳐났고 전자제품등 불법투기된 폐기물들도 쌓여있었습니다. 쓰레기들을 몇트럭 치우고 하나하나 공간을 고쳐가지 시작했어요.      


저희가 여러공간을 만들다 보니 혹자는 저희가 엄청 부자인 것으로 오인하세요. 하지만 사실 투자금은 거의 다 부동산을 구매하는데 사용하고, 막상 공사할 자금은 늘 부족합니다. 결국 직접 하나하나 손으로 하는 수밖에요. 씽크대도 직접 뜯고 도배지도 한 겹 한 겹 직접 걷어냈습니다.



그렇게 걷어내니 너무 멋진 나무 기둥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숨겨져 있던 창들이 나왔습니다. 방에 있는 창 뒤에 멋진 대나무 숲이 펼쳐져 있습니다. 대나무 숲 덕분에 사계절 푸르름을 느낄 수 있는 그림 같은 숙소입니다. 


마법처럼 변신 중인 '하지'의 변천과정도 공개해 봅니다.





연리지와 고매

지켜주는 집


이 집의 왼쪽을 보면 예쁜 탱자나무가 있고, 집 뒤로는 아담하지만 멋진 대나무 숲이 있습니다. 그리고 대나무 숲 속을 가만히 들어다보면 배롱나무가 있어요. 처음에는 몰랐어요. 대나무에 가려진 배롱나무가 연리지라는 것을요! 나무의 뿌리는 다르지만 가지가 연결되어 있어 연인이 함께 보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던 그 귀한 연리지가, 이 곳에 있을 줄이야. 저는 연리지를 보려고 두 시간 정도 배를 타고 충남 외연도까지 갔던 적도 있어요. 이건 하늘이 우리에게 고생한다고 내려 주신 선물이 분명했어요. 많은 분들이 사진을 찍으실 수 있도록 주변을 정리하고 뷰 포인트도 만들어 두었답니다. 바야흐로 사진의 시대! 많은 커플들이 이 배롱나무 앞에서 즐겁기를, 아름다운 추억을 갖게 되기를 바라면서요.




이안당 포스팅에서 밝혔지만, 아파트 부지로 팔렸던 이안당은 나무도 하나도 없이 마당이 파헤쳐져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담벼락에 막혀 훼손되지 않은 멋진 나무가 하나 있었는데요. 사진에 보이는 매화나무입니다.




백년이 가까운 오래된 매화나무를 ‘고매’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나무를 잘 아시는 분들은 이 고매를 보시고 모두 감탄을 합니다. 집만큼 귀한 나무라고, 가격을 매길 수 없을 만큼 좋은 나무라고 칭찬해 주시지요. 이 나무를 발견하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이 나무에서 매년 잘 익은 매실을 따서 매실청을 담근답니다. 책방세간의 시그니쳐 메뉴인 매실에이드는 이나무에서 잘 익은 황매실을 따서 만들어요.

코로나 전에는 고객님들을 모시고 매칠을 따서 매실청 담그는 행사도 진행했었답니다. 

아이들과 매실도 따고 보리수도 따먹고 아름다운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실제로 '하지'가 어떻게 바뀌어가고 있는지, 그 과정을 보여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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