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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아 May 21. 2019

백년의 세월을 품은 한옥,
부숴질 위기에서 벗어난 사연

자온길 공간 스토리 ④ 이안당 上



眄庭柯以怡顔(면정가이이안)
뜰에 있는 나무 가지를 보면 기쁜 얼굴을 짓는다


자온길이 자랑하는 문화숙박공간 '이안당'의 이름은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서 따온 말로 최영성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수님이 지어 주셨습니다. 사람들이 이 곳에 오면 편안한 마음을 느낄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지으셨다고 합니다.



이안당은 본래 규암 마을에서 제일 가는 부자, 자온양조장의 주인 내외분이 사셨던 가정집입니다. 상량문에 새겨진 글귀가 이 집의 나이를 알려주었는데요. 무려 100여년이 된 집이었어요. 집에 사용된 나무들을 보면 그 당시 이 집이 얼마나 부잣집이었는지,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때만 해도 이렇게 한옥에 공을 들이지 않았고 이런 부자재들이 귀했을텐데 사람의 몸 두께만한 나무들이 척척 사용되었고 디테일 하나하나가 공들인 집이라는 게 보입니다. 그래서 건축가 분들이 종종 이곳으로 답사를 오기도 합니다. 


이안당 공간 자체에 대해서만도 할 이야기가 많지만, 이 글에서는 이안당과 어떻게 처음 만나게 되었는지를 먼저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이 멋진 한옥이

곧 부숴진다고요?



이안당은 동네 어르신께서 "우리 동네에 진짜 멋있는 한옥이 있는데, 좀 있으면 부숴져. 한 번 볼래?" 하고 데려가 보여주신 공간이었습니다. 처음 이 집을 보았을 때 그 아름다움에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았습니다. 백 년의 세월이 무색하게도, 꾸준히 관리가 되어 있어서 마룻바닥이 맨들맨들 살아 있었고 마당 앞의 우물도 마르지 않은 상태였어요. 이렇게 멋진 한옥이 허물어지고 아파트가 지어질 예정이라는 말을 듣고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하지만 이미 계약이 이미 되어 있었고, 대대로 이 댁의 부동산을 관리하던 부동산 사장님께서는 계약이 완료되면 아파트를 기획하는 업체로부터 큰 보상을 받기로 되어 있는 상황이었죠. 이미 아파트 부지로 팔렸던 터라 집주인을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집주인 어르신들은 돌아가신지 오래고 자제분들이 소유하고 계셨는데, 큰 아드님과 작은 아드님의 공동 소유였습니다. 


훌륭한 건축물은 지역의 큰 유산이 되고 지켜내야 하는 가치가 있습니다. 이 집은 그렇게 쉽게 부숴지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집을 보았을 때부터 계속 집을 지킬 수 있기를 기도했고 상상했어요. 저 집에 들어가서 예쁘게 집을 가꾸는 장면을 수도 없이 그려 보았지요. 마루도 닦고 차도 마시고 예쁜 횟대보도 걸고…. 




이안당과의

기적같은 인연


그렇게 계속 소망해서였을까요? 모델 하우스까지 지어진 상태에서 아파트 업체가 잔금을 치르지 못해 계약이 무산될 위기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저와 세간의 일을 도와주시는 부동산 사장님이 함께 집주인과 이 집을 관리하는 부동산 사장님을 끊임없이 설득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기적처럼 이 집을 매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계약을 하셨던 큰 며느님께서 이 집이 지켜질 수 있게 되어 큰 아드님이 좋아하실 거라고 하셨습니다. 이 집이 허물어진다고 했을 때 많이 마음 아파하셨다고 말씀하셔서 가슴이 찡했습니다. 큰 아드님은 당시 교통사고로 움직이지 못하고 병원에 계신 상황이라 직접 뵙지는 못하고, 큰 며느님과 대신 계약을 진행하였습니다. 부여에 오시면 꼭 놀러 오시라고, 아름다운 집을 지킬 수 있게 해주셔서 고맙고 잘 가꾸겠노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계약까지 2년의 세월이 걸린 셈입니다. 총 대지가 3천 평. 정말 어려운 일이었기에 기적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었어요. 이렇게 귀한 곳을 지킬 수 있게 애써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큰 한옥을 매입하기 위해, 특히 세간의 엑셀러레이터 크립톤 양경준 대표님이 많이 고생하셨습니다. 이 큰 부지를 매입하기 위해 큰 자금이 필요했거든요. 투자 유치를 위해 설날 명절에도 쉬지 못하고 자금 마련을 위해 애써 주셨어요. 자온길은 여러 투자자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자온길의 취지에 공감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투자자들이 계셨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 글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 드리고 싶습니다.


만약에 이 공간과 극장자리, 우체국 자리를 우리가 확보하지 못했다면 이곳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을 겁니다. 그랬다면 이렇게 아름다운 공간을 우리는 볼 수 없었을 것이고 이 마을은 그냥 시골의 작은 아파트 단지가 되었을 거예요.



자온길을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오해를 받기도, 또 평생 먹을 욕을 이 곳에서 다 먹기도 했습니다. 저희를 '부동산 투기꾼이다', '땅 값 올린다'며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하지만 이런 아름다운 한옥을 지킬 수 있었고, 이 마을이 아파트단지화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으니 그 어떤 욕이나 오해도 감당할 수 있습니다. 괜찮아요. 시간이 지나고 전통문화가 살아 숨쉬는 마을을 함께 향유하게 되면 마음을 풀어주실 테니까요. 





다음 편에서는 이안당의 재미있는 공간 하나하나의 이야기, 
그리고 이 곳에서 무엇을 꿈꾸고 있는지를 들려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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