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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 로스 증후군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의 도움으로...

by Lucia

솜이가 갑자기 떠나고 나서 잠을 잘 수도 밥을 먹을 수도 없었다.

숨도 잘 안 쉬어지고 계속 눈물만 나니, 누구를 만날 수도 일을 할 수도 없었다. 약을 안 먹으면

심장이 너무 두근거려서 일상이 힘들다.


펫로스 증후군.

솜이 사고 후 수습을 해 주셨던 원장님께서 위로와 함께 펫로스가 심하게 올 수도 있으니 마음 잘 추스르라고 하셨다. 당시에는 그게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흘려버렸는데,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심리 상태가 펫로스 증후군 인가 보다.


우리나라 반려동물 인구가 1500만 가까이 되는데 펫 로스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아직 많이 부족하 다고 한다. 나도 사실 우리 강아지들 키우면서 이별 을 하기엔 너무 어린 나이라 펫 로스는 먼~이야기

인 줄 알았는데 갑작스레 솜이가 떠나가고 나니 이 게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매일 함께 살을 맞대로 살았던 2년 반의 시간들이 꿈만 같았고, 아직도 내가 있는 모든 곳에 솜이의 체취와 모습이 어른어른 거린다.

(어젠 급기야 솜이 짖는 소리까지 들렸다. ㅠㅠ)

미용실까지 따라와서 컷트하는 동안 나를 보고 있는 우리 솜이와 몽실이


솜이가 내 눈앞에서 갑자기 훅 사라지고 나니 도무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자꾸 사고 장면이 생각나고 솜이 마지막 모습이 눈에 아른거려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잠시라도 가만히 있으면 미칠 거 같아서 나와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은 어떻게 이 상황을 겪어내 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미친 듯이 인터넷을 검색하고, 펫로스를 경험한 이들의 글을 읽으며 마음을 추스른다.

그러던 중, 연관 검색어에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보인다. 아~ 예전에 동물농장에서 인상 깊게 본

기억이 난다. 하이디였던가?

동물과의 교감이 가능한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이하 애커라고 할게요)


이런저런 논란이 많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입장 에서 그분들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을 충분히 이 해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애커가 있다는 사실.

살아있는 동물뿐 아니라 무지개다리를 건너간 (아직도 죽었다는 표현을 못쓰겠습니다.ㅠㅠ)

동물과의 사후 교감도 가능하단다. 헉~ 진짤까?


내가 만일 지금 같은 상황이 아니라면 이것저것 의심을 해보았을 텐데, 난 어떻게 해서든 갑자기 가버린 솜이와 대화를 해보고 싶었다.

왜 그렇게 급하게 빨리 갔는지, 지금은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꼭 알고 싶었다. 그래야 이 아픈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와 가까이 지내는 선생님과 솜이에 대해 얘기하 다가 선생님 제자 중 한 분이 애커라는 얘길 듣게 되었다.

연락 한 번 해보라는 말씀에 얼른 연락을 드렸다.

그 분과 얘길 하면서도 눈물은 쉴 새 없이 흐른다.

그분도 반려동물이 무지개다리를 건너간 후 심한 펫로스 증후군으로 고생하다가 직접 배워보기로 하여 지금은 애커로 활동 중이시라 했다.


이런저런 얘길 나누며 많은 위로를 받았다.

내가 궁금했던 부분을 솜이에게 물어봐 주시기로 했다. 또한 혼자 남은 몽실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물어봐 주신다고 했다.

일정이 바쁘셔서 일주일 후에 교감을 해보겠다고 하신다.


하루가 1년같이 어찌나 시간이 안 가던지.


드디어 애커 님께 연락이 왔다.

솜이와 몽실이 교감을 마쳤고, 대화한 내용을 정리하고 계신단다.

아이들과 교감한 내용으로 노래도 만들고 그림도 그려 주신다고.

정성을 다하신다는 느낌이 들어 너무 감사하기도 하고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이 모든 행위들이 펫로스 증후군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큰 위안이 될 것 같았다.


솜이와의 교감이 너무 길어서 여기에 다 옮기지 못하고 간단한 내용만 쓰면,

일단, 솜이와 첫 대면에 솜이가 했던 행동을 묘사해 주시는 데 여기서 깜짝 놀랐다.

평소 솜이가 하던 행동인데... (그분은 전혀 모르 신다.)

그리고 솜이는 밝은 빛으로 함께 하고 있다고.

(솜이가 가고 나서 솜이를 위해 자주 초를 켜주고 있었다. 신기한 초 이야기는 다음 화에~)


갑자기 떠난 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서 갔는데 몸이 붕~ 떴다고 한다. 지금은 재밌게 놀고 있다고. 아주 행복하다고.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곧 다시 만나러

오겠다고. 엄마가 얼마나 솜이를 사랑하는지, 솜이가 엄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잊지 않고 있다고 한다.


글을 읽으면서도 눈물이 줄줄 흐른다.

그런 거 믿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근데, 펫로스를 경험하고 나니 무엇이라도 위안을 받고 싶고, 마음에 위안이 된다면 어떤 거라도 해보고 싶은 심정이다.

내가 직접 경험해 보니 간절한 그런 마음들이 너무

나 이해가 간다.


난 모든 현상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솜이의 얘기를 믿으면 진짜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경험한 현상들로 비추었을 때 무조건 아니라고 하기엔 너무나 신기한 일들이 여러 번 있었다.


내가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솜이와의 건강한 이별을 하기 위해서, 그리고 나와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계시는데 주변에 공감해 줄 사람이 없는 분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서이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 분위기는

사람도 아닌데 반려동물 때문에 많이,오래 슬퍼하

는 건 공감받기가 어렵다.

(그래도 지금은 반려동물 인구가 많아져서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분들이 주위에 더러 계신다. 함께 공감할 수 있어 다행이다)


애커 님 덕분에 솜이 소식을 알게 된 후, 마음이 점점 좋아지고 있고, 큰 위로가 되었다.

내게 도움을 주신 애커 님은 앞으로도 펫로스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며 계속 공부에 정진 중이시다.

맑은 마음으로 반려동물과 교감하는 애커 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애커님이 만난 우리 솜이 모습
애커님이 만난 우리 몽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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