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박경아 Jun 09. 2019

아름답고 건강한, 크리에이티브 로컬 레스토랑을 꿈꾸다.

자온길 공간 스토리 ⑥ 매화에 물주거라 上


'매화에 물주거라'는, 이안당 바로 옆에 위치한 집으로 이안당 주인의 친인척이 거주하던 공간입니다. 물론 이름은 저희가 다시 붙였지요. 처음 이 집을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주인 어르신께서 멸실 신청을 해놓은 상태였습니다. 멸실 신청이란 집을 부숴 달라고 국가에 요청하는 것인데요. 집이 비어 있은지 오래 되었다고, 위험하다고 그리 했다는 것이에요. 이 사실을 듣자마자 어르신께 얼른 멸실 신청을 취소해 달라고 말씀 드렸었습니다. 그렇게 이 집은, 2개월 후 부숴질 운명에서 극적으로 살아나게 되었습니다.




이 집의 첫인상은요, 마당은 수풀이 가득해서 진입이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빈 집에서 이미 생명이 사그라든 고양이, 들짐승 등도 얼마나 많이 봤는지 모릅니다. 사실 담대한 척 했지만 소스라치게 놀란 적이 많았어요. 지금 생각해도 무섭지만 빈 집 재생에는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마루는 그 흔한 갈색 샤시에 모두 가려져 있었고 안에는 노란 장판에 도배지로 가득해서 한옥의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샤시 사이로 살짝 보이는 서까래는 단단해 보였고 장판을 걷어보니 멋진 나무 바닥이 등장했습니다.




세간의 요정

유바카 셰프의 마법




이 집을 볼 때부터 생각나는 한 여인이 있었으니…. 보물같은 유바카 셰프님이십니다. '밥 디자이너' 유바카 셰프님은 원래 세간의 고객님이셨어요. 이 공간을 보며 저는 유바카 셰프님이 이 집에서 식당을 하면 너무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셰프님과 의논도 안하고 이 곳을 그녀의 로컬 푸드 레스토랑으로 정해 버렸답니다. 당연히 그녀도 이 곳의 가치를 알아보셨고, 서범수 목수님과 함께 공간을 멋지게 바꿔 나가기 시작했지요. 마법이 시작된 겁니다.


혹자는 저희가 엄청 부자인 것으로 오인하세요. 하지만 사실 투자금은 거의 다 부동산을 구매하는데 사용하고, 막상 공사할 자금은 늘 부족합니다. 결국 직접 하나하나 손으로 하는 수밖에요. 씽크대도 직접 뜯고 도배지도 한 겹 한 겹 직접 걷어냈습니다.




그렇게 걷어내니 너무 멋진 나무 기둥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숨겨져 있던 창들이 나왔습니다. 방에 있는 창 뒤에 앵두나무가 있는데 빨간 앵두가 열리면 그 모습이 그냥 그림이 됩니다. 한옥의 나무 기둥 뒤로 초록의 잎과 빨간 열매. 상상해 보세요. 그 색의 조화를. 얼마나 예뻤는지 앵두를 딸 수가 없었답니다.




마법처럼 변신 중인 '매화에 물주거라'의 변천과정도 공개해 봅니다.





연리지와 고매

지켜주는 집


이 집의 왼쪽을 보면 예쁜 탱자나무가 있고, 집 뒤로는 아담하지만 멋진 대나무 숲이 있습니다. 그리고 대나무 숲 속을 가만히 들어다보면 배롱나무가 있어요. 처음에는 몰랐어요. 대나무에 가려진 배롱나무가 연리지라는 것을요! 나무의 뿌리는 다르지만 가지가 연결되어 있어 연인이 함께 보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던 그 귀한 연리지가, 이 곳에 있을 줄이야. 저는 연리지를 보려고 두 시간 정도 배를 타고 충남 외연도까지 갔던 적도 있어요. 이건 하늘이 우리에게 고생한다고 내려 주신 선물이 분명했어요. 많은 분들이 사진을 찍으실 수 있도록 주변을 정리하고 뷰 포인트도 만들어 두었답니다. 바야흐로 사진의 시대! 많은 커플들이 이 배롱나무 앞에서 즐겁기를, 아름다운 추억을 갖게 되기를 바라면서요.




이안당 포스팅에서 밝혔지만, 아파트 부지로 팔렸던 이안당은 나무도 하나도 없이 마당이 파헤쳐져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담벼락에 막혀 훼손되지 않은 멋진 나무가 하나 있었는데요. 사진에 보이는 매화나무입니다.




백년이 가까운 오래된 매화나무를 ‘고매’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나무를 잘 아시는 분들은 이 고매를 보시고 모두 감탄을 합니다. 집만큼 귀한 나무라고, 가격을 매길 수 없을 만큼 좋은 나무라고 칭찬해 주시지요. 이 나무를 발견하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이 나무 덕분에 우리의 로컬 푸드 레스토랑의 이름은 ‘매화에 물주거라’가 되었습니다. ‘매화에 물주거라’는 퇴계 이황 선생의 마지막 유언이시기도 한데요. 나무에 물을 준다는 것이 생명을 주는 의미인 것과 같이 식당에서 음식을 주는 것 또한 생명을 주는 일이라 생각된다며 유바카 셰프님이 식당 이름을 지으셨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실제로 '매화에 물주거라'가

어떻게 바뀌어가고 있는지, 그 과정을 보여 드릴게요!

이전 09화 이안당에서 경험하는 우리 한옥의 아름다움
brunch book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가의 마음으로, 부여 자온길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브런치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