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요의 <창가의 두 여인> Bartolomé Esteban Murillo,<Two Women at a Window>
지금 창 밖에 서있는 인물은 누구일까? 귀엽게 생긴 소녀는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을 하고 입가에는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채 창 밖의 인물을 바라보고 있다.
그 소녀의 뒷편에는 좀 나이들어 보이는 한 여인이 소녀와 같은 곳을 응시하면서, 한 손으로는 창문을 잡고 또 다른 손으로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막으려는 듯 숄로 입가를 가리고 서 있다. 과연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어떤 것일까? 관람자들로 하여금 궁금증을 자아내는 그림이다.
부드러운 갈색톤으로 그려진 이 그림은 색상이 주는 평안함과 더불어 두 여인의 살아있는 표정, 그리고 소녀의 눈 높이가 관람자의 그것과 일치하는데서 오는 친근감으로 바라보는 이로 하여금 함께 미소짓게 만드는 따뜻함이 깃들어 있다. 더할나위 없이 사랑스러운 작품이다.
세비야 출신 스페인의 바로크 화가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라는 긴 이름의 작가가 그린 <창가의 두 여인>이라는 작품이다. 무리요는 스페인이 낳은 최고의 바로크 화가라 칭송받는 벨라스케스보다는 좀 뒤에 등장한 인물이다.
벨라스케스만큼은 아니지만, 당대에서는 종교화로 크게 명성을 날렸던 화가인데, 이런 생활 속의 장면들을 묘사한 장르화도 몇 점 남겼다. 그가 특히 관심을 가졌던 것은 2차원의 화면과 관람자와의 관계라고 하는데, 이 작품은 관람자를 그림과 긴밀한 관계를 맺게하는데 성공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창틀과 화면을 일치시킴으로서 '회화와 창'이라는 전통적 메타포를 실현시키고 있는데, 이러한 전통은 전 시대 르네상스 네덜란드 작가들에게서 널리 활용되었었다. 이렇게 창과 관람자와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그린 작품들을 가끔 만나게 되면 참 흥미롭다.
무리요의 작품에서는 소녀가 팔을 얹고 있는 창틀은 화면의 하단과 일치하여, 회화 작품이 창문이라는 설정에서, 아름다운 소녀가 창턱에 한 팔을 걸치고 또 한팔은 세워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관람객 쪽을 바라보고 있다.
이렇게 창틀을 회화에 포함시키는 기법은 당대 네덜란드 화가들이 즐겨사용하던 수법인데, 이는 착시효과를 염두에 두고 제작하므로써, 작가가 관람객과 자신의 작품과의 거리를 좁히는 역할을 한다. 스페인 화가 무리요 역시 네덜란드에서의 화법을 익히 알고 있었다고 짐작할 수 있다. 무리요는 이 작품에서 종교화와 초상화에서 주로 활용되는 화법을 장르화로 옮겨 표현하는데 멋지게 성공했다.
이 두 여인의 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어쩌면 소녀의 앞에서 수줍은 청년이 서툴게 구애의 노래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설레는 맘으로 소녀에게 꽃다발을 건네려고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소를 띈 채 기대에 찬 눈빛을 보내는 소녀를 계속 바라보다보면, 왠지 작은 꽃다발이라도 하나 건네야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