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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아 May 22. 2019

이안당에서 경험하는
우리 한옥의 아름다움

자온길 공간 스토리 ④ 이안당 下


근대 한옥 이안당의

재미있는 공간들


이안당의 공간은 참 흥미롭습니다. 한옥이지만 지어진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일본식 스타일이 가미되어 있기도 하고, 비밀스러운 공간들이 숨겨져 있기도 해요. 이 글에서는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이안당을 자세히 소개해 드릴게요. 이안당은 크게 총 다섯 개의 방과, 나무 마루가 깔린 거실에 해당하는 공간과 큰 다락으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비밀스러운 공간들도 몇 개 숨겨져 있지요.




이안당은 본래 마을에서 양조장을 경영하셨던 주인 어르신들이 기거했던 집으로, 민가로서는 꽤 규모가 있는 한옥입니다. 예전에 '우씨 어르신(이안당 전주인)의 땅을 밟지 않고는 부여를 다닐 수 없다'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부유했던 집이랍니다. 근대 한옥이라 일반적인 한옥과는 다른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오래 비어 있는 한옥은 온기를 잃어버리기 마련인데, 이 집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지금은 세간의 팀원이 되어 주신 박행자 할머니(75세)께서 계속 관리를 해 주셔서 마루는 맨들맨들하고 우물도 살아 있었습니다. 이안당을 사기도 전 동네 어르신과 집을 보러 갔을 때, 그 아름다움에 반해 할머니께 '할머니 같이 여기에서 살고 싶어요' 했을 정도였어요. 




일반 한옥에 비해 크게 만들어진 다락입니다. 특히 아이들이 이 다락에서 노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지요. 다락에 올라가면 아이들은 나무에 매달리기도 하고 비치해 놓은 동화책을 읽기도 합니다. 이 곳에 비치해 놓은 책은 지역의 주민 분께서 기증해 주신 책이에요.


그리고 보통 한옥에는 없는 지하실이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발견하지 못했는데, 우리 박행자 할머니께서 알려주셨습니다. 문에 가려져 있어 비밀 공간처럼 생긴 곳이에요. 지하실로 내려가면 온도가 뚝 떨어지니 예전에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 저장고처럼 쓰였다고 합니다. 잔치가 있을 때면 부침개 같은 걸 부쳐서 다 아래로 내려 놓았겠지요. 와인 창고로 사용하면 정말 좋을 공간입니다. 각종 술을 보관하기에 매우 좋은 온도거든요.


이 집에는 또 다른 비밀공간들도 있는데요. 부잣집답게, 돈궤나 중요한 문서들을 숨겨두었을 법한 공간이 있습니다. 그냥 보면 눈치채지 못하지만, 마루를 들어내면 공간이 나옵니다. 또 비상시에는 몸을 숨길 수 있는 비밀 공간도 있답니다. 아, 너무 소설 같지 않나요. 이런 공간.





이안당에서

제공하고 싶은 

특별한 경험들



이안당은 전통공예와 함께하는 일상을 하룻밤이나마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으로 꾸미고 있습니다. 공예의 아름다움을 아주 가까이에서 느껴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해요. 라이프스타일브랜드 MUJI와 IKEA에서도 자사의 브랜드 제품을 직접 사용해보고 경험할 수 있는 호텔을 만들어 이슈가 되었죠. 이안당에서 경험하는 전통공예와 한국적 라이프스타일, 멋지지 않나요?




같은 맥락에서 - 한옥을 삥 둘러 행랑채 같은 공간들이 있는데요. 원래는 집주인 어르신의 환갑 잔치에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지었던 공간이라고 합니다. 현재는 창고로 쓰이고 있지만 저는 이 곳을 작은 테마가 있는 샵들로 꾸미고 싶습니다. 부여 농산물을 판매하는 공간이나 특색 있는 아이템을 파는 작은 아트샵들 - 예를 들면 우산 가게, 양말 가게, 부채 가게 등 이렇게 다양하고 특별한 샵들이 더해지면 한옥을 방문하는 즐거움이 더 커지지 않을까요?





이안당에 다녀가신

손님들과의 추억



아직 미완의 공간이지만 손님들이 왔다가십니다. 동네 아가 손님들도 오시고 관광버스 타고 오시기도 해요. 도시 아파트 숲에 사는 아가들에게 마당에서 꽃잎과 돌을 가지고 재밌게 놀았던 기억을 선물해 주고 싶었어요. 아이들은 한옥의 다락을 너무 좋아했고 이안당은 온통 까르르 웃음소리로 넘쳐났었습니다. 어른들은 우물 옆의 아궁이에 불을 지펴 찐빵을 쪄 먹기도 하면서 유년시절의 추억을 떠올리셨어요.



요즘 아이들은 봉숭아물을 들여본 적이 있을까요? 어릴적 마당에서 봉숭아를 빻아 백반을 넣고 비닐을 잘라서 실을 칭칭 감아 할머니가 봉숭아 물을 들여 주셨던 기억이 있어요. 밤에 자면서도 비닐이 안 빠지게 하려고 뒤척였던 기억. 빨갛게 손톱에 들었던 꽃물이 첫 눈 올 때까지 남아있기를 바랐던 기억. 이러한 기억은 참 예쁘게 마음에 장면처럼 남아서 살면서 저를 지켜내는 힘이 되어주는 것 같습니다. 유년의 아름다운 기억을, 아이들과 함께 재현해 보았습니다.




이안당에서 진행했던 쿠킹클래스도 아주 따뜻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사랑스러운 유바카 셰프님께서 함께 준비해 주셨어요. 마당에 직접 만든 하얀 앞치마와 화관을 널어놓고 손님을 맞이한 후, 손님께 직접 앞치마를 골라 입게 하셨습니다. 어여쁜 화관을 쓰고 예쁜 앞치마를 입고 그림 같은 요리를 만들던 시간. 이웃마을 한산에서 오신 손님들은 소녀처럼 즐거워하셨어요. 시종일관 까르르 웃으며…. 행복했었다고 후기를 보내오셔서 준비하느라 고생한 셰프님도 저도 뿌듯했었던 시간이었어요.




단체손님들도 이안당에서 식사도 하시고, 문화를 경험하고 가서 너무 좋았다고, 단순 관광지 본 것보다 훨씬 재미있었다고 - 말로, 표정으로 감동해주셔서 너무너무 고마웠습니다. 공간을 만든 사람은 공간을 고객님들이 즐겨 주실 때 가장 큰 기쁨이 있습니다. 가장 큰 위로인 것 같아요. 제가 만든 옷을 입고 기뻐하시는 손님을 볼 때와 비슷한 기분이었어요. 이 환희 때문에 힘들어도 계속 '창조'라는 걸 하는 거겠지요.


아직 손 봐야할 곳이 많고 본격 숙박 시설이라고 하기엔 미흡한 곳이 많지만, 한옥 차체만으로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호텔처럼 편안하지는 않겠지만 아름다운 한옥에서 새 소리를 들으며 아침에 일어나는 경험, 한옥 마당에서 달을 올려다보는 경험은, 도시의 삶에 지쳐있는 당신에게 위로의 장면이 될 것이라고 자부합니다. 조금씩 천천히 가꾸어 나가겠습니다. 놀러오세요, 이안당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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