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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전 한발짝 더 가까이 @ 울산시립미술관 전시리뷰

by 민윤정


한발짝 더 가까이

김우진 개인전

울산시립미술관

2024.10.2~2025.3.9


이번 울산시립미술관에서 작가와의 대담 프로그램에서 모더레이터를 맡게 되어 처음으로 방문했던 울산시립미술관. 생긴지 얼마 안되어서 그런지 건물이 깨끗하기도 했지만 건축물의 아름다움도 남달랐다. 가까운 곳이라면 자주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이와 대비되게 근처 길거리나 가게들의 모습은 예전의 소도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기도 해서 고즈넉한 아름다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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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을 맡기 전까지 작가분과 개인적인 친분은 없었지만 작가의 작품에 대해서는 꽤나 친숙했다. 내가 방문한 전시나 아트 페어에서 종종 마주치는 작품이라 내적 친밀감은 상당했고 개인적으로 관심있었던 작품이라 이번 만남에 기대가 컸다. 이번 기회에 작가분과 만나뵙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니 작품에 대한 생각에 있어서도 공감이 컸고, 작업 태도도 열심이시라 본받을 점도 많았다.

2층 전시실에 올라가자마자 접하게 되는 김진우 작가의 시그니처 작품인 사슴. 내가 처음 사슴 조각을 접했을 때 일본 애니 원령공주에 등장한 숲의 수호신 사슴이 떠올랐었는데, 작가분이 그런 감상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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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동물 조각을 주로 제작하는 작가인데 그는 사실적 재현이 아닌 '심리적 재현'이라는 표현을 사용을 한다. 아닌게 아니라 이 동물 조각을 접하면 사슴인 것은 알지만 왠지 동물원에서 살펴본 동물이라기 보다는 각자의 맘 속에 있는 심상의 표현에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렇기에 더더욱 신령스러운 느낌이랄까 영적인 느낌도 전해진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전시라서 더더욱 유효할 것 같았는데 작가는 작품들을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만지고 가능하다면 그 위에 타는 것도 용인한다고 했다. 다만 아이들의 경우 사고의 위험이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직접 만져보고 그 주변에서 사진을 찍는 어린 관람객도 있었는데 그들이 작품들을 만끽하고 있는 것 같았다. 대담 일정을 마치고 나오니까 한 아이와 그 아이의 어머니가 조각상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가 작가분을 알아보고선 함께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작품이 친숙하다보니 작가분에 대해서도 친근감이 넘쳐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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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전시장은 안쪽 공간에 따로 마련되어 있었는데, 이 안에 전시된 것은 학의 모습을 한 조각작품들이었다. 학 조각은 이번 울산시립미술관에 전시될 작품을 위해서 처음 제작한 것이라고 했다. 나도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울산을 지칭하는데 '학'이라는 동물은 연관이 많았다. 울산의 옛이름을 학성 鶴城이라고 한다. 또 미술관에서 내다보이는 동헌의 이름이 일학헌 一鶴軒 혹은 반학헌 伴鶴軒이라고 불리었다고 한다. 동헌에는 가학루 駕鶴樓라는 현판이 붙어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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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하는 곳이 울산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제작한 학 조각은 자연의 모습으로 설치한 풍경과 어우러져 평화스러운 모습을 연출해내고 있었다. 실내이면서도 창 밖의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서 자연 풍경의 한 조각을 살펴보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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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작가는 처음에는 플라스틱 의자의 조각을 이용해서 말과 사슴 조각을 제작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이후 매체를 스테인레스를 바꾸어서 사슴을 제작하는 한편, 풍선으로는 어릴 때 키우던 진돗개의 모습으로 조형물을 만들기도 했다. 울산시립미술관에서도 처음에는 강아지 조형물을 설치했었는데 바람이 너무 심해서 조형물이 쓰러지는 바람에 지금은 치운 상태라고 했다. 정원에 거대한 강아지 조형물이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걸 아쉬웠다.


스테인리스 모듈을 조립한 후 전체적으로 도색을 한 후에는 붓으로 채색을 하여 마무리한 그의 조각은 3차원의 조각임에도 불구하고 여러모로 회화적인 특징이 드러난다는 면에서 독특하다. 조각가이면서도 색채의 중요성에 대해서 인식하고 있었고 그의 작품의 마무리도 색채가 두드러진다. 그리고 최근 시도한 조각은 스테인리스 모듈을 띄엄띄엄 연결해서 중간에 공백이 생기는 작품들도 있었는데, 이럴 경우 그 공백을 통해 뒷 쪽에 있는 풍경들이 작품과 어우러지면서 더욱더 회화적인 특징이 강조된다. 인지적으로 형태보다는 색을 먼저 인식한다는 사실에서 출발했다고 하는 작가의 조형성 탐구는 색에 대한 관심과 추구가 조각 작품에서 구현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짧은 시간동안의 행사이고 작가분과의 만남이었지만 무척이나 보람된 하루였다. 컨디션이 더 좋았더라면 울산에 내려온 김에 주변도 다 둘러보고 싶었는데 일정만 겨우 소화하고 올라와서 아쉽기 짝이 없었다. 이번 감기의 끝은 목소리가 안나와서 이 날 행사를 위해서 목소리 나오게 하느라 컨디션 조절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느라 동선을 최소화했었다. 다음 기회에 가게 된다면 좀 더 자세히 여러곳을 둘러보고 싶은 곳이었다.


서울에서 울산까지 가서 보시라는 말은 못하겠지만 혹시 울산 가까운 곳에서 사시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방문해보시길 권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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